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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발, 걔 존X 재수없지 않냐?” “맞아. 오늘 그 미친XX 때문에 개짱났어.”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송보경(38)씨는 길을 걷다 딸과 딸 친구들의 이런 대화를 우연히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딸과 그 친구들 무리는 공부도 곧잘 하고, 품행도 방정하다고 평이 난 나름(?) 모범생 집단에 속했는데 대화 속에서 욕을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사용했기 때문이다. 송씨는 “요즘 아이들의 욕설 사용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던데, 내 딸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욕, 지금까지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틀렸다. 요즘 어 전남대학교 대학원 린이와 청소년들은 나이와 성별, 성적, 품행 등을 가리지 않고 빈번하게 욕설을 사용한다. 김수연 경기 성남시 효성고 교사는 “시X, 존X 같은 단어는 너무 많이 써서 심하다는 인식이 들지 않을 정도”라며 “이런 욕은 선생님이 교실에 있거나, 또는 옆에서 대화를 하고 있을 때에도 일상언어처럼 사용한다”고 말했다.
안연규 경북 김천시 율곡고 동산담보대출 교사는 “개XX, X까, 지랄, 미친, 니미 XX놈 등은 예사로 교무실 앞에서도 큰소리로 내뱉으며,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도 많이 사용한다”며 “문제는 아이들이 욕을 들어도 별로 기분 나빠하지 않고, 오히려 친한 사이일수록 더 스스럼없이 사용한다는 것”이라고 요즘 청소년들의 언어 행태를 전했다.
■ 욕을 하는 이유
집합명사의예 욕은 아이들이 감정을 표현하거나 소통하는 방식 중 하나로, 부정적인 감정들을 묶어서 충동적으로 아주 짧고 강렬한 말로 해결하는 표현 방법이다. 그렇기에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익히고, 사용할 수 있다. 하고자 하는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화’가 났을 때,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 때문에 ‘분노’가 치밀었을 때 욕을 내뱉는다. 미취학아동과 초등학교 저학년인 저축은행 무직자 경우가 대체로 여기에 해당한다.
‘욕하는 내 아이가 위험하다’를 쓴 황지현 제주메디오름의원 원장은 “욕을 상습적으로 하는 아이들의 원인에 아동기와 사춘기로 나눠 생각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보통 5~11살 연령대는 부모에 대한 감정이 무섭거나 회피하고 싶거나 화가 나거나 등 이런 부정적 감정에 대한 반응으로 부모나 주변에서 듣던 욕을 사 개인파산 단점 용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며 “물건을 훔친다거나 거짓말을 하게 되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두려움이나 부정적 감정을 숨기기 위해 욕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송씨의 자녀 또래 사춘기 아이들은 사회적 집단에 소속되기 위한 수단으로 욕을 사용한다. 황지현 원장은 “또래집단에 속하기 위해 비슷한 음악을 듣고, 비슷한 외모로 꾸미고자 하는 것처럼 언어 역시 자신이 속하고 싶은 무리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사용해야만 동질감을 느끼고 깊숙히 파고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들었다.
안연규 교사 역시 “정서적으로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친구들도 또래집단 사이에서 사용하면 그 무리에 속해 있고 싶은 이유 등으로 자연스럽게 쓰는 것 같다”고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 욕 가르치는 미디어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인 2010년대 초반만 해도 미디어에서 사용하는 욕의 빈도와 내용, 수위가 지금처럼 높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미디어의 급격한 발달, 스마트폰 과다 노출 등의 영향으로 현재 우리 주변에는 욕이 넘쳐난다. 이른 나이부터 욕하는 아이들 중 다수는 이러한 미디어에 등장하는 욕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흉내내거나 따라 한 것이 습관이 된 경우다. 배우기 쉽고 전염성이 강한 욕의 특성 때문이다.
황지현 원장은 “유아기부터 아동기까지 욕에 친숙하지 않은 아이로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사춘기 때 욕 사용을 자제할 수 있는 내공이 튼튼해진다”며 “아이는 생활 속에서 부모의 말과 행동을 보고 그대로 배우기 때문에, 이 시기 주 양육자인 부모가 욕이나 부정적인 언어를 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아동 시기는 욕을 한다는 것이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욕을 쓴다는 행위 자체보다 왜 쓰는지 원인이 되는 환경이나 아이의 감정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욕하는 행동 속에 감춰진 아이들의 속내와 원인을 찾아야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 일례로 5살 이후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부모에 대한 반항의 표현으로 욕을 사용한다면 부모의 양육태도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자신의 화난 감정이 고스란히 자녀에게 표출되지 않았는지, 애정 어린 충고가 자녀에게는 끊임없는 잔소리와 짜증으로 전달되지 않았는지 살펴보는 것이 우선이다.
