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시행하겠다”며 2일 무차별 상호관세 부과를 거듭 예고했다. 미 행정부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더 크고 단순한 숫자를 원한다”며 상호관세가 20%에 이를 것임을 시사했다. 일주일 전만 해도 “사전 협상을 통해 일부 국가와 품목에 상호관세를 면제할 것”이라던 유연한 입장에서 ‘예외없는 선(先) 부과-후(後)협상’으로 선회했다. 예상보다 거센 관세 폭풍으로 한국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자동차와 철강의 경우 25%의 품목 관세에다 20% 상호관세까지 더해 45%의 과중한 세 부담을 안을 수 있다.
한국이 이른바 ‘더티 15’ 족쇄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백악관과 의회에 제출한 국가별 무역 평가 보고서(N 회사원 줄거리 TE)는 예고편이다. 7쪽에 걸쳐 한국의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 유전자변형작물(GMO) 규제, 네트워크 망 사용료,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차량 배기가스 규제, 약값 결정의 불투명성 등 온갖 비관세 장벽이 망라돼 있다. 오래 전부터 거론된 내용이지만, 보복관세 명분으로 사용될 게 분명하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독 나 주의 도움 받고자 일·일본·한국은 미국을 자동차 제조 국가에서 조립 국가로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일본은 미국산 쌀에 700% 관세를 부과한다”고 지적했다. 언제 한국의 513% 쌀 관세도 트집 잡고 나설지 모른다.
이런데도 한국 정치는 탄핵 늪에 빠지고 경제는 0%대 저성장이 우려되는 복합 위기다. 미국이 상호관세 부과 후 사대보험 개별 협상을 갖기로 한 만큼 양자 협상을 통해 급한 불을 꺼야 한다. 최대한 관세 인하나 유예를 받아내려면 민·관이 ‘팀 코리아’로 조직적 대응을 해야 한다. 대미 투자 확대와 비관세 장벽 완화를 통해 입체적으로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 야당이 한덕수 총리 재탄핵을 위협하며 통상 컨트롤타워를 흔들어서도 안 된다. 어느 때보다 통상 외교 라인의 종사자 민첩한 대응과 리더십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