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인공지능(AI) ‘미드저니’에 “50대 한국인 여성 심리상담사가 한국인 남성에게 심리상담을 하며 무언가를 적는 모습을 컬러 색연필 기법으로 그려줘”라는 지시어를 입력해 생성한 이미지다.



우리는 일을 해서 돈을 벌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때로는 보람과 긍지도 얻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일 이야기를 ‘월급사실주의’ 동인 소설가들이 만나 들었습니다.

성실에 기반한 노력은 오라를 만들어 낸다. 그런데 서른 해 가까이 한 분야에서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다는 건 재능과 노력을 넘어선 의지의 결과가 아닐까. 최영미씨를 만나 대화를 나눴던 첫날, 나는 단 몇분간의 대화에서 미국모기지시장 그런 오라를 느꼈다.
임상심리 전문가 최씨는 15년 전에 한 광역시 구도심에 상담센터를 열었다. 이미 대학 병원과 정신보건기관에서 십수년 일한 뒤였다. 병원에서 하는 일도 의미 있었지만, 사람의 마음을 찬찬히 톺아보고 싶다는 의지도 커져 결국 무턱대고 센터 자리를 알아보았다. 그의 상담센터는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모여드는 전통시장 한가운데 바로바로론 부결 에 있다.
전통시장에는 3일마다 큰 장이 선다. 장날에는 영미씨의 일터가 있는 건물 현관까지 채소나 과일을 파는 상인과 손님으로 분주하다. 대단한 용기나 결단으로 내린 결정은 아니었고,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센터를 차리면 평범한 사람들도 오고 가기 쉽겠다 생각했다. 그의 상담센터는 대부분이 병원인 오래된 건물의 한가운데 층, 엘리베이터 kb시세 바로 앞에 위치한다. 위아래층 병원들이 바뀌는 상황에서도 그의 센터는 지금까지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센터에 들어서면 잔잔한 음악과 은은한 향이 방문자를 맞이한다.
“제가 일을 시작하던 시기에는 임상심리학자가 주로 정신과 병원을 중심으로 활동했어요. 병원에서의 주요 업무는 심리평가에 집중되어 있었고요. 그 당시에는 정신과에 대한 카드대금 하루연체 부정적인 인식이 있어 적극적인 치료나 상담을 기피하는 경향도 있었죠. 지역에는 임상심리 전문자격을 갖춘 개인 상담기관이 거의 없었고요.”
그는 병원에서 심리평가를 하던 직무를 십분 살렸다. 내담자가 방문하면 우선 그의 심리상태를 파악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소장인 영미씨 외에 외부 전문가 두엇이 더 붙어 상담과 함께 종합적인 심리평가를 휴대폰할인이벤트 한다. 그 뒤 영미씨의 방으로 들어와 내담자는 자신의 상황에 대해 세세히 설명한다. 내담자와의 동행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떠올리다 그는 학창 시절로 시계추를 옮겨 갔다. 그가 고등학생이던 시절에는 제대로 된 상담 체계가 없었다. 학교의 상담 시스템이 빈약한 건 말할 것도 없었는데, 가령 교사들이 일정 기간 연수를 받고 상담실을 운영하는 식이었다. 비밀 보장이 되는 전문적인 상담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러다 보니 주변 친구들끼리 서로의 상담자 역할을 했어요. 전문가 입장에서 돌이켜보면 어설프고 무서운 일이었네요. 그즈음 마음이 힘든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생각을 굳혔어요.”
고3이 된 영미씨는 심리학과에 진학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심리학에 대한 이해가 희박했던 시절, 대학 진로 상담을 하던 담임 선생님은 모범생 제자의 고백을 듣고 격앙된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열심히 공부시켰더니 기껏 심령술을 배우겠다는 거냐고 물으시더군요.”
다행히 가족들은 정신과 병원에서 사람들을 치료하고 상담하는 일을 하겠다는 영미씨의 선택을 존중해 주었다. 부모님을 어떻게 설득했는지 궁금했는데, 의외로 담임 선생님보다 수월했다. 가게를 운영해 바쁜 부모님 뒤에서 동생들 키우는 일을 도왔던 장한 딸이 하는 거면 뭐든 지원해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생일 선물로 아버지는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 입문’을 건넸다.



