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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난영 기자 =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100일을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단어는 관세다. 1기 행정부 시절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비 카드처럼 쓰이던 관세는 2기 행정부 들어 '더 강해진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이념의 최전선 무기로 자리매김했다.
트럼프표 관세폭탄, 이웃부터 포격…'패권 경쟁' 中도 1호 표적

마을금고금리 취임 전부터 예고됐던 '트럼프표 관세폭탄' 첫 폭발음은 가까운 곳에서 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다음 달인 2월1일 불법이민과 마약 유입 등을 명분으로 이웃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는 늘 동맹과 적국을 가리지 않았다. 그러나 가장 가까운 직장인 신용대출 한도 우방인 캐나다와, 미·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일원인 멕시코를 첫 표적으로 삼은 그의 행보는 세계 여러 나라에 충격을 안겼다.
충격은 분노로 번졌다. 캐나다에서는 즉각 반미(反美) 감정이 고조하며 미국산 대신 자국산을 구매하자는 '바이 캐내디안(Buy Canadian)' 열풍이 일었다. 식료품점과 주류 판매점 진열대에서 미국 상품이 8호선 연장 줄줄이 사라졌다.
미국의 패권 경쟁국인 중국도 '관세 1호 표적'에 포함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대(對)중국 관세율은 10%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유럽연합(EU)을 차기 관세 표적으로 공언하는 등 그치지 않는 공세를 예고했다.
철강·알루미늄 등 품목관세도 확대…'해방의 날' 상호관세가 정점
한국투자저축은행 자소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은 국가별 부과에 그치지 않았다. 3월12일부터는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25%의 품목 관세가 부과됐고, 이달부터는 수입 자동차를 상대로도 25% 품목 관세가 발효되고 있다.

내달부터는 자동차 완성품 외 부품을 상대로도 관세 부과가 예고돼 있다. 아울러 승용차에 이어 트럭 철도대학 등 상용차에 대해서도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국가안보 영향 조사를 개시하는 등 관세 부과 수순을 밟는 중이다.
일련의 관세 공세는 지난 2일 상호관세 발표로 정점을 찍었다. 미국의 교역국 중 약 60개 국가를 상대로 국가별 기본관세(10%)보다 높은 상호관세가 매겨졌는데, 한국과 일본은 물론 대만 등 동맹·우호국이 대거 포함됐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교육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2025.04.25.


트럼프 행정부는 당시 각국의 대미 평균 관세율과 비관세 장벽 등을 세율 산정 근거로 주장했다. 그러나 정확한 산정 방식을 공개하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주요국 세율은 중국 34%, 유럽연합(EU) 20%, 한국 25%, 일본 24% 등이다.
금융시장 혼란에 상호관세 '일단 브레이크'…각국 협상 레이스 시작

파격에 파격을 더한 관세 공세는 세계 금융 및 자산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이라고 칭했던 상호관세 발표일 이후 미국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 등 전 세계 주요 주가 지수가 그야말로 수직 하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는 상호관세 발표 이튿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지수 모두 3~5%대 폭락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초기였던 2020년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었다.
이날 하루 증발한 시가총액만 3조1000억 달러(약 4459조400억 원)에 달했다. '미장 불패' 신화를 무색하게 하는 폭락세는 이후 중국의 보복 조치 발표 등으로 내리 사흘 이어졌다. 유럽과 아시아 주요 주가 지수도 출렁였다.
시장의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급하게 속도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지난 9일 실제 상호관세가 발효한 뒤 하루도 안 돼 90일의 유예를 선언하며 각국과 협상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90일 브레이크' 가동했지만…자유무역체제 종언 그림자

전격적인 90일의 유예 조치로 일단 시장은 최악의 혼란은 넘긴 분위기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말 그대로 '유예'일 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경 관세 기조가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의 일차적 목표로 미국 무역 적자 해소를 꼽았지만, 그 기저에는 자신의 강력한 재집권 동력이었던 마가 이념이 깔려 있다. 세계의 번영보다는 자국 중심의 부흥을, 더는 손해보지 않는 미국을 지향한다.



[서울=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국가별 관세 현황.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이같은 마가 이념하에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보편적 규범이 아닌 자국의 이익 중심으로 무역 체제를 완전히 재편하려는 모양새다. '트럼프표 관세'가 다자적 자유무역 시대의 종언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1947년 관세무역일반협정(GATT)과 그 후신인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확립한 78년 자유무역 체제가 '트럼프 100일' 만에 붕괴의 위기를 맞은 것이다.
국정동력 강력한 첫 100일…향후 美 내부 반발 변수

세계 무역 질서를 뒤흔든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관세 기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미국 소비자들이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을 체감할 경우 국내적 반발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최근 퓨리서치 센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미국 성인 응답자 59%는 현재 행정부의 관세 인상 기조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트럼프표 관세의 역풍이 미국 내에서 감지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정 동력이 강력한 첫 100일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점차 유화적인 태도로 돌아서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호관세 발효 직후 바로 90일의 유예를 발표한 점을 그 신호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당겨진 관세의 방아쇠는 그간의 세계 무역 질서에 작지 않은 상흔을 남겼다. 불신과 불확실성이 상호 신뢰와 예측 가능성을 대체했고, 세계는 보복이 재앙을 이끌었던 100년 전 스무트-홀리 시대의 재현을 우려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imzer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