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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첫째아이 나경이가 다니는 '실상사작은학교'의 졸업식이 있었다. 실상사작은학교는 불교계 대안학교로 중,고등학교 합쳐서 5년을 다닌다. 나경이는 2학년(만 14세)이다. 지리산자락 한가운데 자리 잡은 학교는 멋진 풍경만큼이나 좋은 행사가 많다.
이틀간 진행하는 자서전발표와 졸업식이 그중 하나다. 졸업하는 5학년 아이들은 졸업식 날 직접 쓴 자서전을 발표한다. 40~50장이나 되는 긴 이야기를 써서 자서전을 엮은 17~18세의 아이들이 정말 대단하다.
올해 졸업생은 7명. 첫날 저녁에 졸업생들이 돌아가며 자기가 쓴 글을 낭독했다. 차갑고 어두운 강당 안에 따뜻한 노란 조명이 무대 위 아이들을 비춘다. 강당 아래에 귀를 기울이는 50여 무직자전세금담보대출 명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았다.
천천히 떨리는 목소리로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읽는다. 아주 어릴 때 일부터 최근 것까지 기억을 더듬어가며 써 내려간 글은 오염되지 않은 순결한 하나의 작품이다.

어느 구절에서는 낭독하는 이가 눈물이 나 읽기를 멈췄고, 듣는 이도 공감하여 훌쩍거리며 작은 응원의 대학생당일대출 박수를 보냈다. 또 다른 구절에서는 깔깔 웃음이 터졌다. 한겨울 난방이 되지 않는 강당은 그 어느 때보다 후끈해졌고, 나는 입고있던 패딩을 벗었다. 그날 졸업한 아이들은 또 다른 모험을 찾아 학교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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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로지 나만 - 2025 볼로냐라가치상 스페셜 멘션, 사라 룬드베리(지은이), 김아영(옮긴이)


ⓒ 봄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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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룬드베리 그림책 <오로지 나만>은 아이의 모험을 그린다. 주인공 소년은 엄마와 같이 놀러 간 강가에서 모래로 자기만의 세상을 짓는다.


"엄마는 부두고, 나는 배예요."
"그래에....."
"그리고 배는 부두에 단단히 묶 보금자리론 갈아타기 여 있어요."


소년은 부두에 묶여있는 배 매듭을 엄마 도움 없이 스스로 풀어낸다. 나 말고는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세상을 향한 모험을 그제야 시작한다. 나무가 울창한 밀림 속 사슴을 보고, 벌목꾼을 본다. 마을에서는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아저씨, 꽃을 가꾸는 아줌마를 지난다. 도시 한가운데 다양한 집을 구경하고, 신나는 워터파크에서 마음이 통하는 친구도 만난다. 놀다 헤어진 소년의 손에는 작은 씨앗 하나가 있다.

다시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 그러다 소년은 아찔한 폭포 밑으로 떨어진다. 소년을 구해주는 세 요정. 이들은 소년의 모험을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었다. 물에 젖어 떨고 있는 소년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것은 엄마 옷과 같은 꽃무늬 담요다. 세 요정의 도움으로 소년은 다시 배를 타고 떠난다. 그리고 엄마에게 돌아왔다.

"엄마 그거 알아요?"
"뭘?"
"내가 세상을 한 바퀴 돌고 왔어요."


소년은 집에 돌아와 씨앗을 심고 잠이 든다. 어느새 찾아온 세 요정은 씨앗 주위를 돌며 춤을 춘다. 마치 새로운 모험의 싹을 틔우려는 듯이.

작은학교의 자서전 발표회와 졸업식은 아이들의 새로운 모험의 출발을 축하해주는 자리이다. 알고보니 우리 아이들에게는 수많은 아름답고 멋진 부두가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모험을 언제나 따뜻하게 지켜봐주는 요정같은 이들이 있다. 학교 선생님, 실상사 스님 그리고 학교 모든 아이들을 내 아이라고 생각하는 전국 각지의 부모.
뜨거운 열기로 가득찼던 자서전 낭독회 다음날, 졸업을 축하하며 실상사 스님 한 분이 말했다. 쉬고 싶을 때나, 지쳤을 때나, 하고 싶은 게 뭔지 잘 모르겠을 때 언제고 오라고. 실상사에서, 마을에서, 학교에서, 너희들을 반갑게 맞아주겠다고.
얘들아. 이 아름답고 멋진 부두 안에서 언젠가 네 스스로 매듭을 풀고 배를 띄우렴. 울고 웃고 슬프고 아름다운 너의 모험을 하면서 오로지 너만의 자서전을 한 장씩 완성하렴. 그 모든 모험을 지켜봐 주고 기다려 주는 부두와 요정이 여기 있을 테니. 힘들 때면 언제고 와서 쉬어가기를.
저 멀리 푸른 바다로 작은 배가 떠나간다.
덧붙이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