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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산 막는다더니, 아기까지 위험”...세계 유일 조산 예방제, 12년 만에 美시장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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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24-03-02 08:09 조회6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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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산 예방 의약품 ‘마케나’
효과 안전성 논란 끝에 12년만에 시장 퇴출
FDA와의 청문회 싸움 끝에 제조업체 자진 철수


37~40주의 임신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3주 이상 일찍 아기를 분만하는 것을 조산(早産)이라고 한다. 지난 2011년 미국에서는 유전·환경적 이유로 조산을 할 위험이 높은 임산부의 조산을 예방하는 목적의 의약품이 세계 최초로 허가됐다. 그런데 이 의약품이 효과·안전성 논란 끝에 허가 12년 만인 7일(현지시각) 시장에서 퇴출됐다.

스위스 제약사 코비스파마는 이날 자사가 제조·판매하는조산 예방 의약품인 마케나(Makena)를 자진 회수한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마케나는 2011년 미국 FDA(식품의약국)에서 조산 위험이 높은 임신부의 조산 방지를 목적으로 허가 받은 세계 첫 의약품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의약품이다.

마케나는 프로게스테론데포예나팜으로 알려진 합성 호르몬이 주성분이다. 이 합성 호르몬은 1950년대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가 개발해 조산 예방 등 부인과 질환 치료에 쓰였으나, 1990년대 후반 BMS가 판매를 중단하면서 시장에서 사라진 터였다. 그런데 이 합성호르몬이 2011년 조산 방지제로 FDA승인을 받은 것이다.

FDA는 2011년 허가 당시 조산 예방 효과가 확실하진 않지만, 이 약으로 얻는 이득이 분명하다는 이유에서 ‘가속 승인’을 내렸다. FDA는 특정 질환을 극복할 의약품이 시장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정식 품목 허가 전에 미리 승인을 내 주고, 추후 임상을 통해 정식 승인을 한다.

이 약을 개발한 KV파마슈티컬스는 당초 지난 2014년까지 후속 임상 결과를 제출해야 했지만, AMAG제약에 마케나를 기술이전하면서 임상이 늦어졌다. 그러다가 2019년 발표된 마케나의 후속 임상에서 마케나가 위약과 비교해 조산 방지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조산 위험이 있는 임산부를 대상으로 마케나를 투여한 결과, 위약과 비교해 임신 37주 이전에 출산하는 여성의 비율이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우울증, 고혈압, 색전증, 알레르기 반응 등 심각한 부작용까지 보고됐다. FDA는 “장기적인 부작용은 아직 확인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FDA 자문위는 제조·판매사인 코비스파마에 마케나 시장 자진 철수를 요구했다. 하지만 코비스파마가 FDA 요청을 거절하며 청문회를 요구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코비스파마 측은 “(첫 임상 결과를 보면) 마케나가 흑인 여성에게는 효과가 있을 수 있으니 시장에 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케나의 최초 임상 시험은 흑인 여성 60%로 진행됐다. 이후 후속 임상은 백인을 포함한 다양한 인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FDA는 임상 통계를 아무리 분석에도 코비스파마가 주장한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고 봤다. 약물의 효과가 자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는데, 흑인 여성이라는 특정 하위그룹에서 약물이 효과를 보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열린 청문회에서도 전문가위원회는 ‘약이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며 14대 1로 판매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코비스파마가 시장 철수를 밝히면서 논란은 일단락 됐지만, 마케나는 2011년 출시 첫해부터 논란은 몰고 다녔다. 마케나는 2011년 KV파마슈티컬이 개발한 약이다. KV파마는 이후 AMAG파마에 마케나를 기술 이전했고, 이후 2020년 스위스 제약사인 코비스파마가 AMAG파마를 인수하면서 코비스파마가 이 약물을 보유하게 됐다.

KV파마는 마케나가 허가를 받자마자, 주사 한 번에 1500달러(약 200만원)라는 가격을 책정해 원성을 샀다. 너무 비싼 가격탓에 의사들이 주사 한 번에 20달러 수준의 유사약을 사용하자 특허 침해를 주장했다. 그러나 KV파마가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보건원(NIH) 후원을 받아 임상을 진행했고, 그 연구룰 바탕으로 FDA 가속승인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분노를 샀다.

미국 정부에서는 FDA가 마케나의 가격 인하를 권고하고 값싼 유사 제품 생산도 허용하면서 상황을 수습하려고 했지만, KV파마가 불복하면서 논란은 계속됐다. 이후 조산 방지제로 허가된 약품도 나오지 않으면서 마케나는 유일무이한 ‘고가’의 조산 방지 표준 치료제로 쓰였다.

마케나 시장 철수를 FDA에 청원한 미국 아담 유라토 박사는 “거대 제약사에 대항한 대중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유라토 박사는 미국 의학 바이오 전문매체인 STAT에 “효과도 없고, 산모와 아기에 위험한 합성 호르몬을 지난 10년 동안 임산부에 주사해 왔다”라며 “제약사는 수조원을 벌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코비스파마는 마케나를 시장에서 철수한다고 밝히면서도 FDA에 서한을 보내 “이번 조치로 조산 고위험 여성에게 FDA 승인 치료법이 없을 것이며, 의사들은 고위험, 임시방편에 의지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명지 기자 maeng@chosunbiz.com


http://n.news.naver.com/mnews/article/366/0000883427?sid=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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