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연방 정부의 교내 정책 변경 요구를 거부한 하버드대학에 대한 압박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하버드대가 이스라엘에 항의하는 학생 시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라는 등의 내용을 담은 연방 정부 서한을 공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격분, 지원금 10억달러(약 1조4180억원)를 추가 삭감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롱우드 메디컬 지역 내 하버드 의과대학의 전경.(사진=로이터)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와의 갈등이 격화하자 보건 분야에서 지원금을 10억달러 더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지난 14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는 컬럼비아대보다 하버드대에 더 관대한 조처를 취할 계획이었으나, 이제는 하버드대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하버드대가 14일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근절 등을 명문으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교내 정책 변경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게 도화선이 됐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1일 하버드대에 보낸 서한을 통해 대학 운영에 대한 학생과 교수의 권한을 축소하고, 행동강령을 위반하는 유학생을 즉시 연방 당국에 신고하도록 요구했다. 서한에는 교수진 채용 감사, 모든 입학 관련 데이터 제공,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 즉시 중단, 반유대주의 프로그램 개편에 대한 외부 감사를 요구하는 안도 담겨 있다.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 사항과 관련한 성명에서 “정부의 요구 사항은 반유대주의 문제를 협력적이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의도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면서 “법률 대리인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에 해당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이미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버드대가 교내 정책 변경을 거부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여러 해에 지급하기로 한 보조금 22억달러(약 3조 1000억원)와 6000만달러(약 850억원) 규모 계약을 중단하고 2025년 4월15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열린 반전 집회에서 참가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비판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EPA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는 2025년 3월2일 봉쇄됐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치세력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휴전 1단계가 종료된 다음날이다. 봉쇄는 지금껏 이어진다. 물·식량·연료·의약품 등 구호물품조차 차단된 채다. 이집트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는 4월12일 더욱 철저히 고립됐다. 3월18일 이스라엘군이 전쟁을 재개한 이후 공들여온 ‘모라그 회랑’이 완성된 날이다. ‘모라그’는 2005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일방적으로 철군하기 전까지 라파와 인근 칸유니스 사이에 있던 유대인 불법 정착촌 이름이다.모라그 회랑 조성하고 라파 완전 봉쇄“지난 밤부터 가자지구에서 우리는 태세를 전환했다. 이스라엘군은 더 많은 땅을 장악하고, 테러범을 소탕하고, 기반시설을 파괴할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4월2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제 가자지구를 분할하고, 단계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여 인질 석방을 유도할 것”이라며 “모라그 회랑은 제2의 필라델피 회랑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자지구 남부와 이집트 국경 지역에 자리한 필라델피 회랑은 폭 100m, 길이 14㎞에 이르는 거대한 통로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전쟁 발발 7개월째를 맞은 2024년 5월7일 필라델피 회랑을 장악하고 이집트 국경 일대에 병력을 주둔시켰다.가자지구 북부와 중·남부를 동서로 가르는 네차림 회랑도 있다. 2024년 2월 건설 당시만 해도 길이 6㎞에 폭이 2㎞가 되지 않았는데, 이후 주변 건물을 모두 파괴해 폭을 4㎞까지 넓혔다. 이스라엘군은 전쟁을 재개한 직후인 3월19일 네차림 회랑을 다시 장악하고, 가자시티를 포함한 북부 일대를 고립시켰다.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4월12일 “이스라엘 군당국은 궁극적으로 이집트 국경부터 라파 전역을 포함해 칸유니스 외곽까지 ‘완충지대’를 확대할 것”이라며 “가자지구 면적의 20%에 이르는 규모”라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전쟁을 재개한 직후부터 라파 일대에서 민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