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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틈의 모양을 보고 확보물을 선택한다. 고정 줄에 매달려 교육하는 양우영 교무는 한 시간이 넘는 등반 내내 차분하고 침착한 목소리를 유지했다.


"으악!"
추락이다. 190cm의 거구인 이근수(55)씨가 미끄러진다. 떨어질 때면 바위틈 곳곳에 끼워뒀던 등반장비들이 '파바박'하고 튀어나온다. 그는 한동안 등반 로프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다시 출발했다.
그는 이후로도 연달아 몇 번이고 추락했다. 3~4m씩 떨어져서 몸이나 정신에 충격이 컸을 텐데 눈에는 점점 독 항공권 기를 띠었다. 하지만 같은 지점에서 또 다시 추락했고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하강했다. 추락하며 받은 충격에 "이제 저기는 못 가겠다"며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데 모두 추락을 대하는 태도가 좀 다르다. 보통 등반 중에 추락하면 걱정하기 마련인데 여긴 오히려 좋아한다. 강사들은 "아주 좋은 경험을 한 것"이라며 박수를 쳐준다. 왜 추락하는 신용조회기록 게 도움이 되는 것일까? 그것은 이곳이 거벽반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등반을 진두지휘하는 홍승기 강사. 강사들의 가르침의 열정에선 빛이난다.


추락으로 오답노트 만들기
등산학교에서는 다양한 등산 무직통신연체대출 혹은 등반을 가르친다. 거벽반은 그중 하나로 1,000m 이상의 높이를 자랑하는 거대한 암벽을 오르는 과정을 배울 수 있는 교과과정이다. 루트가 워낙 길고 어려운 경우가 많아 대개 이런 거벽은 인공등반으로 오른다. 바위 틈바구니나 손이 닿지 않는 바위 턱에 등반장비들을 걸고, 박고, 끼운 다음에 이들을 이용해 오르는 등반방식이다. 숙달하면 원래 맨 몸으로는 대학교취업지원 오르지 못하는 난이도의 벽도 충분히 완등할 수 있게 된다.
"파바박."
한눈판 사이 또 다른 추락자가 생겼다. 김성헌(46)씨다. 너트를 설치하기 좋은 구간이 많아 '너트길'이라 불리는 루트를 등반 중이었다. 너트는 바위틈에 끼워 체중을 지지할 수 있게 만드는 장비다.
김씨는 "다 날아갔다"며 허탈해 중계수수료 계산기 한다. 추락의 여파로 그간 설치했던 너트들이 줄지어 다 빠졌다. 30분이나 걸려 한 땀 한 땀 끼워둔 것인데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경력 20년의 등반가인 그도 추락을 피하지 못했다. 원인은 장비 선택. 박준규 강사가 미소를 짓는다.
"인공등반은 추락을 많이 해봐야 더 많이 배울 수 있어요. 어떤 지형에서 어떤 장비를 사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등반방향에 따라서 그게 옳은 선택일지, 힘의 방향이 올바르도록 설치했는지 등 확인하는 방법은 체중을 실어보는 수밖에 없죠. 모두 다 잘했다면 추락하지 않고, 하나라도 그릇되면 추락하는 겁니다. 그렇게 배우는 거죠. 오답노트가 정답을 이끌어 내는 겁니다."
김씨도 추락을 통해 배웠다. 그는 같은 곳에서 계속 너트를 사용하다가 추락하고 있었다. "에잇!"하고 답답한 마음에 소리를 지르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해당 구간에 도달한 그는 갈고리 모양의 장비인 훅을 써서 통과하는 데 성공했다.



김성헌씨의 완등. 연속된 추락에도 꺾이지 않는 끈기를 보여 줬다.


바위의 모양새를 보고 적합한 확보물을 골라내는 눈을 기르는 것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고집하던 너트를 버리고 훅으로 구간을 통과한 김씨는 장비를 고르는 능력치가 한 층 상승했을 것이다.
10m 추락한 줄 알았는데 고작 1m



빼곡히 걸린 장비 앞에 서면 고민의 시작이다. 어떤 장비를 들고 갈 것인지는 오롯이 나의 선택이다.


