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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사랑은 커녕 뭘 해도 심드렁한 표정. 꽃을 사다 주어도, 절절한 편지를 써줘도 소용 없었습니다. ‘여자’로서의 아내를 향한 욕구는 해소되지 못했습니다.



“내 인생은 언제나 폭풍 같았다네.” 빅토르 위고가 그린 ‘나의 운명’.



아주 맑은 봄날. 그녀는 편지를 읽으면서 환하게 웃고 있었 기업저축은행 습니다. 오랫동안 보지 못한 여자의 얼굴이 비칩니다. 남편을 보자 황급히 감추는 모습. 의심은 비휘발성을 가진 탓에 마음속 응어리로 남습니다. 아내가 잠이 든 사이 편지를 찾아 나섰습니다. 낯이 익은 발신인. 남편의 친한 친구였습니다. 편지에는 두 사람의 ‘밀어’가 가득합니다. 아내가 남편의 친구와 바람난 것이었습니다.

북한 남편은 ‘여자’로서 그녀를 포기합니다. 다만, ‘아내’로서는 붙잡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필요하다는 확고한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이후부터 그 역시 수 없는 바람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두 사람은 각자 사랑을 하되, 한 침대를 공유했지요. ‘파리의 노트르담’, ‘레미제라블’. 프랑스의 가장 위대한 소설을 쓴 빅토르 위고와 그의 아내 아델 푸셰 이야기입니 직장인밴드 다.



‘레미제라블’, ‘노트르담의 파리’를 쓴 대문호 빅토르 위고.




불행한 아이, 빅토르 위고
위고는 1802년 2월 26일 프랑스 동부 마을 베장송 원천징수 에서 태어났습니다. 스위스와 국경을 맞댄 수려한 자연환경이 매력적인 동네. 아름다운 풍경과는 반대로 위고의 삶은 불안으로 가득 찼습니다. 장군이었던 아버지 요제프와 어머니 소피의 관계가 파탄 직전이었기 때문입니다.

소피가 아버지의 군 동료와 동침하고, 아버지 역시 가정부를 정부로 둔 막장 집안이었습니다. 매일같이 고성이 대전햇살론 오가고, 가시가 돋친 말들만 가득한 곳에서 행복은 언제나 시들기 마련입니다.



“위고, 절대 아버지를 닮지 말렴.” 위고의 어머니 소피.





위고의 아버지 요제프 레오폴드.



그가 열 살 정도가 됐을 무렵, 아버지 요제프가 아이들을 기숙학교에 강제로 보내버립니다. 엄마 소피에게서 아이들을 떼어놓기 위해서였습니다. 10살이었던 위고는 그때의 불안했던 감정을 편지에 담았습니다. “사랑하는 엄마, 엄마와 떨어져 있어도 엄마를 완전히 빼앗아 가지만 않는다면 전 행복할 거예요.”



위안을 주던 시와 소녀
파리로 이주해 살던 위고. 그의 마음을 달래주는 건 두 가지였습니다. 시(詩)와 소꿉친구 아델 푸셰. 시끄러운 집에서 나와 혼자 방황할 때면, 그는 시를 지었습니다. 문학에서만 자신의 세계를 지어나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델, 난 노트르담 파리 성당을 재건하고 싶어.” 폐허가 된 노트르담 파리 성당에서 빅토르 위고는 자주 위안을 얻었다. ‘노트르담 드 파리’에 실린 삽화.



프랑스 혁명으로 폐허가 되어있던 노트르담 성당 앞에서 위고는 아델과 앉아 그의 작품을 낭독하곤 했습니다. 위고는 키가 작고 잘나지 못한 자기 얼굴을 싫어했지만, 아델은 그의 내면을 바라봐 줍니다. 거친 삶으로 내던져진 그에게 주어진 몇 안 되는 부드러움. 찰나의 봄 햇살 같은 그녀가 있었기에, 위고 역시 자신의 감성을 꽃 피울 수 있었습니다.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에게 느끼는 연민. 문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이었지요.

위고는 오랜 시간 그녀와 결혼을 꿈꿉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반지를 건넸습니다.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 부모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두 사람은 부부의 연을 맺었습니다. 1822년, 그의 나이 불과 20살이었습니다. 위고의 마음은 충만함으로 가득합니다. 결혼 4년 후 발표한 ‘오드 에 발라드’로 그는 ‘위대한 시인’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아델, 못난 나지만, 결혼해 주겠어?” 젊은 시절 빅토르 위고.




가정부로서 삶에 지쳐가는 아델
문인으로서 성공 가도를 달렸지만, 그의 가정생활은 내리막길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성욕이 충만한 빅토르 위고에게 아내 아델이 불만을 품습니다. 문인의 감성을 가진 그녀에게 어쩌면 집이라는 공간은 어울리지 않은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델은 막내딸 아델을 낳은 이후부터 위고와의 동침을 거부합니다. 더 이상 위고의 조연자로만 살지 않겠다는 의지기도 했습니다.




