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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중공업 창원 공장에서 고객들이 주문한 전력기기들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한영대 기자


[헤럴드경제(창원)=한영대 기자] “미국 유명 빅테크 기업이 단기간에 수십대의 변압기 제작이 가능하냐고 문의가 들어올 만큼 전력기기 수요는 그 어느 때보다 치솟고 있다.”( 중고차매입 장재성 효성중공업 창원공장장 상무)
지난달 19일 방문한 22만평 규모의 경남 창원 효성중공업 공장. 최근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으로 전력기기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듯이 공장 곳곳에는 고객사들에 납품될 예정인 수십대의 전력기기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전력기기 생산 첫 단계인 원재료 가공 라인에도 제품 제작에 필요한 원재료 하나저축은행 로 가득 차 있었다.
효성중공업 창원 공장은 송전 시스템의 전 밸류체인 장비를 생산하는 ‘마더플랜트(생산기지 중심축)’이다. 지난해 말 기준 1조8000억원 이상의 제품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바쁘게 가동된 생산라인은 단연 초고압 변압기 공장이었다. 변압기는 발전소에서 만들어 낸 전력을 가정 및 공장에 송전하기 이전에 전압을 낮추 공군 직업군인 거나 높이는 역할을 한다. 전력 인프라 조성 초창기에 설치되는 제품인 만큼 현재 가장 인기가 많은 전력기기이다.



효성중공업 창원 공장에서 직원들이 변압기를 조립하고 있다. [효성중공업 제공]


변압기 조립장에는 아파트 이용자보호 4층 높이인 10m, 무게 100톤을 훌쩍 넘는 초고압 변압기 7대가 동시에 만들어지고 있었다. 고객마다 요구하는 사양이 제각각 달라 생산라인의 완전 자동화가 어려운 만큼 효성중공업 근로자들이 제품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홍의진 효성중공업 초고압변압기 사양설계팀 팀장(부장)은 “3년 뒤인 2028년까지 주문이 꽉 차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며 “주문 원리금상환방식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직원들이 야근 및 특근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전력기기들도 주문이 밀려 바쁘게 제작되고 있었다. 차단기가 대표적이다. 공장 한 켠에 거대한 파이프를 연상케 하는 차단기 수십대가 일렬로 나열돼 있었다. 역대급 수주 릴레이에 효성중공업 중공업 부문의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9조2000억원으로 전년(5조8000억원) 대비 58.6% 증가했다.
제품 설계에 대한 고객 요구가 갑자기 바뀌더라도 걱정이 없다. 창원 공장에 설계·연구팀 인력 100여명이 상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계·연구팀은 고객 요구에 시시각각 대응해 최적의 설계 솔루션을 제안한다. 홍의진 팀장은 “글로벌 전력기기 기업들의 일부 공장에는 현장에 연구 인력이 없어 고객 니즈를 제때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효성중공업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룹 대표 캐시카우로 우뚝




효성중공업 창원1공장 전경. [효성중공업 제공]


효성중공업 전신은 1962년에 설립된 한영공업이다. 처음부터 효성 계열사는 아니었다. 1975년 효성그룹 모기업이었던 효성물산이 한영공업을 인수하면서 효성 일원이 됐다. 한영공업은 1977년 효성중공업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1980년에는 쌍용전기, 코오롱종합전기를 흡수 통합하면서 회사 규모를 키웠다. 현재 그룹 주력 사업은 전력기기, 건설이다.
효성중공업은 최근 역대급 전성기를 구사하고 있지만, 10년여 전만 하더라도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무리한 저가 수주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2010년대 초반 수천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효성중공업은 위기 극복을 위해 연구개발(R&D)에 더욱 전념했다. 질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경쟁사와 차별화된 제품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1978년 중공업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효성중공업은 오래전부터 R&D의 중요성을 인지했다. 장재성 상무는 “외부 변수에 많은 영향을 받는 사업임에도 연구를 멈추지 않았고, 그 결과 기술 개발 분야에서는 효성중공업이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뛰어난 기술적 역량과 시장 호황이 맞물린 결과 효성중공업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인 매출 4조8950억원, 영업이익 362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3.8%, 40.6% 증가했다. 효성그룹 모든 계열사 중에서 가장 높은 영업이익을 달성하면서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 부상한 것이다.
효성중공업 활약은 그룹 차원에서도 단비 같은 소식이다. 계열사인 효성화학은 글로벌 석유화학 시황 부진 여파로 천문학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170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효성화학 부진이 길어지고 있지만, 효성그룹은 효성중공업 호실적을 바탕으로 재무 체력을 키우고 있다.
효성중공업의 실적 상승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AI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전력 인프라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전력기기 시장 호황은 2030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효성중공업은 고객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1000억원을 투자해 창원 공장, 미국 멤피스 공장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장재성 효성중공업 창원공장장 상무가 지난달 19일 효성중공업 창원공장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효성중공업 제공]



미래 먹거리 육성 속도




효성중공업 창원 공장에서 생산된 스태콤(STATCOM). [효성중공업 제공]


효성중공업은 미래 먹거리를 육성해 상승세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향후 변압기 시장이 꺾이더라도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수익성을 유지하려는 전략이다.
효성중공업의 대표 미래 먹거리는 ‘스태콤(STATCOM)’이다. 스태콤은 계통전압을 일정하게 유지해 전력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여주는 전력기기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시 전력 계통의 불안정성 문제가 대두될 가능성이 큰 만큼 스태콤 수요는 향후 고공행진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대표 전력기기 기업인 일본 히타치 등도 스태콤을 생산하고 있다.
이날 창원 공장에서는 국내외에 납품될 예정인 스태콤을 제작하기 위해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컴퓨터 본체를 연상케 하는 모듈이 여러개 연결된 형태인 스태콤에 이물질이 들어갈 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직원들은 방진복을 입고 작업을 진행했다.
효성중공업은 10여년의 연구 끝에 2015년 국내 최초로 150㎹ar급 스태콤 상용화에 성공했다. 같은 해 인도, 파나마로부터 첫 해외 수주에도 성공했다. 효성중공업 스태콤은 전 세계 10여개국 이상에 수출됐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제품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성욱 효성중공업 신송전제작팀 팀장(부장)은 “당사는 스태콤 시장에서 톱(Top) 경쟁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며 “GW(기가와트)급 시스템 상용화에도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고압직류송전(HVDC)도 효성중공업의 대표 신사업이다. 초고압 전류의 송전 방식을 현재 주류 기술인 교류(AC)에서 직류(DC)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HVDC는 HVAC 대비 장거리 전력의 송전 효율이 높다. 기술적 난도가 높아 상용화 속도는 늦어지고 있지만,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AI 시대 HVDC 시스템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7월 한국전력과 함께 경기도 양주 변전소에서 국내 최초 순수 독자 기술 기반의 전압형 HVDC 변환 설비 준공에 성공한 바 있다. 현재는 GW급 대용량 전압형 HVDC 시스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우태희 효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은 “신재생 발전 증가, AI 데이터 센터 확장으로 전력그리드의 고도화가 필수적”이라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창원 공장을 마더플랜트로 삼아 초고압 변압기와 스태콤, HVDC 분야에서 시장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태희 효성중공업 대표가 지난해 한전 양주변전소에서 열린 200㎿ 전압형 HVDC 구축 기념 준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효성중공업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