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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업은 좀 어렵고 힘들어, 나에게는.'
별수 없었다. 교실은 이 학생까지 챙길 겨를이 없었다. 예컨대 반 인원이 25명이면, 이들을 다 끌고 갈 수 없는 한계. '평균의 학생'에 맞추어 가르치며 진도를 나아가야 하는 어려움.
선생님 말씀이 들려왔다. "여러분 이해했죠?" 평균의 학생들이 대답했다. "네!" 책장이 넘어간다. 남학생도 똑같이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직 다 이해하지 못했는데도. 이윽고 남학생은 책상에 엎드렸다. 수업에서 이탈했다. 남은 시간은 고역이었을 거였다. 감우성
그저 바랐을 거였다. 이 시간이 끝나기만을.





90% 이상이 '다문화'인 초등학교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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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는 어떻게 자라게 될까. 이은경 교감 선생님은 '좌절감' 얘길 했다.

"그러다 고학년이 되면 많이 힘들어해요. 의욕 자체가 없는 거예요. 최근에 한 학교 행사가 있었어요. 애들에게 좋은 말을 해주고 싶은 대출조건 거예요. 고심하다 '반딧불' 이야길 해주려고 갔어요. 감동을 주고 싶어서. 그런데 어땠는지 아세요? 반딧불 자체를 모르는 거예요. 한국어가 전혀 안 되는, 너무 어려운 말인 거지요. 얘네들한테는."
군서초등학교에 와서 본 광경이 이랬다고 했다. 은경 선생님은 3년 전에 이 학교에 왔다. 전교생 중 90% 이상이 다문화 가정이었다. 엄마나 개인회생진술서 아빠가 중국인이 대부분이고, 일하기 위해 한국에 온 거다. 그러고 보니 부모들 일터인 공단 근처에 학교가 있었다.



유영준 교장 선생님은 이 문제에 골몰했다. 어떻게든 교육 환경을 바꾸고 싶었다. 그래야겠다고 충격을 줬던, 한 학생의 말이 기억난다고 했다.
부동산담보대출절차 "꿈이 뭐냐고 물었더니,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라고 하더라고요."
직업에 귀천이 있단 게 아니라, 삶의 첫걸음에서도 더 널리 보지도 못하는 게 아팠으리라. 그때부터 선생님들은 연구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어려운 길로 들어서는 거였다. 아이들을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기 위하여.





'빠른 학생'과 '느린 학생'이 함께 수업 듣는 법











선생님들은 그에 대한 답을 찾았을까. 지난해 12월 중순, 군서초등학교 1학년 수업에 들어갔다. 1교시는 국어였다. 군서초등학교 학생들에겐 특히 중요할, 한글 배우는 시간.

장은경 선생님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교실 모니터 화면엔 수업 내용이 띄워졌다. 콘텐츠는 에누마의 '토도 한글'이었다. 은경 선생님이 먼저 지문을 읽었다.
"엄마랑 아빠는 독일에서 만났대요. 동생이 더 크면 다 같이 독일에 놀러 갈 거예요."
이렇게 가족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고, 다 달라도 소중한 가족이라고. 맞춤형으로 지문이 그리 주어졌다. '우리 가족'이란 주제였다. 다 함께 읽는 시간이 끝나고, 이제 각자, 스스로 문장을 써볼 차례였다.



현석이(가명)를 바라봤다. 지난해 10월 아빠를 따라 중국에서 왔단다. 중간에 급히 학교에 들어온 거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아이는 뾰족하게 깎은 연필을 오른손에 꼭 쥐고 있었다. 고민하는 듯 머릴 반복해 쓰다듬었다. 그러나 차근차근 써 내려갔다. 그의 앞에 태블릿 PC가 있었다.
수업 시간에 배운 문장을 다시 누를 수 있었다. 그러자 또렷한 표준어로 그 문장이, 음성으로 나왔다. 현석이는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을 몇 번이고 다시 들을 수 있었다. 다른 학생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선생님께 "모르겠어요"라며 반복해서 애쓰지 않고도. 틀린 건 지우개로 지우면서.
그 시간에, 배움이 빠른 이준이(가명)는 이미 한글 문장을 다 썼다. 마친 뒤엔 '토도 한글'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한글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과일 그림을 보고 맞추고, 한글 타자 연습을 하고.



이 교실에서 배움의 속도가 다른 현석이와 이준이가, 같은 수업을 잘 듣는 지혜가 이랬다. 그 교실에선 누구도 엎드려 자지 않았다. 윤경 선생님이 수업이 끝난 뒤 이리 말했다.
"전체 수업을 하고, 자투리 시간엔 각자 개별 학습을 할 수 있단 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딱 봐도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이 있지요. 잘 보여요. 그래도 그 친구만을 위해서 수업하긴 어려웠거든요."





