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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넘어서는 데드크로스가 2020년에 현실이 됐다. 아기 울음소리는 뜸해졌다. 지난 24일 정부가 공개한 저출생 통계 지표에 따르면 2001년 1.3명이던 합계 출산율이 2023년 0.72명까지 하락했다. 대한민국 국적 출생아는 같은 기간에 55만9934명에서 23만28명으로 반 토막이 났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국가 소멸 위기”라고 우려할 정도다.
2022년 국내 최초 인구 전문 민간 연구 기관인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하 한미연)이 발족했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과 뜻을 함께하는 기업인들이 출연해 설립했고, 27기업이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 연구원을 이끄는 사람은 통계청장을 지낸 여성 경제학자 이인실(68) 원장. 저출생 문제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민간 사령관이 마이카대출 다. 지난 13일 한미연 사무실에서 만난 이 원장은 “경제학자로서 소신을 버렸다”고 말했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은 “인구 경영이 기업의 존폐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주민욱 영상미디어 기자


◇애 잘 키우 고지훈중고차 는 기업이 산다
-그게 무슨 뜻인가요?
“저출생 문제를 붙잡고 보니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담을 수 없는 복잡다단한 사회적 현상을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토론을 거쳐 이론을 수립하는 학자가 아니라 당장 직원 구하기도 어려운 ‘기업’과 애를 직접 낳아 키워야 하는 ‘개인’의 마음을 잡기 위한 저출생 대책을 고 임야 민하고 있어요. 책상머리에 있다가 현장에 뛰어든 거예요.”
-기업들이 연구원까지 만들어 저출생 문제를 고민해야 하나요?
“저출생 피해를 직접적으로 보는 게 기업이니까요. 당장 인력 조달이 어렵고, 장기적으로 인건비가 오르면 상품 가격도 상승해 해외 경쟁력이 약해집니다. 인구 경영이 기업의 존폐를 결정하는 시대예요.”
심리적성검사 한미연은 지난 8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인구 위기 대응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인 ‘EPG 경영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종전 ESG에서 기업의 사회적 기여도를 의미하는 S(Social)를 인구 위기 대응 지표인 P(Population)로 대체한 것이다. 300기업을 대상으로 육아휴직 및 유연 근무제 도입 여부뿐 아니라, 직원들이 실제로 얼마 청약저축 금리 나 활용하고, 복직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에 따라 P 항목의 점수를 매겼다.



한반도미래연구원이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펼친 캠페인 포스터.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EPG가 중요한 이유는 뭔가요?
“ESG에서 S는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활동 지표 등을 반영한 거예요. 그런데 한국이 지속되려면 인구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하잖아요. 애 잘 키워주는 기업의 지속성이 더 높다는 뜻입니다.”
-저출생 문제가 왜 이렇게 심각한가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우리나라가 너무 빠르게 악화된다는 건 큰 문제입니다. 서구 사회에서 300~400년에 걸쳐 이룬 산업화를 60년 안에 해치운 것처럼, 저출생 문제도 압축적으로 온 거죠. 프랑스가 팍스(PACS·시민 연대 계약)나 가족 수당 금고 등으로 새로운 가족 형태에 천천히 적응해 왔다면 우리는 그 기간이 너무 짧아요.”
-실제로 젊은 층은 결혼을 손해로 인식하는 것 같은데.
“과거 남성이 밖에서 벌이를, 여성은 가정을 책임졌다면 지금은 남녀가 그 두 가지를 같이하는 세상이 됐습니다. 가족이 파괴되면서 같이 애를 키워줄 조부모나 친척도 없으니 경제학적으로 따졌을 때 출산이나 양육은 이익보다 비용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 원장은 현재 저출생 문제는 ‘2030 여성들의 반란’이라고 했다. 대체 누구에게 항의하고자 애를 낳지 않는다는 것일까? 그는 “여성 1세대의 복수를 지금 세대가 해주나 싶을 정도”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0월 인구동향'을 보면 지난 10월 출생아는 2만 1398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520명 증가했다. 10월 기준으로 2010년 이후 최대 증가율이다. 사진은 지난 26일 인천 미추홀구 아인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신생아들을 돌보는 모습. /뉴스1