“위고, 난 더 이상 가정부로만 살고 싶지 않아.” 아내 아델 푸셰.



권태로움을 느끼던 때, 그녀의 마음을 달래준 이는 생트뵈브라는 남자였습니다. 문학평론가이자 위고의 친구기도 했었지요. 시집 ‘오드 에 발라드’ 서평 기사로 위고를 전국에 알린 인물. 그는 종종 위고가 없는 위고의 집을 방문해 아델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처음엔 응접실에서만 이뤄지던 대화가 어느덧 침실까지 이어집니다.

아델이 바람을 피운 이듬해, 위고의 첫 대작이 나왔습니다. ‘노트르담 드 파리’(파리의 노트르담, 노트르담의 꼽추)입니다. 아름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사랑한 꼽추 콰지모도의 이야기. 곱지 못한 얼굴로 미인을 사랑한 위고의 자전적 요소가 읽히는 대목입니다.
에스메랄다가 귀족 청년 페뷔스와 사랑에 빠진 것 역시 아내를 친구에게 빼앗긴 위고의 비극과 연결되기도 합니다. 파리 노트르담 성당은 위고가 어린 시절 아내 아델과 함께 시를 읽던 공간이었습니다. 폐허로 전락한 이 공간은 철거가 검토됐으나, ‘노트르담 드 파리’가 대성을 거두면서 재건이 결정됩니다.



“콰지모도, 나는 당신에게 사랑을 못 주지만, 술 한 잔은 줄 수 있어.” 노트르담 드 파리 속 에스메랄다가 형장에 선 콰지모도에게 술을 건네는 모습.




가정을 지킨 위고...그러나 복수는 이어졌다
위고는 자신의 친구와 바람을 피운 아델을 더 이상 여자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에게 아델은 이제 아이들의 엄마일 뿐이었지요. 위고는 적어도 가정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정조를 지켜야 할 의무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 역시 아름다운 여배우 줄리엣 드루에와 사랑에 빠집니다.

프랑스 사교계에서 귀족들의 애인으로 전전하던 그녀였지만, 위고를 만난 이후부터는 그에게만 충실합니다. 배우로서의 삶도 포기하고 위고의 조력자로만 살았습니다. 아내 아델이 넌더리를 내던 것이었습니다.
위고는 줄리엣의 하인과도, 또 다른 동료 배우와도 육체적 관계를 맺었지만, 줄리엣은 그런 위고를 계속 품었습니다. 아델과 이혼을 하지 않았더라도 상관하지 않았지요.



“위고, 전 당신이 뭘 하든 당신을 사랑해요.” 위고의 정부 줄리엣 드루에.




아픔을 보듬는 작가
위고는 공화주의자였습니다. 개인의 영달, 혹은 정치적 이익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도시에서 구걸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가장 좋은 체제라고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산업화가 이제 막 시작되던 프랑스에는 하루에 16시간이 넘는 중노동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아동 노동의 상한 시간을 하루 16시간에서 10시간으로 줄이자고 외친 것도 빅토르 위고였지요. 깊은 연민을 가진 위고가 보기 힘들어하는 것들이었습니다. 부모에게서 사랑받지 못한 어릴 적 자신을 떠올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만 쓸면 일이 끝날까?” ‘레미제라블’에서 어린 코제트가 빗자루질하는 모습.



가장 인권적인 건, 가장 혁명적인 것이었습니다. 위고는 언제나 권력에 불온한 존재였습니다. 프랑스 공화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나폴레옹 3세가 친위 쿠데타로 황제로 즉위하자 저항 조직이 생겨났는데, 이를 주도한 이가 빅토르 위고였습니다. 그가 프랑스에서 추방된 이유기도 했습니다. 그의 나이 50이 되던 1852년이었습니다.




“자 이유가 어찌 됐든 매춘은 나쁜 거라고.” ‘레미제라블’에서 형사 자베르가 매춘한 판틴을 체포하는 모습.




육체적 속박, 정신적 자유
위고와 그의 가족은 영국령 건지섬에 터를 잡습니다. 아내 아델 푸셰도 함께였습니다. 위고 가족의 집 근처에도 또 다른 프랑스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줄리엣 드루에. 위고의 정부였던 여배우. 기묘한 동거의 시작이었지요.

섬에서의 삶은 물질적인 부족함이 있을지언정, 정신적으로는 충만한 삶이었습니다. 권력에 눈치 보지 않고 글을 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형제와 노예제, 인간에 대한 권력의 모든 억압을 비판합니다. 망명 생활이 7년째 이어지던 1859년, 나폴레옹 3세가 위고를 사면합니다. 그리운 고향 땅에 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였지요.



