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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대형 산불이 엿새째 확산 중인 가운데 이미 불길이 휩쓸고 간 알타데나 주택가에 불에 탄 자동차들이 처참한 광경을 드러내고 있다. 박홍용 기자



[서울경제]

12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을 출발해 알타데나를 향해 북동쪽 청약예금 1순위 으로 40분가량을 달리자 나무 타는 매캐한 냄새가 차 안으로 밀려들어왔다. 알타데나는 대형 산불의 진원지 중 하나인 ‘이턴 산불’의 최대 피해 지역이다.
평지에 자리한 주택들은 비교적 멀쩡한 외관이었지만 언덕 위로 올라서자 잿더미로 변한 건물들이 화마가 할퀴고 간 상처를 고스란히 내보였다. 엿가락처럼 휜 철재 울타리와 냉장고 등 가전제품, 대출 거치기간 타다 만 각종 건축자재들을 바라보니 핵폭탄이 떨어진 후 폐허로 변한 도시로 들어선 듯 참혹했다.
형체만 겨우 남은 주택 앞에서 만난 조지프 허튼 씨는 “아포칼립스(세계 종말) 영화 속에 들어가 있는 것과 같은 비현실적인 상황”이라며 “40년 넘게 살아온 집인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망연자실해 했다. LA에 36년째 살 주의하셔야 고 있는 한인 이 모 씨는 “매년 겨울에 비가 내려 가뭄을 해소해줬는데 올겨울처럼 비가 안 온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LA 산불이 엿새째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지역은 진화에 진척을 보였지만 ‘이턴 산불’의 진원지인 알타데나와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의 ‘팰리세이즈 산불’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특히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알타데나는 서울 소상공인 LA 카운티의 5개 산불 가운데 가장 피해가 크다. 소실 면적만 57㎢에 이르며 불에 탄 건물은 7000채에 달한다. 이날 저녁 8시 30분 현재 이턴 산불의 진화율은 27%, 팰리세이즈 산불의 진화율은 11%에 그친다.
캘리포니아는 물론 콜로라도 등 미국 내 9개 주와 멕시코에서 달려온 소방 인력 1만 4000명과 소방차 1354대, 주택공사 임대아파트 항공기 84대가 투입돼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의 주요 소화전은 이미 물이 고갈됐고 샌타 이네즈 저수지도 수리를 이유로 폐쇄된 상태여서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소방 당국은 태평양에서 물을 퍼올려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바닷물의 염분으로 인해 피해 지역 생태계가 훼손되고 이후 복원도 어렵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문제는 산불이 발생한 이들 지역에서 다시 한번 ‘악마의 바람’으로 불리는 샌타애나 강풍이 예고됐다는 점이다. AP통신에 따르면 국립기상청은 15일까지 화재 상황에 대해 적색경보를 발령했으며 돌풍을 예보한 상태다. 기상청은 이 기간 풍속이 시속 50마일(80㎞/h)에 달하고 산에는 돌풍이 불어 시속 70마일(113㎞/h)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기상학자들은 14일을 가장 위험한 날로 꼽고 있다. 기상학자 리치 톰슨은 “매우 강한 돌풍과 건조한 대기, 그리고 매우 마른 수풀로 인해 여전히 매우 위험한 화재 기상 조건이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팰리세이즈 산불이 방향을 틀어 북동쪽으로 번지면서 내륙의 주요 시설을 위협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LA의 손꼽히는 관광 명소인 게티센터가 대피 대상 구역에 포함됐다. 현재 소방관들은 게티센터와 가까운 맨더빌 캐니언에서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게티센터 동쪽에 인접한 UCLA에는 아직 대피 경보가 내려지지 않았지만 학교 측은 17일까지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대학 인근에 있는 부촌 벨에어와 베벌리힐스 주민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오후까지 엿새간 이어진 산불로 샌프란스시코보다 넓은 면적인 약 160㎢가 불에 탔다. 피해도 계속 늘어 사망자가 24명으로 증가했으며 불에 탄 건물만 1만 2300여 채에 달하고 있다. LA 카운티 검시관에 따르면 사망자 중 8명은 팰리세이즈 산불에 의해 사망했으며 나머지 16명은 이턴 산불로 사망했다. 아큐웨더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1350억 달러(약 199조 원)에서 1500억 달러(약 221조 원) 사이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관측됐다. 아직까지 산불이 진압되지 않은 만큼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LA 산불과 관련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을 맹비난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계정에 “LA에서 불길이 여전히 거세게 번지고 있으며 곳곳에서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며 “수천 채의 멋진 주택이 사라졌고 더 없어질 것 같은데 무능한 정치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 줄을 모른다”고 비판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이달 8일에도 “이 모든 것은 그의 책임이다. 무엇보다 소화전과 소방용 비행기에 공급할 물이 없다”고 뉴섬 주지사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글·사진(로스앤젤레스)=박홍용 특파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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