◇“엄마처럼 살지 마라”
이 원장은 한국경제연구원 금융재정연구센터 소장에서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 실장,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를 거쳐 이명박 정부 때 우리나라 최초 여성 통계청장을 지냈다. 국내 여성 1세대로서 어딜 가나 ‘최초’ ‘유일’ 타이틀을 지녔던 인물. 그런데 복수라니?
-잘나가는 워킹맘이셨잖아요?
“실상은 달라요. 노벨 경제학상 받은 교수들 밑에서 유학까지 하고 왔더니, 연구소들이 ‘여자는 안 뽑는다’며 손을 저었어요. ‘애 키우느라 시간 안 뺏길게요’라고 거의 빌어가며 직업을 구했습니다. 우리 세대가 ‘나처럼 살지 말라’며 키운 딸들이 지금 애를 안 낳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싶기도 해요.”
의아했다. 이 원장은 후임 황수경 통계청장이 문재인 정부 때 청와대의 통계 자료 요구를 거부하다가 경질되자 “통계가 마음에 안 든다고 통계청장을 경질하는 것은 충격적”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호승 당시 경제수석이 “경제학자들이 위기를 조장한다”고 하자 “경제학자들은 양치기 소년이 아니다”라고 반박할 만큼 강단이 있었다. 그런 그도 육아에 쩔쩔매던 시절이 있었다니.
이 원장은 “여성이라 좀 세게 말해야 의견이 전달되는 측면이 있었다”며 “너무 힘들어서 다 관두고 애나 키울까 하는 생각을 안 해본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교 문화권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초저출산(합계 출산율 1.3명 이하)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게 중요한 대목”이라고 했다. 대만, 싱가포르, 홍콩과 한국처럼 도시화율이 높고, 좋은 일자리를 찾는 경쟁이 심한 가운데 내 집 마련, 노부모 봉양 등 유교적 부담이 현존하는 국가들에서 청년들이 애를 낳지 않는 현상이 심해진다는 것이다.
-여성 인권이 나아졌다고 하잖아요?
“우리나라 전체 여성의 경제 참여율은 OECD 중하위권입니다. 2030대 여성의 사회 활동이 늘어났을 뿐이지요. 그마저도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었을 뿐 환경이 바뀐 것은 아닙니다. 가사 책임을 여성에게 지우는 유교적 문화에다 기업 문화도 여전히 배려가 부족하죠. 이코노미스트가 내놓는 유리 천장 지수는 올해도 12년 연속 한국이 최하위였고, 우리만큼 여성과 남성의 임금 격차(31%)가 큰 나라도 없습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이 저출생의 이유인가요?
“출산율이 뚝 떨어진 시기가 2015년이에요. 이유는 여럿이겠지만 당시 부동산 가격이 확 오른 것도 큽니다. 남성은 직장이나 주택 마련 같은 경제적 이유로 비혼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요. 경제적, 사회문화적 요인이 남녀 모두에게 복합적으로 작용해 저출생 문제로 나타났지요.”
실제로 ‘집값’은 저출생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2014년까지 1%대였던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2015년 5%대로 올라서더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 13.56%까지 폭등했다. 2020년과 2021년에도 13%, 16.4% 뛰었다. 국토연구원은 첫아이 출산을 결정하는 요인 중 ‘주택 매매·전세가(30.4%)’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서를 냈다. 한국은행은 집값을 2015년 수준으로 떨어뜨리면 출산율이 반등할 거라고 분석했다.
-집값을 잡으면 되나요?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와 과열된 사교육 경쟁도 바꿔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등을 포함하는 ‘좋은 일자리’가 14%밖에 되지 않아요. OECD 평균(40%)의 절반에도 못 미치죠. 2년마다 계약하는 비정규직 비율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한 공부 기간이 길어지고, 육아휴직으로 인한 경력 단절이 장기적 수입에 영향을 미치니 애를 낳지 않는 겁니다.”
우리나라 비정규직 비율은 2024년 기준 38.2%. 10년 전보다 6%p 올랐고, 인원으로 보면 233만5800명이 늘어났다. 그만큼 고용 불안정성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은 "1990년대생들이 가임기인 5년 안에 지원을 집중해야 출생률 반등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주민욱 영상미디어 기자


