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백경 ○ 슬롯 추천 디시 ○╄ 22.rgs314.top ±단원 김홍도의 풍속도첩 중 ‘자리 짜기’. 조선 후기 들어 경제적 능력을 갖추지 못한 빈곤사족이 속출하면서, 양반 가문 사람들도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일이 잦았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복선화음가·청구야담 속 양반가 규수고된 노동으로 가계 부흥에 공납까지찬란한 경제성장, 남정네만의 몫이랴
행복하게 끝나는 옛날이야기 셋이다. 첫번째는 경상북도 지역에서 널리 읽힌 ‘복선화음가’(福善禍淫歌)란 가사다. 풍족하고 지체 높은 집의 어여쁜 규수가 신랑감을 골라 시집을 가게 되었다. 오라비를 따라 시가에 도착해보니 이를 어쩌나! 알아주는 양반가이지만 빈곤하기 짝이 없었다. 동네 사람들은 신부가 불쌍하다며 혀를 찼다. “가난한 저 시집에서 그 고생을 성형대출 어이할꼬. 어쩌다가 속았는고?” 오라비는 사기 결혼이라면서 두말 말고 돌아가자고 한다.
신부는 자신이 배운 도리로는 그럴 수 없다면서 오라비를 돌려보내고 시집살이를 시작했다. 쌀독에 쌀 한 톨이 없었다. 가지고 온 혼수를 팔아 식구의 끼니를 해결했고 이내 친정에 손을 벌렸다. 하지만 계속 친정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었다. 궁리 끝에 마음 자영업자 을 바꿨다. “곰곰 생각 다시 하니, 김장자 이부자는 근본적 부자런가. 수족이 다 성하고 이목구비 온전하니, 내 힘써 내 먹으면 그 무엇을 부러워하리.”
신부는 비단 치마를 벗어 던지고 행주치마로 갈아입고, 운혜(여자들이 신는 마른신의 하나), 당혜(예전에 사용하던 울이 깊고 앞코가 작은 가죽신) 대신 짚신을 신었다. 담장 안쪽 채마밭을 현대캐피탈대출상품 다시 갈아 오이와 가지를 길러 장에 내다 팔고, 뽕을 따서 누에를 치고 비단을 짰다. 노인의 수의를 짓고, 아이들 복건과 색동옷, 아가씨들의 녹의홍상, 벼슬아치들의 조복도 지었다. 여자가 할 수 있는, 돈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았다. ‘저녁에 켜는 불로 새벽조반을 얼러 짓는다’고 했으니, 그야말로 밤을 새워가며 악착같이 일했다. 그렇게 해서 신부 엘에치공사홈페이지 는 돈을 모은다. 한 냥 두 냥이 모여, 한 꿰미 두 꿰미가 되고, 그것이 또 모여 100꿰미가 된다. 마침내 전답을 사들이고 거창한 집을 지었고, 남편은 과거 합격으로 보답한다. 이어지는 행복은 구태여 말할 것이 없다.
‘복선화음가’의 치부는 물론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단 하나 여성이 노동에 내몰리는 상황은 진실성이 있다. 조선 후기에는 학자금대출 상환기간 빈곤사족(貧困士族)이 양산되었다. 그로 인한 가정의 경제적 위기는 허생의 아내가 그랬던 것처럼 여성이 짊어져야 할 몫이 되었다. ‘복선화음가’에는 실제 조선 후기 사족 여성이 떠맡았던 고난에 찬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청구야담’(靑邱野談)에 실린 두번째 이야기다. 김생은 남의 집 머슴살이로 모은 돈으로 스물여섯에 결혼식을 올렸다. 첫날밤을 지내고 신부가 말했다. “이제부터 각방을 쓰지요!” “무슨 말이오?” “당신과 내가 합방을 하면 좋기야 하겠지만, 아이를 줄줄이 낳을 것이니, 어찌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겠어요?” 남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로 남편은 짚신을 삼고 아내는 길쌈을 했다. 10년 동안 따로 잠을 자고 날마다 죽 한 그릇만 먹기로 작정했다.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노동으로 부부는 재산을 모았다. 10년을 채우는 마지막 날 남편이 “오늘은 밥을 먹지”라고 했지만, 아내는 “하루를 못 참고 원래 약속을 깨트려야 하겠어요?”라고 하였다. 남편은 그날도 죽을 먹었다. 다음날 재산을 헤아려보니 도내의 갑부가 되어 있었다.
마지막 이야기다. ‘차산필담’(此山筆談)이란 책에 실린 것이다. 명가의 가난한 아들이 나이 서른이 되어 형 친구들의 도움으로 어렵게 비용을 마련해 신부를 맞았다. 신부 역시 궁하기 짝이 없는 집안 사람이었다. 첫날밤 신랑이 말했다. “가난을 벗어날 방도가 있기는 한데, 그걸 따르겠소?” “그러지요.” 신랑의 말인즉 가진 것을 다 팔아 남모르는 곳으로 가서 술집을 차리자는 것이었다. 부부는 달아나 술집을 차렸다. 신부는 술청에 나와 앉아 사내들의 던적스러운 농지거리를 들으며 수치심을 삼켰다. 어느 날 형이 물어물어 찾아왔지만, 부부는 에누리 없이 밥값을 받았고 등을 떠밀어 보냈다. 그렇게 돈을 모은 뒤 형을 불러 오해를 풀고 유족한 삶을 살았다는 이야기다. 세 이야기가 보여주듯 조선 후기 사족가의 여성까지 노동에 뛰어들었고, 어떤 경우 자식을 포기하고 여성으로서 감내하기 힘든 수치스러운 상황을 견뎌야만 하였다. 그렇게 여성의 노동은 가정의 경제를 떠맡고 떠받치고 있었던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자면 여성은 국가의 경제를 떠맡고 떠받치고 있었다. 조선의 국가 재정은 쌀과 면포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중 면포는 오로지 농민 여성이 생산하는 것이었다. 여성은 쌀의 생산에도 노동력을 쏟았으니, 실제 조선의 재정 중 60~70%는 여성의 노동에서 나온 것이었을 터이다. 그러니 조선의 국가 경제는 사실상 여성이 떠받치고 있었다 말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한국의 급속한 경제성장 역시 농촌의 젊은 여성의 노동력 위에서 이루어졌다고 해도 별로 이상한 말은 아닐 것이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인구가 많았던 경상도와 전라도 농촌의 여성은 신발, 봉제, 가발 등의 산업에 투입되었다. 또 일부는 가정부로, 버스 안내양으로 갔다. ‘공순이’라는 비칭을 들으며 번 돈으로 학교에 다니는 남동생과 오빠의 등록금을 댔다. 지금도 부산의 고무공장, 마산의 수출자유지역에서 쏟아져 들어가고 쏟아져 나오던 젊은 여성들이 눈에 선하다. 여성 노동자들은 예외 없이 저임금이었다. 실제 한국 산업화 과정의 자본 축적은 여성의 노동력을 갈아 넣어서 가능한 것이었을 터이다.
한국사는 온갖 경제적 변화에 대해서, 또 찬란한 경제성장에 대해 말하지만, 여성 노동자에 대해서는 거의 말하지 않는다. 이상한 일이 아닌가? 이 세상은 온통 남정네가 만든 것이란 말인가? 궁금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강명관 인문학 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