“자유가 없는 프랑스에 돌아가지 않겠소.” 건지섬에서 빅토르 위고.



위고는 거절합니다. “양심에 따른 의무에 충실한다는 마음으로 자유를 향한 여정을 계속할 것이다. 나는 프랑스에 자유가 오면 돌아갈 것이다.”

파리에서 담았던 비참한 풍경을 망명지에서 원고지에 옮겨적었습니다. ‘레미제라블’. ‘비참한 사람들’이란 뜻이 의미하듯, 1800년대 혁명 이후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애환을 그대로 담은 작품입니다.



빅토르 위고가 그린 교수형. 사형에 대한 그의 비판적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빵을 훔쳤다고 경찰에 맞으면서 끌려가는 시민, 제발 자기 몸을 사달라고 사정하는 여인들, 장시간 노동 이후 구걸까지 하는 아이들. 위고에게 파리는 괴로움이 가득한 공간이었습니다. 동시에 문학적 영감의 깊은 샘이었습니다. 탈옥수 장발장이 새 삶을 꿈꾸면서 비루한 삶을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과 만나 빛을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당대의 비참함을 묘사한 면에서 현실주의적이고, 사랑의 힘을 믿는다는 측면에서 낭만적이며, 정치를 향한 비판이 녹아있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소설이었습니다. 비평계 혹평이 이어졌지만, 대중적으로는 대성공을 거둡니다. 비판하는 이들에게 위고는 말합니다. “저는 인간의 (비참한)운명을 파괴하고 싶습니다. 저는 노예제도를 비난하고, 빈곤을 몰아내고, 증오를 미워하고 싶습니다. 제가 레 미제라블을 만든 이유입니다.”



“얘들아, 미소는 원래 힘들 때 짓는 거란다.” 빅토르 위고가 가난한 아이들을 불러 음식을 대접한 뒤 찍은 사진. 맨 오른쪽 위 노인이 빅토르 위고다.




대문호의 죽음
1870년, 프랑스에 다시 공화정 체제가 들어섭니다. 독일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완패한 뒤에 이뤄진 강제적 민주화였습니다. 그럼에도 위고는 기꺼이 귀향합니다. 자유의 땅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자유라는 꽃이 다시 시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상원의원으로 선출되면서 사회주의자에게 사면을 제안한 것도 빅토르 위고입니다.




“정치와 문학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하지.” 빅토르 위고.



아델 푸셰도, 줄리엣 드루에도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 파리한 얼굴의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합니다. “내가 죽으면 가난한 사람의 영구차에 태워주세요. 그들을 위해 5만 프랑을 남깁니다. 모든 영혼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나는 신을 믿습니다.” 1885년 5월 22일 빅토르 위고가 눈을 감았습니다. 그의 책상에는 작은 쪽지가 놓여있었습니다. “사랑하는 것은 행동하는 것입니다.”

가난한 장례식을 요구했지만, 대통령 쥘 그레비는 대문호에 걸맞은 장례절차를 지시합니다. 국가적 장례식이었습니다. 다만 위고의 유언대로 그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영구차에 실렸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웅장하면서도, 가장 겸손한 장례였습니다.
이날 파리 거리에는 200만명의 사람이 몰렸습니다. 그의 마지막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없는 이들을 위해 행동했던 정치인, 가난한 이들을 위한 글쟁이, 무엇보다 위대했던 문호에 애도를 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역사가 인간을 찢어놓을 때, 문학이라는 실로 상처를 꿰매주던 문인. 빅토르 위고였습니다.



프랑스 위인이 묻히는 팡테온에 도착한 빅토르 위고 운구 차량. [사진출처=Arnaud 25]





빅토르 위고 초상화. 프랑스 화가 레옹 보나트의 1879년 작품.



<네줄요약>

ㅇ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는 어린 시절 부모의 불화, 아내의 외도로 입은 개인적 상처들이 많았다.
ㅇ그럼에도 그는 ‘레미제라블’, ‘노트르담 드 파리’와 같은 약자에 대한 연민이 담긴 작품을 남겼다.
ㅇ아동노동이나 가난과 같은 사회적 문제도 결코 외면하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그는 프랑스에서 추방되기도 했다.
ㅇ문학이라는 실로 상처를 꿰매주던 문인이었다. 그의 장례식에 200만명이나 되는 사람이 몰렸다.

역사(史)에 색(色)을 더하는 콘텐츠 사색(史色)입니다. 역사 속 외설과 지식의 경계를 명랑히 넘나듭니다. 가끔은 ‘낚시성 제목’으로 알찬 지식을 전달합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해주세요. 격주 주말 알롱달롱한 역사를 들고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