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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천 생거판화미술관의 김석환 목판화전


ⓒ 이상기




2025년 1월 23일(목)부터 4월 6일(일)까지 진천 생거판화미술관에서 김석환 목판화 전 <바람 부는 날>이 열린다. 1989년부터 2024년까지 만들어진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추상 계열의 판화가 있고, 구상과 추상이 섞인 판 새마을금고중앙회 이미지 화가 있다. 구상에서는 나무와 풀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들을 흔드는 바람이 그림 속에서 느껴진다. 그 때문에 전시 제목을 <바람 부는 날>로 잡은 것 같다.

김석환은 서양화가다. 홍익대학교 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1984년 관훈미술관(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판화를 시작한 것은 1983년 대학원에 진학하면서부 서브프라임대책 터다. 김석환은 목판화에 관심을 가졌는데, 그것은 나무가 부드럽고 다루기 쉽기 때문이었다. 그는 석난희 선생 문하에서 2년간 목판화 제작을 도우며 주제와 기법을 배웠다고 한다. 이때 선생의 영향으로 자연과 자연의 숨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김석환은 80년대 초반 어류 저장용 상자로 작업하면서 목판과 친해지게 되었다 괜찮아 사랑이야 후속 고 한다. 처음에는 이것을 가지고 입체와 설치 작업을 했다. 나무에 그림을 그리거나 천을 붙여 탈 평면의 실험적인 작품을 만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설치 작업에 관심을 잃고, 목판화 쪽에 열정과 에너지를 쏟았다고 한다. 그 결과 1989년, 신화랑(서울)에서 첫 판화전을 열게 되었다. 이때 작품이 이번 전시에 세 점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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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도 언젠가는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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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제목은 '우리도 언젠가는'이다. 작가만이 알 수 있는 세상을 표현했다. 칼질한 면에 붓질한 모습이 역력하다. 칼질은 빗금에서 확인할 수 있고, 붓질은 터치와 먹물의 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용이 꿈틀거리는 것도 같고, 파도가 강렬하게 솟구치는 것도 같다. 한 점은 채색 판화인데 둥글지 않은 직각의 물체가 움직인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는 물체를 표현한 것 같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도 언젠가는 사라지게 됨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다양한 제목의 1990년대 작품










▲  1992~94년 목판화: 왼쪽 아래 '고인돌에 누워'라는 작품이 보인다.


ⓒ 이상기




이번 전시에 1992년부터 1996년까지 목판화 작품이 모두 16점 나와 있다. 그런데 이들 작품에는 모두 구체적인 제목이 붙어 있다. 바람, 구름, 자연, 숲, 향기 잡념, 질투 영혼 같은 감성적인 단어가 보인다. 당간지주, 고인돌 같은 전통 문화유산도 보인다. 성 페터스부르그, 적도 같은 외국 지명도 보인다. 실제 작품을 들여다보면, 단어와 관련이 보이거나 느껴진다. 그 때문에 작품의 의도와 주제에 접근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산들바람'에서는 나무와 산 왼쪽과 위쪽으로 바람이 아지랑이처럼 휘감아 불어댄다. '날아오르는 산'에서는 산 위로 바람이 솟구친다. '새벽'에서는 바다에서 물안개가 산쪽으로 퍼져 나간다. '자연의 질투'와 '내가 너에게 커다란 힘으로 다가가길'은 그림과 제목을 연결시키기 쉽지 않다.
화가의 즉흥적인 감정을 자연과 대기 중에 표출한 것 같다. '고인돌에 누워' 같은 작품이 가장 구상적이다. 왼쪽에 커다란 소나무가 서 있다. 그 오른쪽 아래 북방식 고인돌이 놓여 있다. 고인돌은 신앙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휴식의 장소로 사용된 것 같다.

2016년 다시 목판화를 시작하다










▲  김석환 목판화전(1989)


ⓒ 이상기




이번 전시에 나온 김석환의 목판화는 1988년부터 2024년까지 제작된 작품 중 대표작을 엄선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떤 연유에서 인지 2000년대 들어 만든 작품은 제목이 대부분 '무제'다.

그 때문에 작품의 제작 의도나 주제를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2016년에 만들어진 작품이 이번 전시에 나와 있다. 김석환의 블로그에 '목판화를 다시 시작하면서'라는 글이 있다.
"오랜만에 목판화를 했다. 오랜만이라는 것이 한 20년은 된 것 같다. 중국에 와서 이렇게 저렇게 작업을 하다 목판화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의외로 중국의 목판용 합판이 부드럽고 좋아서 칼질하는 맛이 좋다. 나무에 밑그림 그려 붙이는 것도 간판집에 가면 간단하게 해결이 돼서 열심히 파서 열심히 찍기만 하면 되는지라 편하고 좋다.

