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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즙수병햇 작성일25-03-06 16:01 조회1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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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순 기자]

2025년은 푸른 뱀의 해입니다. 활동의 면면을 볼 때 파란색을 절로 떠올리게 하는 청년활동가가 있어 소개합니다. 서울의 북쪽 도봉구에 똬리를 틀고 지역 청년들과 함께 재미있고 다채로운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은희 님을 지난 1월 24일 스페이스 도모에서 만났습니다.






수습기간 급여



▲  청년들과 지역주민을 위한 공간 '스페이스도모' 준비과정(맨 오른쪽이 김은희 님)


ⓒ 김은희




한국주택금융공사홈페이지- 김은희 대표님, 반갑습니다. 먼저 공간을 잠깐 둘러보았는데요. 여기는 어떤 일을 하는 공간인지요?


"스페이스 도모는 '뜻밖의 머무름'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지역의 청년들과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1인 기업과 창업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유오피스예요. 라운지와 공유 현대캐피탈 직장인대출 주방을 갖추고 있어서 요리를 함께 할 수 있고 회의나 각종 모임 장소로 활용하고 필요한 분들에게 대관도 하고 있어요."










생활의지혜100가지 ▲  스페이스도모의 활동 모습


ⓒ 김은희




- 설명을 듣고 보니 지역의 주민들에게, 특히 지역 청년들에게 매우 소중한 공간일 것 같아요. 이 공간의 운영자인 은희 주택담보대출이자 님이 더욱 궁금해지는데요. 우선 은희 님의 바다에 대한 인상적인 기억이 있으면 들려주시겠어요?

"학교에 들어가기 전이었던 것 같은데 제가 처음 들어가 본 바다는 동해의 낙산 해수욕장이었어요. 처음엔 바다가 너무 무서웠어요. 튜브가 있긴 했지만 파도가 넘실넘실하는 그 모습이 무서웠죠. 그런데 한여름 피서철이니까 사람들이 많았고 또 친구들이랑 놀다 보니 어느새 잊고 등이 새카맣게 탈 때까지 놀았어요. 그날 밤에는 화상으로 이리 누워도 아프고 저리 누워도 아팠던 기억이 있어요. 바다에 대한 강력한 첫 기억이에요.
성인이 되어서 바다는 그저 멀리서 지켜보는 곳이었죠. 그러다가 최근 몇 년 동안 제주에 자주 가게 되었는데, 2년 전 여름에 크게 마음먹고 바다에 들어가 어릴 때처럼 놀았어요. 생각보다 너무 신나서 내년에 또 오자 했어요. 또 작년 추석 무렵엔 물이 들어온 표선바다에서 모래 위를 맨발로 걸어본 기억이 떠오르네요."
- 처음 걸어본 제주 바다는 어땠나요?
"표선바다는 엄청 넓은 모래사장에 물이 쫙 빠졌다가 들어오거든요. 그 모습을 여러 번 지켜보곤 했는데 그동안은 한 번도 직접 들어가 볼 생각은 못했어요. 그러다가 함께 간 선배의 권유로 신발 벗고 바다로 들어갔어요. 맨발로 걷는 걸 '어싱(earthing)'이라고 하더라고요. 해 질 무렵 들어가 천천히 바다를 걸었는데 뭔가 오묘한 기분이었어요. 함께 걸은 언니도 그런 경험이 처음이었대요.
모래사장을 천천히 걸으면서 바닷물이 찰랑찰랑 발목까지 차오르는 느낌, 발가락 사이로 물과 모래가 빠져나가는 느낌. 바다가 이렇구나, 바다가 가까이 있구나 느꼈죠. 그 이전엔 깊고 넓은 바다가 막연히 두려웠던 것 같아요.

표선바다에서 어싱을 하면서 미역 줄기 같은 게 발목에 휘감기곤 했는데 그 느낌이 아주 좋더라고요. 추석이라 때마침 바다 위로 떠오른 커다란 보름달이 바로 눈앞에 있었어요. 잊히지 않는 순간이에요. 바다와 모래, 보름달, 모든 게 다 특별하고 좋았어요. 언니랑 지금도 가끔 그날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요."










▲  스페이스 도모의 공유주방


ⓒ 김은희




- 도봉구의 청년 활동가를 떠올리면 저는 제일 먼저 은희 님이 생각나더라고요. 은희 님은 도봉구와 어떤 인연을 갖고 계신 지, 어떤 활동을 해오셨는지 궁금합니다.

