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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가 심하다지만 어김없이 봄은 오고 꽃은 핀다. 기다림이 긴 만큼 조바심이 생긴다. 슬슬 봄꽃 여행을 계획할 때다.

오래된 사찰과 강변에… 남도의 매화 잔치
매화는 추위 속에서 고고한 자태로 화사하게 꽃을 피우는 봄의 전령이다. 남도에서 대표적인 곳이 전남 순천 금둔사와 광양 매화마을, 곡성 보성강이다.
순천 금둔사는 양지바른 남향이어서 홍매화와 청매화가 어느 곳보다 일찍 망울을 터트리는 곳이다. 9세기 통일신라시대에 창건한 것으로 추정되는 천년 고찰로 스마트폰개통확인 낙안읍성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금전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도로 바로 옆이어서 힘들게 오르지 않아도 된다. 100그루 넘는 매화가 전각과 어우러져 멋스러움을 자아내는데, 그중에서도 여섯 그루는 ‘납월매’라 불린다. 일반 매화보다 한두 달 빠른 음력 섣달에 꽃을 피우는 매화라는 의미다.



신한생명텔레마케터 순천 금둔사 매화가 담장 위에 곱게 피어 있다.





순천 낙안읍성 창가에 매화 가지가 늘어져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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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매화 백매화가 어우러진 광양 매화마을. 올해 매화축제는 3월 7일부터 16일까지 예정돼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광양 매화마을은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명소다. 2월 말부터 섬진강 주변 산자락이 눈이 내린 듯 하얀 매화꽃으로 뒤덮인다. 청매화, 홍매화, 능수매화에 산수유 소상공창업박람회 까지 어우러져 가장 화려한 봄을 선사한다. 곡성 보성강은 섬진강 지류다. 약 18km 자전거길 주변에 매화꽃이 피면 봄물 오른 강 정취가 그만이다.
구례 화엄사, 순천 선암사, 강릉 오죽헌, 장성 백양사 매화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구례 화엄사의 홍매화는 ‘화엄매’라 불린다. 수령 300년을 자랑하는 화엄매는 색이 유난히 짙고, 두 대출상담센터 줄기가 꼬인 채로 꽃을 피워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순천 선암사는 여러 꽃나무 중 홍매화가 가장 먼저 핀다. 수백 년 된 20여 그루의 매화가 짙은 꽃 향기를 풍기는데, 그중에서 자태가 풍성한 한 그루는 ‘선암매’라 불린다.



이끼 낀 고목에 붉은 꽃잎이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구례 화엄매. 올해는 3월 10일부터 30일까지 화엄매 콘테스트가 예정돼 있다. 왕태석 기자





원통보전 담장을 따라 터널을 이루는 순천 선암사 선암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백양사 경내를 환하게 밝히고 있는 고불매. 내장산국립공원 제공





울진 산골 매화면은 눈이 잦은 지역이라 운이 좋으면 3월까지 설중매를 감상할 수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강릉 오죽헌의 매화나무는 율곡 이이가 어머니 신사임당과 직접 심고 가꾼 것으로 알려져 있다. 600여 년이 된 ‘율곡매’가 곧고 단정하다. 장성 백양사는 사찰 이전 과정에서 살아남은 350년 된 홍매화 한 그루 ‘고불매’가 고귀한 자태를 뽐낸다.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색다른 매력을 자아내는 나무다.
울진 매화면은 의외의 매화 명소다. 가로수로 심은 홍매화가 이르면 2월 중순부터 진분홍 꽃잎을 터트린다. 3월까지 눈이 자주 내리는 지역이라 운이 좋으면 순백의 산자락을 배경으로 설중매를 즐길 수 있다. 마을 안길은 주택 외벽과 학교 담장까지 골목 전체가 이현세 만화로 장식돼 있다. 특히 매화중학교 250m 담장을 따라 ‘공포의 외인구단’을 축약한 그림이 압권이다.

처연해서 더 아름다운… 동백에서 춘백까지
동백은 겨우내 피고지기를 거듭하고 3월 말까지 붉고 싱그러운 자태를 뽐낸다. 그러곤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꽃송이를 툭 떨어뜨려 바닥을 붉게 물들인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백숲으로 강진 백련사와 고창 선운사가 있다.



강진 백련사 동백숲에서 한 여행객이 떨어진 꽃잎으로 부도를 장식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백련사 동백숲에서 여행객들이 떨어진 꽃을 모아 하트 모양으로 장식해 놓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고창 선운사 동백은 4월까지 피기 때문에 춘백으로 불린다.


백련사는 다산 정약용이 유배 생활을 한 곳으로, 1,500여 그루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사찰에서 다산초당으로 걷다 보면 번들거리는 동백숲 사이로 다도해가 어른거린다. 바닥을 붉게 물들인 꽃송이가 곱고도 처연하다. 고창 선운사 동백숲은 화재로부터 전각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했다. 대웅전 뒤편 산자락을 3,00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병풍처럼 울창하게 둘러싸고 있다. 4월까지 꽃을 피워 춘백이라 부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찾아 가기 힘든 이들을 위해 승우여행사(swtour.co.kr)가 남도의 명소를 찾아가는 ‘봄꽃 여행’을 운영하고 있다.

진정한 봄의 전령사 복수초
손톱만큼 얼굴을 내미는 야생화는 눈에 잘 띄지 않을 뿐 진정한 봄의 전령이다. 노루귀, 변산바람꽃 등은 어느 식물보다 일찍 꽃을 피우지만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꽃송이가 제법 큰 복수초는 대개 무리지어 피어나 뜻하지 않게 기쁨을 선사한다.
여수 돌산읍에 숨겨진 복수초 군락이 있다. 향일암 조금 못 미쳐 율림치에서 성두마을로 내려가는 산자락이다. 도로에서 군락지까지는 알음알음 오르내린 발길에 자연스럽게 길이 생겼다. 5분 정도 오르면 회색빛 숲을 노란 복수초가 화사하게 밝히고 있다. 여기저기 피어난 군락에 벌까지 잉잉거리면 겨울 산이 이미 봄이다.



여수 율림치 산자락에 핀 복수초가 갈색 숲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지난 1월 31일 천리포수목원에 풍년화가 피어 있다. 천리포수목원 제공





천리포수목원에서는 흰 동백을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동백을 볼 수 있다. 천리포수목원 제공


태안 천리포수목원은 야생의 봄꽃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풍년화는 이달 초부터 개화했고, 복수초도 환하게 망울을 터트렸다. 갖가지 동백도 함께 볼 수 있다.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