하얼빈 판화원이라는 곳에 한 달 들어와서 밑그림을 수백 장 하고 인쇄하고 목판도 가져갈 걱정도 없이 여러 장을 사서 재단해서 자르고 했다. […] 작업 과정의 노동은 즐거움이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20여 년 전으로 돌아가서 시작하는 것이라 밑그림에 대한 청청함이 떨어졌다. 그래도 평소에는 한국에서 열심히 목판 원판을 파고 방학마다 중국에 와서 열심히 찍어서 이참에 한국과 중국에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작품 판매 전략도 짜고 싶다."










▲  2016년 목판화


ⓒ 이상기




방학을 이용 중국으로 가 작업을 하면 예술적인 면에서나 경제적인 면에서 유리한 점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때 만들어진 작품 두 점이 나와 있다. 두 작품 모두 추상이다. 한 작품은 아랫부분이 강물처럼 보이기도 하고 오선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오선지처럼 보이는 것은 음표 형태의 선과 점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다른 작품은 줄이 면을 이루어 휘감겨 돌아간다. 이 작품에서는 선과 면이 강조되어 있다.


2021년, 시골 암자의 달력 판화 그림










▲  2021년 시골 암자의 달력 판화


ⓒ 이상기




김석환은 시골의 암자로부터 달력 그림을 의뢰받은 것 같다. 그것을 목판으로 작업해 낸 것이 2021년 판화 달력이다. 그러므로 그림은 모두 12점이다. 그중 절반에서 절의 모티브를 볼 수 있다. 그 내용 역시 여백이 많은 풍경화 또는 선화(禪畫)로 보인다.

3월에는 돌부처인지 스님인지 모를 인물이 그려져 있다. 4월에는 엎드려 간절히 기도하는 어머니상이 보인다. 5월에는 4각의 연등에 이름표가 붙어 있다. 6월에는 부처님 얼굴 앞에서 버드나무잎이 하늘거린다. 7월에는 연꽃 위에 부처님이 앉아 있다. 9월에는 절의 상징인 물고기 풍경과 목탁이 아래 위로 그려져 있다.

1월에는 굴뚝의 연기, 2월에는 너와 지붕, 8월에는 빨랫줄에 걸린 빨래가 보인다. 10월에는 줄에 매서 말리는 곶감이 보인다. 11월에는 갈대가 바람에 흔들린다. 12월에는 전나무가 겨울을 이겨낸다. 이들 판화에서 절도 우리네 속세와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계절이 같고, 자연이 같고, 사는 모습이 같다. 그것은 사람들이 세속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절을 찾기 때문이다.










▲  김석환 화가 소개


ⓒ 이상기




이번 전시에는 이들 그림 중 6, 7, 10, 12월 그림이 나왔다. 그런데 전시장에는 이런 설명이 전혀 없어 관람객은 작품이 제작된 연도만 기억하고 지나가게 된다. 필자도 이 글을 쓰기 위해 화가의 블로그(https://blog.naver.com/palette0)를 찾아보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알게 되었다.

블로그를 통해서도 김석환의 화풍이나 작업방식 등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작품에 대한 코멘트가 없거나 비교적 짧게 코멘트를 하기 때문이다. 화가와의 대화가 3월 8일(토) 오후 4시부터 있다고 하니 만나서 인터뷰를 좀 해봐야 할 것 같다.

40년 판화업을 보여준 전시










▲  김석환 판화가의 판목


ⓒ 이상기




이번 전시에는 김석환 화가의 목판화 판목도 전시되어 있다. 소용돌이치는 선과 면이 입체적으로 새겨져 있다. 그리고 아클릴 수지에 입체성을 가미한 목판도 전시되고 있다.


2006년에서 2008년까지 작업한 작품 네 점이다. 제목은 모두 '무제'인데, 뭔가 던져주는 메시지가 있다. 도넛형의 작품은 순환 또는 윤회를 표현한 것 같다. 소나무를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채색을 한 작품이 있고, 용틀임하는 모습의 돋을새김 추상도 있다.










▲  김석환 화가의 자전거와 스케치


ⓒ 이상기












▲  홋카이도 스케치


ⓒ 이상기




마지막 전시 공간에는 김석환의 스케치와 자전거가 함께 전시되어 있다. 2023년 여름 홋카이도를 여행하면서 그린 스케치가 열 점이나 된다. 그림 속에 김석환이 여행하면서 타고 다닌 자전거가 나온다. 자전거가 그림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김석환은 자전거 여행이 취미생활이 되었고, 그 여행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는다. 그 영감이 자연스럽게 그림이 된다. 언젠가는 그 영감이 판화로 표현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블로그에 보니 2018년에 다녀온 유럽 스케치도 있다. 김석환을 잘 아는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김석환이 '풍경 너머 풍경을 본다'고 말한다.
덧붙이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