■ 욕, 괜찮은 걸까
욕을 부정적 감정을 풀어주는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방법(유아동)이고, 또래집단과 어울리기 위한 언어습관(청소년)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애들이 욕 좀 하는 거 갖고 뭘 그렇게 호들갑이냐’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욕이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모욕적인 말이어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불쾌한 감정을 일으키고 욕을 듣는 이의 자존감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가치관과 인식이 형성되는 시기인 성장기에 인성과 정서를 파괴할 우려도 크다. 더 나아가 신체적 폭력, 인터넷 및 게임 중독, 왕따 등 아이의 정서와 생활을 더욱 나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어 적절한 대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황지현 원장은 “아이들이 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가르쳐야 하는 이유는 우선 요즘의 욕들이 단순히 스트레스를 푸는 고전적이고 개인적인 목적을 넘어서 남에게 의도적으로 상처를 입히려는 폭력성이 욕을 매개체 삼아 집단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라며 “다른 한 가지 이유는 욕이 보다 극단적인 분노 표출로 발전하는 과도기이기 때문에 아직 욕만 사용하고 있는 상태라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수연 교사는 “욕을 하는 자신의 모습이 다른 사람한테 어떤 인성을 가진 사람으로 비춰지는지, 욕의 악영향이나 폐해를 생각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이 문제”라며 “정서에 부정적일 뿐만 아니라 본인이 난폭해지는 것을 스스로 인지한다면 욕을 자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제재와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욕 습관 줄이려면
자녀가 욕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을 땐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부정적 감정을 배출하는 수단, 또는 또래문화로 보고 이해해주면 좋을까? 언어폭력이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전조증상으로 보고 단호하게 못하게 해야 할까?
황지현 원장은 자녀의 나이에 따라 다르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아이가 욕을 했다고 했을 때 야단을 치기보다 우선 욕을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은데, 내가 사용해서 따라 하게 된 것 같아 미안하다는 감정을 솔직히 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럼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욕을 쓰는 기회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춘기의 경우 가족 간 애착관계가 적절히 형성돼 있을수록 또래집단에 의존하는 경향이 덜 하다. 따라서 가족 간 대화시간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고 이에 대해 가족이 공감해주는 시간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황지현 원장은 “이 시기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공감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가장 큰 시기”라며 “아이가 받아들이기 쉽도록 공감해주는 언어를 사용하고, 작은 일에도 인정해주고 격려해주는 부모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건 어릴 때부터 욕의 위해성을 알고 스스로 자제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자녀가 영화, 드라마, 유튜브 등에서 본 욕을 아무 생각없이 따라할 경우 그 욕이 어떤 의미인지 알려주고 사용하지 않도록 알려준다. “네가 욕을 하면 친구들은 너를 안 좋게 생각할 거야.” “욕을 하는 모습이 전혀 멋있지 않아.” 등의 대화를 하는 한편 사용하면 좋은 말과 나쁜 말을 정확히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자녀가 욕하는 모습을 봤다면, 절대 화를 내서는 안 된다. 특히 사춘기 자녀인 경우라면 반발심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안연규 교사는 “단호하고 엄격하게 이야기를 하게 되면 더 반감을 살 수 있다. 그렇다고 모른척 지나가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은 아니다”라며 “최대한 침착하게 왜 욕을 쓴 건지, 그 말의 어원과 뜻을 알고 쓴 건지 물어보고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좋겠다 정도로 대처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춘기의 경우 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욕이 주는 감정 표현의 쾌감이 있기 때문에 유혹에 빠지곤 한다. 이 경우에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 쓸 수 있는 순화된 어휘나 욕 대신 쓸 수 있는 대체어를 사용하도록 알려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김수연 교사는 “예를 들어 ‘존나’ 대신 ‘겁나’ 또는 ‘매우’로 순화해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연규 교사는 “요즘 우리 아이들은 자기의 감정과 정서를 정확하게 파악할 줄 모르고 이를 표현할 줄 몰라 극단적인 예로 슬퍼도 ‘아 시X’, 화나도 ‘아 시X’, 기뻐도 ‘아 시X’이라고 하는 경향이 있다”며 “자신의 상황이나 감정을 정확한 언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평안하다, 흡족하다, 속상하다, 참담하다, 비통하다, 밉다, 못마땅하다, 울화가 치민다, 당황하다, 몽롱하다, 애석하다, 답답하다, 불만스럽다 같은 감정언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 사회적 관심도 필요
아이들이 미디어를 비롯한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부적절한 내용에 노출되기 쉬운 시대다. 가정과 학교에서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욕을 접할 기회를 원천 차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사회적으로 욕을 덜 사용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황지현 원장은 “아이들의 정서적 악화와 폭력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연예인, 유명인 등이 솔선수범해 언어순화 캠페인에 동참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평상시 자신이 선망하던 인물이 내뱉는 역할이나 방송에서의 과장된 단어, 욕이 갖는 파급력은 너무나도 크다는 점을 사회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수연 교사는 “아이들이 욕을 사용하지 않게 하려면 사회적인 분위기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며 “아이들은 입시 스트레스만으로 상당한 중압감을 느끼므로, 이런 분위기를 개선해주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아이들이 서로서로를 (경쟁자나 이겨야 할 상대로 보기 전에) 진심으로 존중하고, 교사도 아이들을 서로 동등한 관계로 보고 인간적으로 대한다면 욕의 사용뿐 아니라 욕의 상호작용 방식도 바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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