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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즙수병햇 작성일25-03-10 01:52 조회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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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성의날을 하루 앞둔 7일,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쾰른의 나치기록박물관 앞 공터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돼 있다. 쾰른=신은별 특파원


"우리는 어차피 꽃을 들고나올 생각이었어요. 그러다 꽃을 선물하기에 아주 좋은 기회를 만났어요."
8일(현지시간)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 쾰른에서 만난 독일인 수잔 프랭키는 환한 웃음과 함께 이렇게 말했다. '세계여성의날'(3월 8일)을 기념해 친구 엘리자베스와 함께 준비했다는 붉은 꽃을 가리키며 그가 언급한 '꽃을 선물하기에 좋은 기회'란 바로 이날 쾰른에서 열린 '평화의 소녀상(이하 소녀상)' 제막식이다. "전쟁에서 피해를 입은 일본군 위안부를 공무원개인회생대출 상징하는 소녀상에 꽃을 선물하는 건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이 자리에 함께함으로써 모든 여성과 연결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있게 된 걸 굉장히 기쁘게 생각해요." 프랭키는 제막식에 관한 정보를 신문에서 접했다고 했다.



세계여성의날인 8일 실업급여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쾰른의 나치기록박물관 앞 공터에서 소녀상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쾰른=신은별 특파원


세계여성의날이라는 날짜만큼 중요한 건 소녀상이 자리한 장소다. 소녀상은 쾰른 시내에 위치한 나치기록박물관(이하 나치박물관) 앞 공터에 우뚝 섰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 나치 관련 아파트론대출 자료로 가득한 독일 내 대표적인 '반성의 공간'에, 같은 시간 지구 반대편에서도 진행되던 전쟁 중 일본이 점령지에서 자행한 육체적·정신적 유린을 온몸으로 고발하는 소녀상이 세워진 것이다.
이날 오후 4시부터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제막식에는 약 250명(경찰 추산)의 시민이 참석했다. '정의'와 '존엄'의 의미를 담아 세계여성의날의 상징 인테리어 업체 색이 된 보라색 천으로 덮여 있던 소녀상이 모습을 드러내자 현장에선 큰 박수가 터졌다. 참석자들은 저마다 준비해 온 꽃을 소녀상 주변에 놓으며 사진을 찍었다. 독일인 루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했는데 소녀상을 계기로 조금이나마 알게 됐다"며 "나의 지역에 이처럼 소중한 상징물이 들어선 것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농협 월복리 소녀상은 쾰른 연구자·언론인 모임인 국제연구협회가 진행한 프로젝트 '망각에 반대하는 예술'의 일환으로 설치됐다. 이 모임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국 등 제3세계에 미친 영향을 약 40년간 연구해 왔다. 2010년부터는 전 세계 60여 곳에서 관련 연구 및 자료를 순회 전시해 왔는데, 소녀상은 올해 전시의 대표작품 격으로 새로이 포함됐다. 소녀상 위치 장소가 쾰른시에 속한 공공부지라는 건 국제연구협회가 그간 이룬 성취의 증거다. 전시 기간도 이달 7일~6월 1일로 짧지 않다.



7일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쾰른의 나치기록박물관 앞 공터에 새롭게 자리한 소녀상 옆에 이번 전시를 기획한 칼 뢰셀이 앉아 있다. 쾰른=신은별 특파원


이렇게 중요한 프로젝트에 소녀상을 앞세운 이유는 뭘까. 전시 총감독 칼 뢰셀은 7일 나치박물관에서 한국일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녀상을 통해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독일 등이 유럽과 아시아에서 벌인 성폭력을 직시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등이 각각 싸우는 오늘날의 전쟁에서 그대로 반복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해결할 단초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역사에 눈을 질끈 감아서는 안 되는 이유죠. 소녀상에는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을 나치박물관 안으로 이끌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카셀 교회 앞에도 소녀상 '둥지'
이날 소녀상은 독일의 다른 도시에도 세워졌다. 쾰른에서 240㎞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헤센주 카셀의 노이에브뤼더키르헤(새 형제들 교회) 앞이다. 소녀상 의미에 감동한 교회 측에서 지난 1월 소녀상 설치를 전격 허용하며 세계여성의날을 계기로 한 제막식 개최가 급물살을 탔다고 한다. 이곳에는 약 1년간 설치된다.



