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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1762~1836)이란 대(大)학자를, 많은 사람들은 그저 ‘실학자이자 목민심서의 저자’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다산을 연구할 때 주로 ‘애민(愛民)’이란 주제로 접근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 대표적인 다산 연구자인 고전학자 정민(64) 한양대 국문과 교수의 접근법은 달랐다. “다산은 과연 지식(knowledge)을 어떻게 경영(management)했는가?”
세계가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던 25년 새마을금고 신협 전, 정민은 18세기 조선 지식인을 연구하던 젊은 학자였다.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고 지식을 어떻게 편집해야 하는지가 21세기의 화두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18세기도 그런 고민을 하던 시기였습니다. 유럽과 조선이 마찬가지였죠.” 박지원과 이덕무를 거쳐 ‘지식정보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다산을 만나게 됐다.
근본적인 경기지방중기청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다산이란 사람은 18년이라는 전남 강진의 유배 생활 동안 그렇게도 다양한 분야의 책 500여 권을 어떻게 써낼 수 있었나? 그게 가능한 일인가?” 온갖 고전의 주석부터 지방 행정 지침서라 볼 수 있는 ‘목민심서’, 형법을 다룬 ‘흠흠신서’, 제도 개혁에 관한 ‘경세유표’, 지리서 ‘아방강역고’에 의학서인 ‘마과회통’까지 다산의 저작 소액결제 대출 은 그 범위가 바다처럼 넓었다.
그 메커니즘을 파헤친 끝에 정 교수는 2006년 연구서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을 출간했다. 다산이 저서를 쓰는 프로세스는 이런 것이었다. ①평범한 질문을 바꿔서 ‘이게 뭐지?’ ‘왜 이럴까?’ ‘그게 맞아?’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②거기서 핵심 가치(core value)를 뽑아낸다. ③그것에 맞는 자료(so 햇살론 연체 urce)가 어디 있는지 찾는다. ④목차(index)를 만들어 벽에 붙여 놓고 수정 작업을 거친다. ⑤카드 작업을 하고 분류(sorting) 작업을 한다. ⑥꼭지별로 가제본을 만든 뒤 ⑦자신이 ‘빨간 펜’으로 첨삭을 한다. 이 같은 체계적인 작업을 거쳐 대작이 하나씩 나오게 됐는데, 용례가 많이 나올 경우엔 따로 뽑아 ‘흠흠신서’ 같은 계획에 없던 책을 만 대출이자비교 들었다.
“한마디로 정보 편집의 대가였던 것이죠. 당시 조선 지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다빈치 같은 전방위적 지식인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정 교수가 연구 과정에서 놀란 부분이 또 하나 있었다. “그때까지 저 자신이 해 왔던 정보 분류 작업과 여러 부분에서 비슷한 점이 있었던 겁니다.”
그는 여러 자료들을 주제별로 파일에 수록한 뒤 병원용 파일 거치대를 구입해 그 많은 파일들을 360도로 돌려 찾아볼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이런 도구만 없었을 뿐 다산은 이미 그 방식을 채택했던 것이다. 다산의 노하우를 알게 된 뒤 정 교수는 ‘목차를 세우는 방식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고, 고전학 연구에 응용하게 됐다.
이렇게 다산과 인연을 맺은 뒤, 정 교수는 전국 어디라도 찾아가 자료를 찾았고, 기록만 있을 뿐 실체가 없던 자료도 끝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했다. 편지 200여 통과 책 수십 권이 새로 나왔다. 그 과정에서 ‘다산 증언첩’ ‘삶을 바꾼 만남’ ‘서학, 조선을 논하다’ ‘다산의 일기장’ 같은 연구서가 끝없이 출간됐다. 차(茶)에 대한 다산의 관심을 추적하다 연구 분야가 넓어졌고, ‘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 ‘한국의 다서’도 쓰게 됐다.
한번은 다산의 친필 편지를 보기 위해 월출산 자락을 물어물어 찾아갔다. “누구신지…?” 마루에서 뜨악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는 집 주인의 탁자에 다산 관련 책 한 권이 펼쳐져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저 책 쓴 사람입니다.” 돌연 얼굴색이 바뀐 집 주인은 자료를 마음껏 보게 해줬고, 다산의 저서 ‘동다기’의 존재가 밝혀지게 됐다.
정 교수는 “오늘날 정보화·AI 시대에 지식을 다루는 메커니즘에 다산의 방법을 적용한다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산을 ‘한때 천주교인이었으나 배교자가 된 사람’으로만 치부한다면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고도 했다. “젊은 다산을 들여다보니 천주교를 빼면 남는 게 별로 없을 정도였습니다.” 1795년 중국인 주문모 신부가 서울 계동에서 미사를 집전할 때 포도대장이 현장을 덮쳤으나 주 신부는 이미 도피한 뒤였는데, 정 교수는 그날 미리 계동으로 전력질주해 ‘어서 피하라’고 알려준 사람이 이미 배교한 뒤의 다산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가 본 다산은 이런 사람이었다. 인간적으로는 까칠한 면도 있었고 젊은 시절엔 다혈질이었다. 얄미운 면도 곰살궂은 면도 있었다. 그러나 늘 정면돌파형이었으며 돌아가지 않았고 비굴하게 타협하려 하지도 않았다. 인생의 어느 국면에서든 옳고 그름이 맞물렸을 때 명확한 시비(是非)의 기준이 있었다. “저는 늘 그를 닮으려고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너무나 많았지만요.” 오래도록 소장파 학자로 알려졌던 정 교수도 어느덧 내년이 정년이다. 한강 건너편에 새 연구실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했다. 아마도 새로운 ‘강진 초당’이 될 것이다.
“옳은 것을 지켜 이로움을 얻어라”
정민 교수가 꼽은 다산의 한마디



다산 정약용


다산 정약용의 숱한 어록 중에서도 정민 교수가 꼽는 말이다. 다산은 한 편지에서 ‘천하에는 시비(是非·옳고 그름)와 이해(利害·이로움과 해로움)의 저울이 있다’고 한 뒤 ‘옳은 것을 지켜 이로움을 얻는 것’을 으뜸으로 꼽았다. 다음으론 ‘옳은 것을 지키다가 해로움을 얻는 것’ ‘그릇됨을 따라가서 이로움을 얻는 것’ ‘그릇됨을 따르다 해로움을 얻는 것’의 순위였다. 정 교수는 “첫째는 드물고 둘째는 싫어 셋째를 하다가 넷째가 되고 마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삶”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