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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야빛나송 작성일25-03-14 16:48 조회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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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노곡리 마을회관 인근에 거주하는 김명순(73)씨는 1층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폭탄이 떨어진 순간 소파가 들썩이며 사고 현장과 마주한 전면 유리가 와르르 깨졌다. 집 전체가 땅 위로 솟구쳤다가 다시 바닥으로 떨어진 것 같았다. 이곳은 폭탄이 떨어진 대전 새마을금고 지점에서 200m 남짓 떨어진 지점이다. 노곡리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민가 수십 채와 상가 등이 자리잡고 있다. 언덕 너머로 시커먼 연기가 올랐다. ‘비행기가 추락했구나’ 싶었다.



2025년 3월6일 오전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로 민가 건물들의 지 신한 붕과 유리창 등이 크게 파손돼 있다. 한겨레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갈수록 늘어나는 민간 피해
3월10일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 피해를 본 노곡리 마을회관 앞에는 잔해물을 치우는 군 장병들과 피해 접수를 하는 포천시 공무원, 재난 심리지원을 위해 나온 의료진 농협 이율 등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마을 곳곳엔 이번 오폭 사고를 규탄하는 펼침막이 붙었다. 한 상가 앞엔 ‘국민을 향해 폭탄을 투하한 공군! 이게 대한민국 공군인가!’라고 적힌 펼침막이 걸려 있었는데, 바로 그 앞에서 육군 장병들이 잔해물을 수거하고 있었다.
폭탄이 떨어진 현장에서 마을회관과 민가가 모여 있는 곳까지는 점차 지대가 낮아지는 사업자 햇살론 구조였다. 이 때문에 김명순씨의 집뿐만 아니라 높게 솟은 건물이나 앞에 충격을 막아줄 담 같은 것이 없는 건물의 창문은 여지없이 깨졌다. 마을 곳곳 창틀에 비닐을 덧대고 테이프로 붙여 막은 모습이 보였다. 건물 외벽이나 집 안에 균열이 가고 일부 파손된 곳들도 더러 보였다. 노곡리 마을엔 대부분 70대 이상 노인들이 산다. 김명순씨가 거주하던 건물을 비롯해 제2금융권취업 낡고 오래된 건물이 많아 피해가 더 컸다.



2025년 3월10일 노곡리 주민 김명순씨가 자신의 집을 쳐다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1층 유리가 깨진 곳에 비닐을 덧대어 붙여놨다. 류석우 기자


사고 직후 민간인 부상자는 15명으로 파악됐지만, 3월13일 기준 30명(중상 2명, 경상 28명)으로 늘었다. 건물 피해는 166건(전파 2동, 소파 164동)으로 집계됐다. 차량 피해도 12건 접수됐다. 현장에서 피해 접수를 하고 있는 포천시 관계자는 “피해 신고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폭 사고 현장에서 약 600m 떨어진 곳엔 초등학교도 있었다. 인근 3㎞ 이내에 위치한 유일한 학교다. 폭탄이 떨어진 시각, 포천 노곡초등학교에선 학생 40여 명이 수업을 받고 있었다. 학교 관계자는 “문이 크게 흔들려 가스 사고인 줄 알았고, 포탄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학교에 큰 피해는 없지만 학생 중 한 명이 사고 이후 계속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는 조만간 교직원과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재난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박씨의 집을 포함해 폭탄을 정면에서 맞은 민가 세 채는 폭탄 파편이 직격해 박살이 났다. 두 채는 벽과 지붕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박씨의 집은 그나마 돌로 쌓은 담이 충격을 일부 막아 피해가 덜했다. 다만 거실에만 파편 흔적이 수십 개 보였다. 박씨가 누워 있던 안방 침대까지 직선으로 날아올 뻔한 파편이 안방 앞쪽 돌담에 막힌 자국도 있었다.
“저희가 서울에서 이사 온 지 3년 됐어요. 포탄 소리 적응하는 데 딱 3년 걸렸거든요. 그런데 3년 만에 진짜 폭탄을 내려주시네요. 정말로 엄청, 엄청 깜짝 놀랐어요. 그나마 벽돌로 담을 해놔서 이 정도지, 아니었으면….” 박씨가 말을 잇지 못했다. 김명순씨는 당시의 몸 상태와 기분을 이렇게 설명했다. “충격을 받고 걷는데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서 허공을 걷는 것 같았어요. 귀가 막 멍하고 머리가 멍하고 표현을 못하겠네요. 그게 소리가 너무 크니까. 그렇잖아요. 소리가 너무 크면 귀도 멍하고 머리도 멍하고 그런 느낌.”