"대학에서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졸업 후 무대디자인 일을 하다가 환경과 조경디자인을 더 공부해 보고 싶어서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어요. 어학을 배우며 진학할 학교를 알아보던 중에 방향을 바꿔 도시정책을 전공했고 졸업 후 한국에 들어와서는 서울시의 정책사업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그 당시엔 도봉구가 낯설었어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추진지원단'으로 활동했고, 도봉구와 그렇게 인연을 맺었네요.
지금은 다른 일을 하지만 여전히 도봉구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2019년 무렵 퇴사를 하고 지역의 친구들과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하다가 세 명이 의기투합해서 지역문화 기획하는 회사를 하나 만들었어요. 코로나 시기에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된 상태에서 파일럿으로 지역 상권과 연계해 도시락 배달하는 사업을 했는데요.
기존과는 다른 특별한 도시락 배달시스템을 만들고 싶었어요. 일회용 용기 대신 재사용이 가능한 용기를 사용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죠. 용기를 사용할 수 있는 가게에 리워드를 제공하고 지도를 만드는 일도 했어요. 그런 일을 도모하면서 우리 서로가 지속가능한 지구에 관심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어요. 이후 본격적으로 일을 하고자 법인을 설립하고 '그레이티'라는 이름의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 지속가능한 지구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한 회사라니, 더욱 궁금하네요. 그동안 어떤 일들을 하셨는지요?
"이전에 일하던 공간에서는 너무 많은 자원이 버려지고 낭비되었어요. 특히 홍보물 같은 것들이 쉽사리 버려지는 게 안타까웠죠. 모두 환경에 대해 조금씩은 고려하고 있었지만 집행해야 할 예산 때문에 필요 이상의 물품을 만들고 버리고 쌓아두었다가 또 버리고 하는 그런 관행들에 마음이 불편했어요. 그런 상황들을 떠올리며 우리가 그 문제에 대안이 되는 활동을 하고 싶었어요.
방학천문화예술거리에 작은 공방을 빌려 '지구도 방학이 필요해'라는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에서는 플리마켓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원순환의 기회를 갖고자 했어요. 홍보물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면 가급적 환경에 부담이 덜 되는 방향으로 만들고자 했는데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관련 업체 몇 군데 제안을 했는데 수요와 예산의 균형을 만드는 일이 쉽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일을 펼치지는 못한 것 같아요. 그래도 지역축제를 운영할 때 홍보물과 굿즈는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자원이 순환되는 방식으로 제안하고 실행하려고 노력했어요. 그것이 우리의 중요한 가치였죠."










▲  스페이스 도모에서 행사 중인 청년들


ⓒ 김은희




- 지금의 이 근사한 공간은 어떻게 운영하게 된 건가요?

"2023년 상반기에 지역에 있는 북서울신협과 사회투자지원재단이 함께 지역의 청년들에게 필요한 공간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과정에서 지역을 잘 아는 청년들의 의견이 필요하니 와서 이야기 좀 해달라는 요청이 왔어요. 그 무렵 지방선거를 통해 지자체 장이 바뀌었는데 이전까지 오래도록 지속해 온 마을사업이나 청년들을 위한 공간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경우들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었어요.
그런 상황이다 보니 주민들은 공간에 대한 갈증이 컸고 이에 대한 의견이 엄청 많았거든요. 필요한 자리라고 생각해서 참석했어요. 몇 차례 회의를 이어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희가 운영 주체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 된 거예요. 지역에 청년들을 위한 공간이 생긴다니까 관심이 있어서 참여한 건데 우리가 운영하게 될 줄은 몰랐죠.
처음에는 10명 정도 청년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는데 1년 가까이 기획 과정을 거치다 보니 끝까지 모두 함께하지는 못했어요. 최종적으로 남은 4명이 매일 모여 하나하나 의논해 공간을 만들고 오픈하게 되었어요. 그게 2024년 5월이고요.

공간의 이름은 '스페이스 도모'입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담아 무엇이든 도모해 보자는 의미로 시작했어요. 처음부터 일회용품은 사용하지 않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해서 환경친화적인 공간, 인권친화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자 노력했어요."