최영미씨가 상담할 때 사용하는 화풀이 마녀 교구. 최영미 제공


그때나 지금이나 영미씨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존중하는 따뜻한 임상가로 남고 싶다. 대학에서 들은 심리학 이론과 임상실습 과목은 그 꿈을 이끌어주었다. 학교도 열심히 다녔다. 각종 기관에서 꾸준히 자원봉사도 하고, 사이코드라마 극회에서도 활동했다. 그런데 심리학은 예상했던 것보다 쉽고 재밌는 것만 공부하는 분야가 아니었다.
“심리학도 과학이다 보니 수학이나 통계학 공부도 해야 했는데, 참으로 괴로운 시간이었어요.”
계속해서 공부를 이어가는 것 말고는 다른 수가 없었다.
영미씨는 보통 오전 9시에 출근하고, 저녁 7시까지 근무한다. 평일에는 오전 9시30분부터 저녁 6시까지 상담이 예약되어 있고, 토요일에도 오후 1시30분까지는 상담이 있다. 가끔 직장인이나 학생들을 위한 주말과 야간 상담도 생긴다. 심리상담센터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있다지만, 전문가가 운영하는 기관은 여전히 공급보다 수요가 많고 상담 스케줄은 늘 만석이다. 병원에서 상담 기관으로 보내는 경우도 많다. 내담자와의 상담 시간은 보통 한 시간 정도이고, 하루 스케줄이 가득 차는 날도 많으니, 상담 시간이 줄곧 이어지면 쉬는 시간이 전혀 없는 건 다반사다.
상담이 없는 시간에는 내담자들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작성하거나 책을 읽거나 사례 회의를 준비한다. 보통의 사무직 직장인들과 비슷한 루틴도 있다. 오전 상담이 끝나면 점심을 먹은 뒤에 커피 한잔을 들고 센터 주변 근린공원이나 골목길을 따라 가볍게 산책한다. 정신을 환기시키는 거다. 1년 중에 특별히 바쁜 시기가 정해져 있지는 않고, 내담자들의 이슈도 천차만별이다.
“이야기를 오래 집중해 들어야 하고, 저도 말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목 관리에도 신경을 씁니다.”
온종일 사람들로부터 힘든 이야기를 듣고 있기가 만만치 않을 터. 상담하면서 느끼는 애로 사항이 궁금했다. 질문을 듣고 영미씨는 빙그레 웃었다. 같은 사람 이야기를 하루 종일 듣고 있으면 힘들 테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를 전혀 다른 감정선을 지닌 사람들에게서 듣는 거라 지루할 틈이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영미씨는 넘치는 에너지를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상담센터는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모여드는 전통시장 한가운데에 있다.


그럼에도 스트레스는 존재하는 법. 일을 시작한 초반에는 집에 가서도 내담자의 사연이 생각나곤 했다. 일과 생활이 분리가 잘 안되는 건 초보 심리학자들이 흔히 겪는 일이고 영미씨도 예외는 아니었다. 성폭력을 당한 환자를 상담하고 나서 집에 갈 때는, 혼자서 길을 걷거나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도 무서웠다. 자살 시도를 한 내담자를 만나고 난 뒤에는 집에 돌아와 편안히 저녁을 먹는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상담할 때, 상담자가 내담자의 감정에 완벽히 동일시되는 것은 도리어 경계해야 할 덕목이다. 상담자는 최선을 다해 내담자의 세계에 닿으려 노력하면서도, 객관적 현실에 제대로 다른 한발을 디뎌 무게중심을 잡아야 한다. 그런데 그 과정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상담이 끝나면 다시 나로 돌아오는 연습을 수없이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담자가 스스로를 잘 알아야 해서, 자신을 분석하고 공부하는 교육을 지금까지도 꾸준히 받는다. 내담자뿐 아니라 상담자도 지속적으로 스스로를 갈고닦는 것이다. 동요된 감정이 완전히 분리되는 건 힘든 일이지만, 연차가 쌓이면서 훨씬 수월해졌다. 일하며 가장 힘든 점을 꼽아 달랬더니, 신선한 이야기를 한다.
“하루 종일 앉아 있을 때 허리가 좀 아픈 것, 나이가 들어서 집중이 조금씩 끊기는 것, 노화 때문에 생기는 건강상 문제가 힘이 듭니다.”
긴 시간 일을 해오며 슬럼프도 있었다. 상담 초기에는 상담자의 적극적인 개입은 최소로 줄이면서 내담자 이야기를 듣는 데 집중한다. 그 과정에서 내담자 특성을 파악하고 향후 상담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몇번의 상담을 받고 효과 없다는 결론을 내려 버리는 상담 피드백을 접할 때, 속상한 마음에 힘이 빠지곤 한다. 그럴 때는 상담이 힘이 되었다는 분들을 떠올렸다. 열번 중에 여섯번 잘했으면 잘한 거라고 생각하며 버텼다. 그 말은 그대로 영미씨에게 인생 신조가 되었다. 무슨 일이든 열에 여섯번을 성공하면 괜찮은 결과라고 스스로를 다독여준다.