2025년 3월10일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에 있는 박아무개씨의 집 안방 모습. 박씨는 폭탄이 떨어질 당시 이곳 침대에 누워 있었다. 류석우 기자


70년 동안 희생 강요당한 주민들
노곡리 마을이 군 관련 피해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군 사격장이 집중된 포천시 전체로 보면 군 훈련 등으로 인한 피해는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다. 공군은 3월10일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전투기 조종사가 적어도 3차례 이상 표적을 재확인해야 했으나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군 내의 시스템 문제든, 개인의 실수든 주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거주지 인근에서 군 사격이 계속되는 이상, 언제 어디서든 위험과 마주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여전하다.
3월11일 포천시 영중면에 있는 ‘포천시 사격장 등 군 관련 시설 범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 입구엔 ‘영평사격장이 폐쇄되는 그날까지’라는 문구가 문패처럼 걸려 있었다. 사무실 신발장 한편에는 군 사격장 외부에서 수거한 탄피와 불발탄이 가득했다. 대책위 사무실 앞에 흐르는 영평천 뒤로 미8군 종합사격장인 영평사격장(로드리게스)이 있다. 1954년부터 주한미군이 부지를 공여받아 사용하는 곳이다. 1년 중 300일 넘게 포병, 전차, 헬기 등의 사격훈련이 이뤄지고 있는데, 반경 5㎞ 안에는 주민 8천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2021년부터 대책위를 이끌고 있는 강태일(61)씨와 대책위원장을 지냈던 이길연(68)씨를 이곳에서 만났다. “포천이라는 지역 주민들이 사실 반공정신이 투철해요. 그래서 사실 대한민국 국방을 위해서 70년 동안 피해를 감수하고 희생해온 거죠. 사실 (나라에서) 70년 동안 희생만 강요했지. 이제는 희생만 할 게 아니라, 안전에 대한 대책을 좀 세워달라는 거예요.” 강씨가 말했다.
포천에는 9개의 사격장이 있다. 전체 면적은 50.5㎢로, 여의도의 약 17배 정도다. 경기 북부엔 모두 93곳(116㎢)의 군 사격장이 있는데, 면적으로만 따지면 포천에 절반 가까이 몰려 있는 셈이다. 특히 이번 오폭 사고가 발생한 인근의 승진훈련장(18.4㎢)과 영평사격장(13.2㎢)은 규모가 가장 큰 축에 속한다.
평생을 영평사격장 바로 앞인 양문리에서 살았다는 강씨는 어릴 때부터 포탄 소리를 달고 살았다고 했다. “옛날에는 더 심했죠. 새벽부터 밤까지 총 쏘고 포 쐈으니까요. 주민들에게 양해 구하고 그런 것도 없었어요. 우리도 당연히 군은 그렇게 훈련해야 하는 줄 알고 감수하고 살아온 거죠.” 그러다 2014년 처음 대책위가 만들어졌다. 도비탄(총알이나 포탄이 바위나 단단한 물체에 맞고 엉뚱한 곳으로 튕겨 나가는 현상)이나 불발탄 등으로 인한 피해를 처음으로 조사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2025년 3월11일 경기 포천시 영중면 ‘포천시 사격장 등 군 관련 시설 범시민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강태일 위원장(왼쪽)과 이길연씨가 지도를 짚어가며 피해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류석우 기자


대책위는 2014년부터 이번 오폭 사고까지 군 사격 훈련 등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모두 29건이라고 밝혔다. 이 사례들은 모두 집 안으로 탄이 뚫고 들어오거나 달리던 차에 총탄이 박히는 등 피해자가 있는 경우다. 빈 농지나 임야 등으로 떨어진 도비탄이나 불발탄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29건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2008년 일동면에서 훈련 중이던 전투기가 추락한 사례도 있었다.
조사를 시작한 2014년부터 2018년까지의 피해 16건은 대부분 영평사격장의 북동쪽에 위치한 야미리에 집중됐다. 영평사격장 피탄지 뒤쪽에 야미리가 있어서다. 2014년 11월 야미리 상가에 도비탄이 떨어졌고, 2015년 3월엔 야미1리 민가에 105㎜ 대전차 포탄이 두 차례 떨어졌다. 그해 9월과 10월엔 야미2리 축사에서 M-910 탄환이 연달아 발견됐다. 이듬해에도 야미리에서 철갑탄과 대전차 포탄이 발견됐다.
대책위는 2018년까지 조사한 것을 토대로 피해가 야미리와 인근 성동리, 문암리 등에 집중된 것을 지적했다. 그러자 2018년 초 미군이 처음으로 사격 훈련을 중단했다. “하도 (야미리 쪽에) 사고가 많이 나다보니까 사격을 전면 중단한 거죠. 그때 처음으로 피해를 제대로 조사하고 미군이 사격을 축소했어요.” 당시 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이길연씨가 말했다. 이때를 계기로 미8군은 포탄을 쏘는 방향을 야미리 등 민가가 있는 북동쪽이 아닌, 민가가 없는 북서쪽으로 바꿨다. 그러나 2018년 이후에도 피해는 끊이지 않았다. 2023년 10월엔 국도를 타고 가던 차량 앞유리에 5.56㎜ 실탄이 날아와 박혔다. 이 사고 이후 미8군이 처음으로 사과하고 일부 사격 타깃을 폐쇄하겠다는 약속을 문서로 남기기도 했다.



