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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함께 ‘세일즈맨의 죽음’
미국의 대표적 극작가 아서 밀러가 쓰고 토니상과 퓰리처상을 받은 연극. 각각 무대 경력 60년이 넘는 박근형(85)과 손숙(81) 두 배우가 처음으로 남편과 아내로 무대에 서고 있다. 두 사람이 무대 위 아버지와 어머니가 된다는 상상만으로 관객의 마음은 벌써 애틋하다. 주인공 ‘윌리 로먼’(박근형·손병호)은 화목한 가정을 일궈보겠다고 평생 출장 세일즈맨으로 일하고, 아내 ‘린다’(손숙·예수정)는 스타킹을 기워 신으며 남편을 기다리고 두 아들을 키운다. 윌리는 화목한 가정을 이 임대차 루려 애쓰지만, 그는 어느 한 시절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 어느 삶이라고 크게 다를까. 이 고단한 여정의 끝에 뭐가 있을지, 가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도 녹슬지 않는 이야기의 울림은 불가사의에 가깝다. 아버지와 큰아들 비프(이상윤·박은석)가 충돌하는 클라이맥스는 여전히 데일 듯 뜨겁고, 마지막 린다의 독백은 가슴이 미어질 듯 증자 하다.
설 연휴에도 극장은 쉬지 않고 관객을 맞는다.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에선 박근형 배우가 안아주고 싶은 아버지 ‘윌리’를 연기하고(위) 뮤지컬 ‘베르테르’엔 화려한 춤과 노래, 목숨까지 거는 진짜 사랑 이야 대출상담사조회 기가 숨 쉰다(아래). /쇼앤텔플레이·T2N미디어, CJ ENM 제공
◇커플 맞춤 ‘베르테르’
한눈에 반해 밤을 지새우고, 그리움에 아파하다 끝내 목숨까지 거는 사랑, 이 뮤지컬 속엔 아직 있다. 어느새 25주년 기념 공연, 무대와 매체를 오가는 ‘대세 배우’가 된 전미도가 10년 부산저축은행예금피해자대책모임 만에 여주인공 ‘롯데’로 돌아왔다. 지금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연출가지만,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뮤지컬로 처음 각색할 당시 고선웅은 갓 신춘문예로 등단한 신예 극작가였다. 아름다운 꽃의 도시 발하임, 젊은 베르테르(엄기준·양요섭·김민석)는 왕자가 탄 배가 마치 운명처럼 자석으로 된 산에 끌려가 난파되는 ‘자석산’ 이야기를 인형극으로 공연하는 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여인 롯데(전미도·이지혜·류인아)를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관록의 중견 배우와 신예들의 합이 조화롭고, 클래식 실내악처럼 우아한 음악의 매력이 여전하다. 조광화 연출가는 이번 공연을 위해 오래 칼을 갈아온 듯 극의 흐름을 훨씬 촘촘하게 짜넣었다. 조연과 앙상블 배우들의 호흡도 좋아서, 마치 새로운 뮤지컬이 된 듯 신선하다. 보고 나면 곁에 있는 연인의 손을 꼭 잡고 싶어질 것이다.
◇친구끼리 ‘틱틱붐’
어떤 예술가는 죽음으로 전설이 된다. 작곡가 조너선 라슨(1960~1996)은 영원한 젊음의 뮤지컬 ‘렌트’의 개막 날 요절하며 브로드웨이의 전설이 됐고, ‘틱틱붐’은 그의 유작이다. 곧 서른 살이 되는데, 이룬 것이 없어 자꾸 주눅 드는 뮤지컬 작곡가의 자전적 이야기. 14년 만의 이번 공연은 마치 창작 초연인 듯 완전히 새롭다. 블록버스터 영화 번역으로 이름난 황석희 번역가가 연극적인 대사와 가사들을 말맛을 살려 고쳐 썼고, 3인극인 원작에 앙상블 배우 5명을 함께 무대에 올려 노래와 음악도 풍성해졌다. 가로, 세로, 높이 모두 6m를 넘는 정글짐 회전무대, 영리한 조명 사용과 역동적 안무가 어우러져 차분한 이야기에 강약의 리듬감까지 입혔다. “서른이 됐는데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으면, 그다음엔 어떻게 할 건데?” 배우를 포기하고 기업에서 제 살 길을 찾은 친구는 묻는다. 빨리도 변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 모두가 맞닥뜨리는 질문이기도 하다. ‘30/90′, ‘노 모어’ 등의 명곡들이 여전히 감미롭고 또 경쾌하다.
창작 초연인 듯 패기 넘치는 ‘틱틱붐’은 관객의 기분도 함께 끌어올려 줄 뮤지컬(위). 연극 ‘바닷마을 다이어리’ 속 소년과 소녀가 꽃비 내리는 터널을 자전거로 달리면, 보는 이의 마음도 함께 환해진다(아래)./신시컴퍼니, 라이브러리컴퍼니 제공
◇무제한 감동 보장 ‘바닷마을 다이어리’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2015)를 한국에서 처음 연극으로 만들었다. 첫째 사치(홍은희·한혜진·박하선), 둘째 요시노(유이·임수향·서예화), 셋째 치카(강해진·류이재·소주연) 세 자매에겐 어렸을 적 가족을 버리고 다른 여자와 떠났던 아버지가 있다. 망설이다 찾아간 아버지의 장례식, 배다른 동생 스즈(설가은·신예서·유나)를 만난다. 어쩌면 가족을 망친 미운 여자의 자식. 하지만 자매는 천애고아가 된 스즈를 집으로 데려와 함께 산다. 네 자매는 각자의 시련을 통과하며 더 단단한 가족이 되어간다. 사랑스러운 네 자매의 티격태격 일상을 눈앞에서 보는 친밀함이 가장 큰 매력. 저마다 가족과의 추억이 겹쳐지면 괜히 가슴 한편이 시큰해진다. 막내 스즈가 객석을 향해 조근조근 속엣말을 털어놓을 땐 저절로 미소 짓게 된다. 가마쿠라 최고의 잔멸치 덮밥을 해주던 식당의 니노미야 아줌마가 난치병에 걸린 걸 알게 된 요시노는 “신이 있다면 그놈한테 너무 화가 난다”고 말한다. 그걸 들어주던 회사 선배가 답한다. “그러게. 신이라는 놈이 우리를 생각해주지 않으니, 우리가 우리를 생각해주는 수밖에 없겠지.” 사람은 한없이 연약하고 허점 투성이이고, 저마다 약점과 결점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서로 손잡고 기댈 수 있으며, 슬프고 힘들 때 서로 안아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이 겨울을 따뜻하게 덥혀 줄 웰메이드 연극이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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