이제 직접 해볼 차례다. 장비들이 긴 슬링 앞에 빼곡하게 걸려 있는데 어떤 걸 챙길지 고민이 많아진다. 고르는 것도 실력이다. 어깨부터 허리까지 치렁치렁 챙겨 가면 무게도 무게지만 여러모로 동작에 제한이 생겨 불편하다. 꼭 사용할 장비만 챙기려는 욕심이 생긴다. 하지만 이 길에서 어떤 장비가 필요할지 붙어보기 전에는 모르는 일이다.
앞서 분분했던 추락 릴레이를 보니 더욱 마음이 바뀐다. 제대로 걷기도 어려울 정도로 무거운 장비를 온몸 가득 달고 저벅저벅 벽 앞으로 갔다. 추락해야 배울 수 있다는 것도 이론으론 알지만 막상 등반을 시작하니 불안해진다. 너트는 손톱만 한데 바위틈에 끼운 이 조그만 쇳덩이가 내 몸을 버틸 수 있을지 믿기지 않는다.
그래도 장비를 믿고 조심스레 체중을 옮겨 넣는다. 불안했지만, 장비는 버텼다. 마음만 불안했지 장비는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그 순간의 쾌감이 실로 엄청나다. 조금씩 자신감이 붙는다. 물론 계속 설치한 장비를 돌아보며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지 못하긴 했지만 그래도 잘 오르는 편이었다.
자신감에 가득 차서 이제 앞선 사람들이 곧잘 추락했던 구간이다. 앞서 추락했던 이근수씨에 비하면 체중이 절반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추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장비를 설치하고, 테스트도 마친 후 체중을 옮겼다. 역시 잘 됐다. 그리고 또 다음 지형을 찾는데 그 순간 "쾅"하는 소리와 함께 시야가 송두리째 흔들렸다. 추락이다.
줄에 매달려 마음을 가다듬어 본다. 도대체 어디까지 떨어진 건지 확인해야 한다. 아마 10m쯤 떨어진 대추락인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는 1m 남짓 미끄러진 것이었다. 추락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했다. 기존에 설치해 둔 장비들이 든든하게 버텨줬다. 헛웃음이 나왔다. 방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중하면 끝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
"완료!"
끈질긴 벽과의 대화 끝에 완등하는 데 성공했다. 줄에 매달려 바라보는 하늘이 놀랍도록 파랗다. 통쾌했다. 재밌다. 15m 정도 오르는 데 1시간이 넘는 사투를 벌여야 했다. 인공등반이 아니라 그냥 맨 몸으로 등반한다고 치면 보통 이 정도 높이를 오르는 데 5~10분이면 된다. 하지만 장비를 고르고, 설치하고, 확인하고, 사용하고, 회수해야 하는 인공등반은 더 많은 시간을 쓰고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다음 확보지점을 찾고 있다. 더 위칸의 사다리를 밟을수록 더 높이 더 많이 볼 수 있기에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하늘에서 베개가 내리다
시간은 바뀌어 아침. 눈을 떴다. 평소와 같이 스마트폰으로 손이 가는데 무언가 다르다. 얼굴에는 찬바람이 불어온다. 하늘이 이상하게 가깝다. 깃털 구름이 만져질 듯 낮다. 그 순간 '잠깐, 왜 천장 대신 하늘이 있는 거지?'란 생각이 들면서 잠이 확 달아난다.
'맞다. 어제 벽에 매달려서 잤었지.'
거벽은 하루 안에 등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벽에서 자야 된다. 줄에 매달려 서서 잘 순 없으니 텐트를 친다. 그것도 공중에.
이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장비가 포타레지Portaledges다. 2주차 교육과정에서는 짐을 끌어올리는 '홀링'과 포타레지 설치를 배울 수 있었다. 벽의 끝까지 홀링으로 짐을 끌어올리고, 그곳에서 포타레지를 설치하는 것.
동기인 서경훈씨와 같이 조를 이뤄 실습을 진행했다. 그런데 좀처럼 쉽지 않았다. 막대기를 연결해 뼈대를 만들고 줄 길이를 조절해 수평을 맞추면 끝나는, 어찌 보면 너무나도 간단한 작업인데 이걸 '공중에서 줄에 매달려' 하려니 어느 하나 쉬운 부분이 없다.
먼저 땅에선 온몸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지만 여기선 두 손만 자유롭다. 그러니 순수 팔 힘만 써야 한다. 그러자니 쇠파이프를 연결하는 작업이 엄청 고달프다. 포타레지 바닥도 공중에선 2배는 더 크게 느껴졌다. 상상을 돕기 위해 비유하자면 텐트를 땅바닥에 내려놓지 않고 공중에서 폴대를 꽂고 구부려 조립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둘이서 바닥을 겨우 만들고 앉는다. 그런데 서씨 쪽으로 자꾸만 포타레지가 기울어진다. 균형을 잡는 작업이 또 고역이다. 이 상태로 고정할 순 없으니 방법은 하나다. 둘이 동시에 공중 부양하고 그 상태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 둘은 연신 방방 뛴 끝에야 겨우 평평한 바닥을 얻을 수 있었다. 작업이 끝나니 힘들어서 넋이 나가버릴 정도였다.
포타레지 위에서 밤을 맞는다. 깎아지른 절벽에 등을 대고 앉았다. 날씨가 궂어 별도, 경치도 없지만 행복하다. 거벽에서만 누릴 수 있는 순간과 공간이기 때문이다. 내려다보니 바닥은 어둠에 잠겨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10m 공중이지만, 1,000m 거벽의 공중에서도 바닥은 이처럼 보이질 않을 터다.