센터 안의 조각들


“꽁꽁 얼어붙어 있던 내담자가 조금씩 용기 내어 작은 행동 하나하나를 변화시켜 갈 때, 그만한 보람이 없어요. 아주 작은 행동이라도 그 사람에게는 기적일 수 있거든요.”
내담자의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영미씨의 에너지는 다시 채워진다. 그들이 스스로 역사를 만들어 가는 모습을 볼 때, 격앙되어 자랑스럽게 자신의 한 걸음을 들려줄 때, 영미씨에게 그들은 감동 자체다.
물론 내담자가 함께 노력하는데도 여러 환경적인 요인들이 뒤따라주지 못하고 장벽에 가로막힐 때가 있다. 내담자도 지치지만, 영미씨도 함께 눈시울을 붉힌다. 다시 힘을 내어 바로 눈앞의 한발만 더 디뎌 보자고 서로를 응원한다. 그럴 때 영미씨는 내담자들에게 러닝메이트이면서 가까운 친구가 되는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직업을 물건으로 소개해 달라고 했다. 영미씨는 서랍에 있던 손난로를 꺼내 보여 주었다.
“겨울에 선물받은 손난로인데, 이걸 보면서 문득 내 직업이 손난로 같다고 생각했어요. 손난로는 적재적소에 쓰여야 역할을 하잖아요. 추운 겨울에도 따뜻한 집에서는 쓸모가 없지만, 바깥에 있어 손이나 몸이 얼어붙은 사람에게는 제 역할을 멋지게 해요. 게다가 손난로를 가지고만 있다고 따뜻해지지는 않아요. 손난로를 가진 사람이 직접 비비고 문지르고 주머니에 넣어 놓아야 온기가 일어나잖아요. 그게 마치, 내담자가 직접 상담자를 찾아와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고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면서 편안해지기까지의 과정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영미씨와 대화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나는 다시 건물의 입구에 섰다. 입구 반대편에는 주차를 정리하는 직원이 계셨는데, 책상 위에 어지럽게 시집들이 놓여 있었다. 그가 나를 불러 세웠다.
“시 하나 보고 가실래요?”
무슨 연유인지 나는 그의 시가 궁금했고 그에게 시를 달라고 해서 읽었다. 지극한 마음으로 고향에 관해 쓴 자작시였다. 시에 관해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연신 고맙다고 했다. 문득 나의 방문지를 확인하더니, 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시를 봐달라고 해서 봐주는 분들은 십중팔구 거기서 나오더구먼.”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영미씨의 손난로를 떠올렸다. 어쩐지 내가 받은 따뜻한 에너지가 넘쳐 초로의 그에게 닿은 느낌이었다. 이번엔 내가 어느 시인에게 손난로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도 덩달아 따라왔다. 나를 채웠던 온기가 다른 이에까지 번져가는 느낌이었다. 인간은 매 순간 누군가에게 손난로가 되어줄 수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하며 나는 그곳을 빠져나왔다.
소설가 최유안



최유안 작가



최유안 l 월급사실주의 동인.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보통 맛’, 장편소설 ‘백 오피스’, ‘새벽의 그림자’ 등을 썼으며, 노근리평화상 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