2025년 3월10일 오전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 현장에서 공군 장병들이 파손된 민가의 잔해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부터 소음 피해 한해 보상 ‘찔끔’
이런 지속적인 피해에도 주민들이 받는 보상은 미미했다. 2022년 군소음보상법이 처음 시행되며 소음 관련 보상을 받기 시작했지만, 월 3만~6만원에 그친다. 그마저도 근무지가 사격장 인근이 아닐 경우 더 줄어든다. 이씨는 소음보다도 무서운 건 도비탄처럼 언제 날아들지 모르는 안전에 대한 우려인데, 이에 대한 보상은 전혀 없다고 호소했다. “영북 쪽, 특히 이제 야미리나 문암리, 대회산, 소회산 쪽은 지금 아무런 보상을 못 받고 있어요. 이쪽은 소음은 덜하지만 도비탄이 많단 말이에요. 도비탄은 눈이 안 달렸어요. 아무 데나 떨어지거든요. 그래서 소음보다도 더 무서워요. 그런데 이런 지역에 대해선 아무런 보상도 (대책도) 없어요.” 이씨가 말했다.
이들은 당장 모든 사격장을 없애라거나, 부대를 이전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강씨는 “이제는 중앙정부 차원이라든지 국회에서 특별법을 만들든지 최소한의 배려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라며 “피해를 본 당사자들에게만 보상해주면, 포천시의 이미지 실축에 대한 부분은 누가 보상해주느냐. 이제는 직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천 주민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와 소음 피해만 있는 것도 아니다. 군 사격장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2014년 한국지반환경공학회에 실린 ‘경기도 북부지역 군용 사격장 토양에 존재하는 화약물질 분포 및 이동 특성 조사’를 보면, 경기도 북부지역 5개 군 사격장 피탄지에서 티엔티(TNT)와 아르디엑스(RDX) 두 화약물질의 빈도와 농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탄지 인근 개천에서도 화약물질이 검출돼 강수에 의해 오염토사가 지속적으로 유출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김휘중 토양 및 퇴적물 오염 복원 센터장은 우리나라 주요 군 사격장이 중요 하천 상류에 위치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외 사격장 대부분이 4대강 상류 지역에 있어요. 군에서 사격하면 땅에다 하잖아요? 그럼 탄두가 훼손되면서 구리나 납, 철 등이 토양오염을 일으켜요. 그리고 비가 오면 사격장이 대부분 나무 같은 것들이 없다보니 다 주요 하천으로 흘러들어가는 구조입니다.”
김 센터장은 특히 불발탄 오염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벌컨포나 전차포, K-9 등과 같은 탄들은 중금속뿐만 아니라 다양한 화약물질이 많은데, 불발탄이 된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산화한다”며 “금속이 산화하면서 그 안에 있던 화약물질이 나와 생태계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이어 “다락대 사격장(포천 창수면) 인근 하천이나 호수가 빨갛게 변한 사례가 많은데 TNT 물질들이 산화되어 빨갛게 변한 것”이라며 로드리게스 사격장이나 승진과화학훈련장도 이미 주변 생태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도 군 사격장의 토양오염이 심각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24년 10월 한겨레 보도를 보면, 사격장이 있는 군부대에서 납이 기준치의 최대 42배가량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군 사격장은 산불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산림청이 2025년 2월 발간한 ‘2024년 산불통계 연보’를 보면, 지난 10년간(2015~2024년) 군 사격장으로 인한 산불은 연평균 42건 발생했다. 면적으로 따지면 94㏊로, 매년 여의도 3분의 1에 해당하는 산림이 군 사격 훈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불로 사라지는 셈이다. 특히 2016년엔 군 사격장에서 발생한 산불로만 307㏊의 피해를 보았는데, 그해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이 378㏊였다.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 81%가 전부 군 사격장에서 발생한 것이다.
토양오염에 산불까지… 포천 주민은 죄인인가
이길연씨는 “산불은 그냥 수도 없이 나는 것”이라며 “사격만 하면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태일씨도 “1년에도 몇 번씩 난다. 산불은 우리에겐 일상”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이씨가 한마디를 덧붙였다. “에휴, 우리가 여기 사는 게 죄지.”
포천(경기)=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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