◇골든타임 5년 남았다
정부는 지난 6월 ‘인구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육아휴직 급여를 월 최대 250만원까지 인상하고 근로시간 단축 대상을 만 12세로 확대하는 등 지원 방안을 쏟아냈다. 인구전략기획부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좀 더 손에 잡히는 정책을 내놔야 해요. 난자 냉동 등에 대한 지원을 결혼을 하지 않은 20대까지 확대하고, 지금처럼 찔끔찔끔 돈 주는 대신 애 낳으면 한 달에 100만원씩 18세까지 직접 지원하겠다 같은 파격 지원이 필요해요.”
-정부 예산은 한계가 있을 텐데요.
“저출생 해결의 골든타임은 5년밖에 안 남았습니다. 현재 가임기인 1990년대생까지만 해도 연간 60만명이 태어났지만 2002년에는 연간 40만명대, 2017년부터는 그마저도 무너졌어요. 1990년대생들이 가임기인 5년 안에 지원을 집중해야 출생률 반등 효과가 나타날 거예요.”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2004년 건강가정기본법을 만들 당시, 국회에서 ‘건강’ 자를 꼭 넣겠다고 우기더라고요. 그들 마음속엔 ‘건강한 가정’과 아닌 가정이 존재하는 겁니다. 매일 싸우는 엄마 아빠보다 애 잘 키우면 좋은 가족, 그게 동거하는 연인이나 한 부모 가족이라도 애만 잘 키우면 상관없다는 ‘동반 가족’ 개념을 저희는 제안합니다.”
-입양이나 이민을 활성화하면요?
“우리는 아직도 애를 수출하는 나라입니다. 입양이 아동 학대 등 부작용을 일으킬까 걱정하지만 사회 재생산 시스템이 무너진 상황에서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죠. 비혼 출산도 폭넓게 인정해야 합니다.”
이 원장은 그러나 이민에 대해서는 “우리는 이민을 저렴한 노동력 대체 수단으로 보는 측면이 강하고, 해외에서도 이민을 통한 인구 증가 효과가 크지 않았다. 다문화 수용성이 높지 않은 국가인 만큼 현재 인력 운용에 더 집중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4 인구경영 우수기업 시상식에서 수상기업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정운찬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이사장과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 /뉴스1


-경제학자로서, 저출생 문제에서 가장 집중해야 하는 숫자는 뭔가요?
“현재 30%를 넘은 1인 가구 비율입니다(2022년 34.1%였던 1인 가구는 2052년 41.3%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출생률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혼자 갇혀 사는 사람이 많아진 거예요. 남혐·여혐 갈등이 심해지고, ‘출산이 맞느냐 출생이 맞느냐’ 같은 소모적 논쟁으로 서로 갈등합니다. ‘나만 소중하다’는 교육이 공동체를 약화하고, 결혼과 출산을 희생이라 여기게 하죠. 꼭 부부가 아니더라도 서로 참견하며 더불어 사는 나라가 오래갑니다.”
이 원장은 또 이렇게 말했다. “젊을 땐 여성이라 피해를 보았다는 생각만 해왔는데, 여성이라 혜택 받은 부분도 분명히 있더라고요. 시부모, 친정 식구들, 다 같이 키워 장성한 애가 둘입니다.” 그의 사무실 벽에 붙어 있는 구호가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기업이 인구 회복의 길에 앞장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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