26일 오후 7시께 서울 서초구 반포동 정계선 헌법재판관의 자택으로 알려진 곳에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좌파 판사 정계선은 북으로 가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결정에서 정계선 헌법재판관만 유일하게 인용 의견을 내면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은 문형배 헌법재판관 자택 앞에서 정 재판관의 자택 앞으로 1인 시위 위치를 바꿨다. 조용하던 서울 서초구 반포 학원가는 전쟁통이 됐다.
지난 26일 오후 헤럴드경제가 찾은 반포동 정 재판관 자택 앞은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20여명이 차지하고 있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이끄는 부정선거방지대(부방대)를 주 대구창업지원센터 축으로, 지지자들은 ‘공정재판을 XX에 쳐박는 좌파판사’와 같은 손 피켓을 들고 “껍질을 벗겨놔야 한다”는 과격한 문구를 소리치며 인근을 돌아다녔다. 자택 인근에는 ‘공정 상실한 정계선 사퇴하라’는 현수막도 붙었다.



26일 오후 정계선 헌법재판관의 자택으로 알려진 곳 인근에 원리금균등상환계산방법 현수막이 붙어있다. 박지영 기자.


문형배 재판관이 거주하던 서울 종로구의 아파트에서 정 재판관의 자택으로 옮겨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는 A씨는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퇴근길 시위를 하려고 인천에서 올려왔다”며 “정계선이 잘못하고 있다는 걸 똑똑히 보여주려고 매일 오려고 한다”고 했다.
예식장 식대인근 학원가에서 아이들과 귀가하던 학부모들은 깜짝 놀라며 시위대 앞을 지날 때마다 아이들의 손을 꼭 쥐고 빠른 걸음으로 빠져나갔다. 학부모 전모(51) 씨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할 순 있다고 생각하는데, 간첩이나 북한에 가서 살아라는 등 과격한 말을 하니 무섭다”고 했다.
인근 주민인 50대 이모 씨는 “학원가라 아이들도 많고 상환 차도도 1개 밖에 없어 좁고 위험한데 시위대가 있으니까 위험해 보인다”며 “집에서도 시위대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서 깜짝 놀랄 때도 많다”고 토로했다.



반포동 학원가 곳곳에 소음측정기가 설치됐다. 박지영 기자.


사흘 제2금융권은행 째 이어지고 있는 시위에 반포 학원가 곳곳에는 소음 측정기가 설치됐다. 인근 지구대에서 나온 경찰관들은 정 재판관 자택 앞을 지키고 있었다. 관할서인 서초경찰서에서는 형사과와 정보과 경찰이 나와 시위대에게 자리를 옮겨달라고 부탁을 하거나,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인근을 지키기도 했다. 경찰은 25일부터 정 재판관 자택을 중심으로 24시간 순찰차가 거점 순찰을 하도록 하는 등 신변보호를 한층 강화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지난 26일부터 인근에서 집회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국회 해산,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오후 6시 30분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집회를 열고 있다. 인근에서 가게를 하는 주인은 “유치원생들도 있는데 너무 시끄럽고 당황스럽다”며 “10년 넘게 이 동네에서 가게를 운영해왔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빨리 가게 문을 닫고 퇴근하겠다고 했다. 집회를 보던 시민들은 “법원에서나 하지 왜 여기서 하냐”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경찰청 폭력계는 문형배 재판관의 자택 앞에서 집회를 한 부정선거부패방지대(부방대)와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고발한 건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을 수사하던 박영수 특별검사 자택 앞에 찾아가 위협성 발언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일부 단체 대표들은 유죄를 선고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