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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되지 못한 역사가 또다시 계엄을 불렀습니다.” 석원호(67) 여정남50주기행사위원장(여정남기념사업회장)은 지난 14일 대구시 북구 경북대 앞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다음달 9일 4·9인혁열사 8명이 ‘사법 살인’을 당한 지 50주기를 앞두고 대구 시민사회가 다양한 추모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여정남기념사업회와 경북대 민주동문회 등은 여정남50주기행사위위원회를 꾸리고, 경북대 학생이었던 여정남(1944∼1975)의 생전 활동을 기록하고, 열사 정신을 계승 취업알선제공 하는 추모사업을 한다.
여정남 열사. 여정남기념사업회 제공
1944년 대구 중구에서 태어난 여정남은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62학번으로 입학해 여느 대학생들과 같이 반독재 운동에 함께했다. 1964년 6월 한일회담 생애최초 특별공급 반대 투쟁으로 제적당했다가 1969년 복학한 뒤 경북대를 중심으로 대구에서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다. 경북대 철학과 78학번인 석 회장은 학교 입학 뒤, 선배 여정남의 이야기를 전설처럼 들었다고 한다. “봄에 꽃 필 때, 여정남 선배가 돌아가신 그즈음에 경북대 써클들이 모여서 해마다 ‘진달래제’라는 비밀 축제를 열었습니다. 그때 여 선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저축은행당일대출 들었죠. 그 당시에도 여 선배를 직접 대면한 선배들은 많이 없었어요. 이미 1971년 4월에 ‘반독재구국선언문 사건’으로 붙잡혀 혹독한 고문을 받았고, 그 뒤로는 투쟁의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고 합니다.” 박정희 정권이 1972년 10월 전국에 계엄령을 선포한 뒤, 대학가를 중심으로 반대 시위가 조직됐는데 비수도권에서는 경북대가 그 중심이었다. “1974년 출력 4월 전국적 시위를 준비했는데, 첫 시위의 포문을 경북대에서 열었습니다. 서울은 정권이 주목하고 있으니 지역에서 먼저 시작해 전국적으로 확산하자는 계획이었죠. 당시 여정남 선배는 학내 시위에 관여하지 않고 서울에 있었는데, 이 시위의 배후로 지목됐습니다. 대학생을 시위했다고 사형시킬 수 있습니까. 사건을 조작한 거죠.”50주기 맞아 경북대 민주동문회와 열 한국신용평가정보 아이핀 사 자료집 ‘4월에 피는 꽃’ 낼 계획 ‘여정남과 대구민주화 운동’ 도록도 1억 모금 목표로 추모위원 모집 “경북대 시위 관여하지 않은 여 선배를 박 정권이 배후로 조작해 사형 집행”인혁 열사 8명 중 4명 대구·경북 출신 내달 5일 동대구역 앞 시민문화제 여정남은 1974년 4월 ‘민청학련 사건’으로 붙잡혔다. 정부는 전국 시위를 주도한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의 배후에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라는 단체가 있다고 조작했다. 여정남은 이철·유인태 등과 전국 대학생 시위를 주도하고, 두 단체 사이 연결 고리 역할로 국가 전복을 기도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여정남 등 8명은 다음해 4월8일 대법원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18시간 만인 다음날(9일) 사형됐다. 여정남은 당시 나이 31살로 8명 가운데 가장 어렸다. “박정희가 계엄을 선포하고 시위를 잠재우려고 사건을 조작한 거예요. 헌법을 대통령 마음대로 주무르고, 이를 제어할 장치가 없었습니다. 이 시대를 겪은 우리는 계엄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알아요. 저도 1980년 5월 신군부의 비상계엄 확대 조치 때 잡혀간 경험이 있습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때아닌 ‘12·3 비상계엄 사태’로 50주기 추모사업은 더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됐다. 석 위원장은 “계엄과 독재에 반대하는 운동을 하다가 여정남 선배가 희생됐는데, 반세기가 지나 50주기 추모사업을 준비하는 와중에 계엄이 터지니 말문이 막혔다. 결국 청산되지 못한 역사가 반복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여정남은 2007년 민청학련 사건 관련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국가배상 결정을 받았다. 이어 2008년 경북대 입학 44년 만에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또 2018년 계엄법 위반 사건도 재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여정남50주기행사위는 열사의 명예는 회복됐지만, 진상규명과 정신계승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라고 말한다. 이들은 50주기를 맞아 여정남 관련 자료집 ‘4월에 피는 꽃’, 관련 사진을 담은 도록 ‘여정남과 대구 민주화운동 1960-1979’ 등을 펴낼 예정이다. 이를 위해 1억원 모금을 목표로 추모위원을 모집하고 있다. 추모위원 신청은 ‘bit.ly/여정남열사50주기추모위원’으로 하면 된다. “여정남 선배가 활동할 당시 여러 차례 구속됐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남긴 일기장, 메모, 편지 등 자료가 없어요. 그나마 남은 공안기관의 자료들을 중심으로 기록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에게 여정남 선배가 활동했던 역사를 남겨주고, 이 정신을 계승해야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하지 않을까요. 이런 취지에서 50주기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편,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는 인혁열사 50주기를 맞아 대구에서 다양한 추모행사를 연다. 사형수 8명 가운데 4명이 대구·경북 출신이다. 다음달 5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시민문화제, 9일 현대공원 열사 묘역에서 합동 참배 및 추모식, 11일 경북대에서 심포지엄 등을 연다. 오는 29일과 다음달 5일에는 각각 영남대와 경북대에서 추모제를 연다. 이들은 “숨죽인 세월, 두려움과 공포의 시간을 넘어 50주기를 맞이한다. 여전히 민주주의는 독재자와 그 일당에게 무참히 짓밟히고, 살인자 박정희 동상이 대구·경북 곳곳에 세워져 우상화되고 있다. 역사를 바로 세우지 못한 후과는 너무 참혹하다. 이제 독재의 망령을 끊어내고 새로운 민주개혁의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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