8일 독일 헤센주 카셀의 노이에브뤼더키르헤(새 형제들 교회) 앞에 일본군 위안부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돼 있다. 이규범씨 제공


독일 내 소녀상 설치를 주도하는 재독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코협)의 한정화 대표는 8일 "여성 인권을 위해 투쟁하는 날, 소녀상 제막식이 두 차례나 열렸다는 건 독일 내에서 전시 성폭력에 대한 반성 및 여성 인권에 대한 재고의 중심에 소녀상이 자리하게 됐다는 뜻"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독일 수도 베를린에 4년 전 설치된 소녀상 앞에서도 세계여성의날 기념행사가 성황리에 열렸다.

소녀상 설치 때마다 우여곡절
다만 소녀상 전시가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쾰른, 카셀, 베를린에서 모두 설치 전후 적지 않은 수난을 겪었다.
쾰른 소녀상은 2년 전부터 전시 계획이 잡혀 있었으나 지난해 12월 헨리에테 레커 쾰른시장이 '다른 장소에 설치하라'며 돌연 제동을 걸었다. 그가 제안한 장소는 나치박물관 옆 교회 안에 있는 공터였다. '교회 사유지'라는 점에서 '공공부지'에 비해 소녀상 설치 의미가 다소 반감되는 것은 물론,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교회 내에 소녀상을 두면 대중의 눈에 띌 기회가 지극히 적을 수밖에 없었다.



8일 독일 쾰른 나치기록박물관(나치박물관) 옆에 위치한 교회 전경. 쾰른시는 '공공부지'인 나치박물관 대신 이곳을 소녀상 전시 장소로 제안했다가 철회했다. 쾰른=신은별 특파원


레커 시장은 여러 핑계를 댔다. '소녀상은 기념비에 해당하는데 기념비를 공공부지에 세우는 것은 행정기관의 독자적 결정 사안이 아니다. 쾰른시 정치위원회 등의 결정이 추가로 필요하다' '기념비 설치 신청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등이었다. 하지만 구 대표 결의안, 쾰른시 정치위원회의 지지, 시민단체들의 항의 서한 등이 잇따르며 결국 소녀상은 원안대로 설치됐다.
카셀 소녀상의 경우, 2023년 3월 카셀대에서 기습 철거된 뒤 2년 만에 다시 빛을 보게 된 사례다. 카셀 내 새 부지 물색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카셀 주민 홍소현(54)씨는 "대체 부지를 찾는 게 좀처럼 쉽지 않았는데 이렇게 새 둥지를 틀게 돼 다행"이라며 "1년간 임시 전시를 마친 후에는 카셀 내 공공부지로 옮길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베를린 소녀상도 앞날이 깜깜한 상황이다. 조형물 설치·철거 권한을 쥔 미테구청이 지난해 9월 소녀상 철거 명령을 내렸고, 코협이 '철거 명령을 취소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낸 뒤 법적 분쟁도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여서다.



독일 카셀대에서 철거된 뒤 덮개로 싸인 채 창고에 보관된 소녀상(왼쪽 사진). 8일 카셀 노이에브뤼더키르헤 교회 앞에 설치된 소녀상(오른쪽 사진)과 대조를 이룬다. 홍소현·이규범씨 제공


이러한 고초는 일본의 직·간접적 방해에 따른 것이라는 게 코협과 현지 언론들의 판단이다. 베를린 소녀상과 관련해 미테구청은 철거 명령장에 직접 "소녀상 설치 이후 심각한 외교적 개입이 다방면에서 이어져 설치 허가를 철회했어야 하나, 임시 보호 절차로서 설치 허가 철회를 취소했다"고 명시했다. 여기서 '심각한 외교적 개입'이란 소녀상 철거를 위한 일본의 전방위적 작업을 뜻한다.
카셀 소녀상의 경우, 카셀대 설치 직후 프랑크푸르트 일본 총영사가 카셀대 측과 만나 "소녀상 설치는 반일 감정을 조장해 카셀 지역의 평화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쾰른 소녀상을 기획한 뢰셀은 "독일은 물론, 다른 국가에서 소녀상이 설치될 때마다 일본의 방해가 있었는데 쾰른에서도 그랬을 것으로 본다"며 "쾰른은 일본 교토와 자매 도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덕분에' 소녀상은 어쩌면 독일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더 뿌리를 내릴 수 있다. 쾰른에서 기자로 일하다 현재는 시민단체 '쾰른평화포럼'에서 활동하는 클라우스는 "일본의 방해 공작이 심해질수록 소녀상의 의미가 더 많이 알려질 것"이라며 "내년 세계여성의날 우리는 또 다른 소녀상 제막식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내다봤다.



독일 베를린에 설치된 소녀상 주변으로 8일 세계여성의날 기념행사에 참석한 이들이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코리아협의회 제공


쾰른=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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