▲  스페이스 도모의 화장실. 세면대 옆에 종이타올 대신 손수건이 놓여 있다.


ⓒ 김연순




- 스페이스 도모의 화장실은 좀 색다른 화장실이던데요. 세면대 옆에 손수건들이 쌓여 있고 입구에 '1인을 위한 화장실'이라고 쓰여 있더라고요. 어떤 취지인지 설명해 주시겠어요.

"누구에게나 문턱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고 싶어서 '1인을 위한 화장실'을 만들었어요. '여자'와 '남자' 이분법적 성별로만 나뉜 화장실은 신체 외관상 성별과 자신이 인식하는 성 정체성이 다른 사람들에겐 불편하고 두려운 공간이 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스페이스 도모의 화장실은 성별을 명시하지 않았어요. 함께 이용할 경우에도 불편함이 생길 수 있기에 1인을 위한 화장실로 운영 중이에요.
아직 물리적 공간 자체를 바꾸지는 못했고 휠체어 이용자에게 부족한 부분이 있는데 공사를 위한 기금이 모아지고 건물주에게 허가를 받게 되면 반드시 이를 위한 공사도 하려고 합니다. 환경에 대한 인식도 교육받는 게 아니라 경험으로 스며들게 하고 싶었어요.

요즘 외부 공간 대부분의 화장실에서는 손을 씻고 일회용 핸드페이퍼를 사용하고 있잖아요. 여기서는 핸드페이퍼 대신 손수건을 사용하게 하고 있어요. 사용한 손수건은 바로 밑의 박스에 담아 두고 모아서 한꺼번에 세탁해 다시 사용합니다. 이렇게 사는 것도 괜찮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그런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  스페이스 도모의 옥상 텃밭


ⓒ 김은희




- 환경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생긴 건가요?

"지금은 돌아가셨는데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어머니가 환경운동을 열심히 하셨어요.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고 비누도 친환경 고체비누를 사용했어요. 학교 다닐 때는 재생종이로 만든 노트를 썼는데, 생각해 보니 지금 제가 그대로 하고 있네요.
제가 초등학교 때 찍은 사진을 보면 엄마 따라 무슨 행사에 갔었는지 '지구가 아파요'라는 글귀가 쓰인 티셔츠를 입고 있더라고요. 옷 같은 거 나눠 입고 물려 입는 게 너무도 당연한 분위기였어요. 어머니가 제게 강요한 건 없었는데 어머니의 삶을 통해 그냥 자연스레 익힌 것 같아요.

제가 성인이 되어서 보름 정도 혼자 스페인과 포르투갈로 여행을 한 적이 있어요. 돌아와서 보니 제가 찍은 사진에 그 나라의 분리수거 쓰레기통, 포장지 이런 게 많이 있더라고요. 저절로 그쪽으로 눈길이 가는 것 같아요."










▲  김은희 님이 스페인 여행 중 찍은 재활용통


ⓒ 김은희




-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으로서 제주와 제주 바다에 대해 어떤 바람이 있는지요? 제주에 있는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에는 어떤 생각으로 가입하셨는지도 말씀해 주세요.

"제주도가 좀 더 안전하고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제주는 아름다운 섬이고 관광도시이니 관광객이 많아야 하는데 또 딜레마인 것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가면 제주도가 망가지잖아요. 그러면서 제주가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나 그런 생각도 계속 맴돌아요. 적정한 수치를 찾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제가 믿는 세계라는 게 있는데요. 제가 믿는 사람들이 활동하는 곳이라면 저도 함께 해야겠다 싶었어요. 제주를 자주 오가게 되면서 제주가 마치 제2의 고향처럼 느껴졌고 바다에 둘러싸인 제주가 온전하려면 바다가 건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파란은 그런 활동을 하는 단체이고, 제가 직접 뛰어들어 할 수 있는 일은 적지만 무엇이라도 동참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입했어요."
- 우리 모두 기후위기 시대에 살고 있는데요. 주변 사람들과 함께 보고 싶은 영화나 책이 있으면 추천해 주시겠어요?
"2021년에 EBS에서 방영된 <인류세>라는 다큐멘터리가 있어요. 처음엔 '인류세'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도 몰랐거든요.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지구의 지질이 바뀐다는 내용이 충격적이었어요. 작년에 출판된 <인류세> 책도 함께 읽으며 이야기 나누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절대로 적응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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