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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야구에 미쳐 있어요.”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의 전설적인 골키퍼(골리)였던 신소정(35)은 요즘 1인 2역으로 살고 있다. 주간에는 고려대 아이스하키 팀의 골리 코치로 일하고, 오전 일찍 시간과 저녁에는 사회인 야구 선수 생활을 한다.
사회인 야구라고 우습게 보면 안 된다. 그가 소속된 야구팀 ‘리얼 디아몬즈’는 여자 사회인 야구팀에서는 독보적인 강팀이다. 지난해 열린 5개의 전국대회에서 3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신소정은 바로 그 팀에서 주전 포수이자 4번 타자를 맡고 있다. 목돈모으기저축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 시절의 신소정의 모습. 동아일보 DB



신소정이 야구를 시작한 것은 팀 스포츠 특유의 아드레날린을 잊지 못해서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때까지 공인인증서 발급 16년간 태극마크를 달았던 그는 운동을 그만둔 뒤의 헛헛한 마음을 다른 운동으로 달래려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하는 골프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리 오래 가진 않았다. 신소정은 “스피디하면서도 팀원들과 함께 하는 아이스하키를 하다가 개인 운동인 골프를 하니 크게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다 아는 지인의 소개로 4년 전 야구와 인연을 한국주택공사임대아파트 맺게 됐다.




여자 사회인 야구 팀 리얼 디아몬즈의 4번 타자 겸 포수로 활약중인 신소정의 모습. 신소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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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사회인 야구 팀 리얼 디아몬즈의 4번 타자 겸 포수로 활약중인 신소정의 모습. 신소정 제공


처음부터 포수를 했던 건 아니다. 원래 있던 포수가 아파서 나오지 못한 날이 있었는데 그날 대신해 처음으로 포수 마스크를 썼다.
아이스하키 전세자금대출 이자율 골리와 야구의 포수는 닮은 점이 많다. 마스크를 쓰고, 온몸을 장비로 감싼다는 점이 그렇다. 전체 경기를 넓은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비슷한 건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퍽이나 공을 글러브를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스하키 선수 시절 신소정은 눈앞에서 시속 100km 이상의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퍽을 잡아내거나 온몸으로 막아내야 했다. 그는 남자 선수들과도 종종 함께 훈련했는데 그때는 180km가 넘는 슬랩샷을 경험해야 했다.
그런 그에게 투수가 던지는 시속 100km 안팎의 공은 그리 부담스럽지 않았다. 신소정은 “아무래도 빠른 속도의 퍽을 받다가 상대적으로 느린 공을 받는 거였으니 그리 힘들지 않았다. 이후 포수라는 자리에 흥미를 느껴 더 재미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소정은 지난해 자이언츠배 여자야구대회에서도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수훈상까지 받았다. 오른쪽은 롯데 투수 최준용. 롯데 제공



그의 하루는 남들보다 훨씬 바쁘게 돌아간다. 그는 아침 일찍 집 근처 야구 레슨장으로 출근해 타격부터 수비, 캐치볼 등 개인 훈련을 한다. 이후 점심 때쯤 고려대 아이스하키장으로 출근해 선수들을 지도한다. 퇴근 후엔 다시 야구장에 들러 그룹 레슨을 받으며 동료들과 손발을 맞춘다.

워낙 열정적으로 야구를 하다 보니 주변에서는 여자 야구 국가대표에 한 번 도전해 보라고 권유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신소정은 “스스로 느끼기에는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 태극마크를 달 실력은 전혀 아닌 것 같다”며 “지금처럼 꾸준히 실력을 쌓아가 언젠가 도전해도 되겠다고 느껴지면 혹시라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사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사람은 적지 않다. 여자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재임했던 양상문 한화 수석코치가 지난해 그가 야구하는 모습을 본 뒤 “야구를 얼마나 오래 했나. 혹시 엘리트 선수였느냐”며 물어본 적도 있다.



신소정이 야구 유니폼을 입은 모습. 신소정 제공



처음 야구를 시작할 때 그는 “건강도 관리하고 스트레스도 풀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야구가 없는 삶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지경이 됐다. 그는 아이스하키 선수 시절 했던 식단 관리를 지금 그대로 하고 있다. 신소정은 “운동선수 출신이라서 그런지 운동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야구를 하면서 예전 아이스하키 선수 때의 행복을 다시 느끼고 있다”며 “이왕 야구를 시작한 만큼 더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신소정은 지난해 11월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자이언츠배 여자야구대회에서도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수훈상까지 받았다.

야구에서는 이제 갓 잠재력을 터뜨리려는 ‘유망주’이지만 그는 여자 아이스하키에서는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레전드’다. 일곱 살 때 아이스하키를 시작한 그는 중학생이던 2004년 대표팀에 발탁된 후 2018년 평창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때까지 16년간 태극마크를 달았다. 대표팀 주전 ‘골리’였던 그는 북한과 단일팀을 이룬 평창올림픽 때도 골문을 든든히 지켰다. 단일팀은 당시 5전 전패를 당했지만 그는 236개의 유효슈팅 가운데 210개를 온몸으로 막아냈다.



신소정 고려대 아이스하키 팀 골리 코치가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신소정 제공



그는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2013년 아이스하키 종주국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다. 당시 그는 캐나다 1부 리그의 34개 모든 팀에 자신의 경기 영상을 보냈고, 그를 선택한 프랜시스 제이비어대에 입학했다. 그는 2016년에는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북미여자아이스하키리그 뉴욕에 입단했다. 고려대 아이스하키 팀 골리 코치로 일하기 전에는 지금은 해체한 실업팀 대명 킬러웨일즈에서 골리 코치로 일하기도 했다. 현재로 유일한 남자팀 여성 코치인 그는 당시에도 실업팀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 코치였다. 신소정은 “골리 출신인 케빈 콘스탄틴 당시 대명 감독님이 편견 없이 저를 불러주셨다”면서 “고려대도 오직 실력만 보고 저를 받아주셨다. 여자 선수들에게 꿈과 희망이 전해질 수 있게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여자 선수들에게는 불모지랑 다름없던 한국 아이스하키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는 어릴 때부터 남자 선수들과 함께 운동을 해야 했다. 그가 운동을 하던 초중고 시절 한국에는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하나도 없었다. 강북중과 혜화여고를 나온 그는 남자 클럽팀에 소속돼 훈련을 했다. 그는 “혼자 여자이다 보니 운동이 끝나면 다른 선수들이 라커룸을 쓰기 전에 먼저 빠르게 샤워를 해야 했다. 서로 많이 불편했지만 큰 배려를 받았다”고 했다.
돌이켜보면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해외 진출도 할 수 있었고, 현재 남자팀 지도자로 일할 수 있었다. 그는 “남자 선수들과 함께 운동했던 건 내겐 큰 행운이었다”라며 “남자 선수들 틈에서 강하게 단련했던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신소정 고려대 아이스하키 팀 골리 코치가 야구 포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헌재 기자



2018 평창올림픽을 끝으로 선수로 빙판을 떠난 뒤 그는 잠시 다른 길을 걷기도 했다. 연기자가 되기 위해 연기학원을 다니며 오디션을 보기도 했고, 멕시코 음식을 만드는 푸드트럭을 운영하며 자영업자로 변신하기도 했다.

신소정은 “은퇴 후 그동안 해보고 싶다고 마음먹었던 걸 두루 해봤다. 그런 경험을 통해 내가 진정으로 좋아했던 건 역시 운동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다”며 “현재 맡고 있는 아이스하키 코치와 야구 선수 생활을 더 잘 해내고 싶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여자 아이스하키 팀의 지도자로도 일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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