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불평등은 어떻게 몸을 갉아먹는가>차별·편견의 신체에 대한 악영향 설명소외 집단일수록 노화·질병에 더 취약성공한 흑인도 사망률 백인보다 높아스포츠 스타 세리나 윌리엄스는 출산 직후 혈전으로 죽음의 문턱을 오갔다. 흑인 산모의 출산 중 사망률은 백인 산모보다 3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로이터연합뉴스‘저속 노화’ ‘가속 노화’라는 전에 없던 말이 화제다. 혈당을 급격히 높이지 않는 식단, 근육량을 늘리는 규칙적인 운동이 노화를 늦추는 이른바 저속 노화의 비법으로 자주 거론된다. 반면 초가공식품이나 정제 탄수화물을 즐겨 먹고,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등 활동량이 적은 생활 방식은 노화를 가속화하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그렇다면 사람들 사이의 ‘건강 격차’는 단순히 이런 생활 습관에 의해 좌우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불평등은 어떻게 몸을 갉아먹는가>의 저자 알린 T. 제로니머스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그는 이 책에서 불공정한 사회가 주는 스트레스가 노화를 촉진해 건강과 수명에 얼마나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생활 습관이나 운동 여부, 유전 등 개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인식돼 온 건강 문제에 차별, 불평등, 편견, 배제와 소외라는 새로운 변수를 제시한다.그가 고안한 ‘웨더링’(weathering)은 사회의 구조적 억압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마모, 침식, 풍화 작용을 뜻하는 웨더링은 인종, 민족, 종교, 계급, 성별, 성 정체성 등에 따른 차별, 편견에 의한 반복적인 스트레스가 건강에 끼치는 악영향을 의미한다. 40년 가까이 공공보건학자로 일한 저자는 부정의한 사회가 개인의 건강을 서서히 무너뜨린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입증한다. 불평등에 의한 은밀하고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건강을 서서히 갉아먹는 과정을 드러내는 방식이다.예컨대 만성 염증은 소외 집단의 구성원들에게서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고, 조기 사망의 이유가 되는 여러 질병의 발병에 관여한다. 당뇨, 자가면역질환, 암, 고혈압 등이 스트레스와 만성 염증의 결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소외 계층이 단순히 피자를 더 많이 먹고, TV를 더 보고, 몸을 덜 움직인 결과로 건강이 나빠진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특권 집단과 비교했을 때 소외 집단은 가속 노화, 만성 노인성 질환의 조기 발병, 면역체계 약화, 기대수명 단축에 더 취약하다.<불평등은 어떻게 몸을 갉아먹는가> 책 표지. 돌베개 제공대표적 빈민가로 꼽히는 미국 시카고 사우스 사이드. 이곳의 35세 흑인 남성의 장애(건강 이상이 적어도 6개월 동안 지속돼 노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신체 기능이 제약신간 <불평등은 어떻게 몸을 갉아먹는가>차별·편견의 신체에 대한 악영향 설명소외 집단일수록 노화·질병에 더 취약성공한 흑인도 사망률 백인보다 높아스포츠 스타 세리나 윌리엄스는 출산 직후 혈전으로 죽음의 문턱을 오갔다. 흑인 산모의 출산 중 사망률은 백인 산모보다 3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로이터연합뉴스‘저속 노화’ ‘가속 노화’라는 전에 없던 말이 화제다. 혈당을 급격히 높이지 않는 식단, 근육량을 늘리는 규칙적인 운동이 노화를 늦추는 이른바 저속 노화의 비법으로 자주 거론된다. 반면 초가공식품이나 정제 탄수화물을 즐겨 먹고,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등 활동량이 적은 생활 방식은 노화를 가속화하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그렇다면 사람들 사이의 ‘건강 격차’는 단순히 이런 생활 습관에 의해 좌우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불평등은 어떻게 몸을 갉아먹는가>의 저자 알린 T. 제로니머스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그는 이 책에서 불공정한 사회가 주는 스트레스가 노화를 촉진해 건강과 수명에 얼마나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생활 습관이나 운동 여부, 유전 등 개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인식돼 온 건강 문제에 차별, 불평등, 편견, 배제와 소외라는 새로운 변수를 제시한다.그가 고안한 ‘웨더링’(weathering)은 사회의 구조적 억압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마모, 침식, 풍화 작용을 뜻하는 웨더링은 인종, 민족, 종교, 계급, 성별, 성 정체성 등에 따른 차별, 편견에 의한 반복적인 스트레스가 건강에 끼치는 악영향을 의미한다. 40년 가까이 공공보건학자로 일한 저자는 부정의한 사회가 개인의 건강을 서서히 무너뜨린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입증한다. 불평등에 의한 은밀하고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건강을 서서히 갉아먹는 과정을 드러내는 방식이다.예컨대 만성 염증은 소외 집단의 구성원들에게서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고, 조기 사망의 이유가 되는 여러 질병의 발병에 관여한다. 당뇨, 자가면역질환, 암, 고혈압 등이 스트레스와 만성 염증의 결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소외 계층이 단순히 피자를 더 많이 먹고, TV를 더 보고, 몸을 덜 움직인 결과로 건강이 나빠진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특권 집단과 비교했을 때 소외 집단은 가속 노화, 만성 노인성 질환의 조기 발병, 면역체계 약화, 기대수명 단축에 더 취약하다.<불평등은 어떻게 몸을 갉아먹는가> 책 표지. 돌베개 제공대표적 빈민가로 꼽히는 미국 시카고 사우스 사이드. 이곳의 35세 흑인 남성의 장애(건강 이상이 적어도 6개월 동안 지속돼 노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신체 기능이 제약된 상태) 비율(26%)은 그보다 20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