해가 진 뒤 포타레지에 엎드려 바닥 아래로 펼쳐진 어둠을 맛 본다. 심장이 뻥 뚫리는 맛이다.


"철퍼덕."
무언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아늑한 잠자리를 위해 챙겨온 베개가 떨어지고 말았다. 한 평 남짓 포타레지 생활은 이처럼 불안정하고 번거롭다. 짐 하나 꺼내기도 힘들다. 천천히 일어나 몸에 달려 있는 줄을 조절하고, 짐을 꺼내고, 다시 앉는 것까지 한세월이다.
움직이려면 항상 상대방에게 사전 고지해야 한다. 갑자기 움직이면 균형이 무너지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물통 하나, 벗어둔 신발까지 카라비너를 걸어둔다. 떨어뜨린 베개는 내일 주우면 되지만 만약 여기가 1,000m 상공이었다면 영영 되찾을 수 없다.
빨리 잠드는 것이 상책이다. 밤 인사를 하고 얼른 누워버렸지만 벅찬 마음에 한참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벅찬 마음이 가라앉자 이제 불편함이 찾아들었다. 중간 중간 잠에서 깨고, 다시 잠을 청하는 밤이 이어졌다.
추락의 경험은 실력이 된다
3주간의 거벽반 교육과정이 끝나 수료식까지 마치고 산에서 내려선다. 교육생들의 얼굴이 밝다. 뒤풀이 삼아 인근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한 동문 선배가 다가와 질문을 던진다.
"누가 제일 많이 추락했어요?"
이근수씨가 손을 번쩍 든다.
"접니다."
이어 소매를 걷어 멍든 부분을 콕콕 집어가며 말한다.
"여기, 여기…. 이건 몰랐는데 여기도 박았네요?"
그러자 그 선배가 미소를 짓는다.
"그럼 가장 많이 배웠네요! 많이 추락한 사람이 많이 배우는 겁니다."



깎아지른 절벽에 붙은 학생들과 강사들은 지칠 줄 모른다. 쫄깃해진 심장을 안고 또 다시 벽 앞에 서기를 반복한다. 


거벽반이란?높이 1,000m 이상의 거대한 암벽을 오르는 등반기술을 가르쳐 주는 교과과정이다. 현재는 익스트림라이더, 정승권등산학교, 서울등산학교 등에서 해당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본 기사는 랩Rab, MSR 등을 수입하는 호상사 부설 서울등산학교 거벽반 과정이다.
보통 거벽반에선 캠, 너트 등의 장비를 활용하는 인공등반을 주로 가르친다. 물론 거벽이라도 이런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오를 수 있다. 알렉스 호놀드는 아예 기본적인 장비도 사용하지 않고 프리솔로로 올랐다. 하지만 일반적인 등반가들은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래서 인공장비를 쓰면서 벽에서 먹고 자며 오랫동안 등반하는 것. 보통 3~5주 동안 주말을 이용해 교육이 진행된다. 이론교육과 실기교육을 따로 진행하는 편이며 등강기 및 줄사다리 사용, 확보물(캠, 너트, 훅 등) 설치법, 홀링(장비운반), 포타레지 사용법 등을 배울 수 있다.



확보물을 바위 틈에 설치하고 사다리를 걸어 체중을 옮긴다. 확보물이 무사히 버티면 한 칸 한 칸 밟고 올라가 다음 확보지점을 찾는다.





'캠'이라 불리는 캐머롯을 설치 중이다. 잘 설치된 캠은 웬만한 무게는 훌륭히 버텨낸다.





바위 틈에 끼워 설치하는 버드빅. 틈이 클 경우 여러 개를 겹쳐 사용하기도 한다.


월간산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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