'시계' 못 그려…주위 살피다 정답 찍고 넘기던 아이










잘 모르면서 수업에 계속 끌려가지 않을 수 있단 것. 디지털 기기로 학습하는 건 장점이 확실히 있어 보였다.

초등학교 2학년 교실도 들어가 봤다. 여기서도 보였다.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게 괴로워 보이던 아이들이.
'시각과 시간'을 배우는 거였다. 3시 50분이면, 텅 빈 시계 화면에 시침과 분침을 그리면 되었다. 윤혜나 선생님이 전체 수업을 진행한 뒤, 태블릿 PC에 설치된 '토도 수학'에서 직접 풀어보면 되었다. 동일한 시간이 주어졌다.
이번엔 맨 앞에 앉아 있던 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주위를 자주 두리번거리기에, 가만히 다가가 바라본 거였다.
아이는 긴 바늘과 짧은 바늘을 잘못 그리고 있었다. 이해를 충분히 못 한 것 같았다. 주변 친구들이 "다 풀었어요!"라고 외칠 때면, 곁눈질하다 아무렇게나 풀고 넘어가는 걸 봤다. 잘 모르며 견뎠을 수십 분이란 시간이, 그 학생에게 얼마나 길었을지를 짐작했다.
혜나 선생님은 가르침이 쉽지 않다고 했다. 학교에선 중국어를 쓰지 말라고 해도, 집에 가선 다 중국어로 대화하기에. 조금이라도 더 참여하게 하려 고민이 많다고 했다.
"대화가 아예 안 되는 학생들도 많았어요. 그러면 어떤 문제가 생기냐면, 이 아이는 놀고 싶어도 언어가 안 돼 놀지도 못 하는 거지요. 속상하더라고요. 조금이라도 흥미를 느끼게 해주려 애쓰고 있어요. 태블릿 PC로 '토도 수학'을 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고요. 수학을 배우는 게임이 있거든요. 그걸 하면서 '이게 재밌을 수 있구나' 이리 배울 수 있는 거예요."





네 마음은 어떤지도 살필 수 있도록










부모는 낯선 나라에 온 지 얼마 안 된 노동자. 하루를 바삐 사느라, 아니 살아남느라 자식까지 살뜰히 챙길 여력이 부족한 이들. 한국어가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애써 교실에 앉혔을 때 고된 시간을 견뎌야 했을 아이들. 수업과 수업 사이 쉬는 시간엔 그래서인지 중국어, 러시아어로 웃고 떠드는 소리가 많이 들려왔다. 숨통이 트이는 순간이었으리라.

그걸 바라보는 선생님들은 염려했다. 더 자랄 아이들이 겪을 세상이 어떨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은경 선생님이 말했다.
"1, 2학년은 그나마 따라오거든요. 근데 3학년부터는 너무 어려운 거예요. 그게 반복되다 6학년쯤 되면요. 뭘 해도 소용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내가 뭐 계속 한국에 살 것도 아닌데' 그런 느낌이랄까. 누적된 패배 의식과 학습된 무기력 같은 게 팽배해요."
중고등학교에 올라가면 이탈하는 아이들 비율이, 우리나라 학생들보다 훨씬 더 높아진다고. 다 알기에 두고 볼 수 없었던 게 교사로서의 '사명감' 때문이었단다. 그래도 해보자고, 조금씩이라도, 해보니까 나아지네, 그렇게 선생님들이 모여 어찌 가르칠지 연구하고, 학습 자료를 고심하고, 적응을 돕기 위해 단계별로 반을 나눴다고.



단지 공부만 신경 쓰는 게 아녔다. 그날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 중 하나. 그걸 4학년 수업에서 봤다. '마음 읽기' 시간이었다.
주말에 있었던 일을 문장으로 쓰는 거였다. 어떤 아이는 고양이를 키우게 됐다며 설레는 마음을, 또 다른 친구는 동생이 장난쳐서 화가 났던 이야기를 또박또박 써 내려갔다. 남자 선생님은 그걸 교실 앞 모니터 화면에서 봤다. 학생들이 쓴 글을 '심스'란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분석해 감정 상태를 보여주었다. 이를 토대로 상담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수업의 취지가 뭔지 물었을 때, 선생님이 이리 답했다.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 친구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오는 공허함과 힘듦. 또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한국 학생들. 이들의 마음 돌봄이 필요하단 생각에서 수업을 하고 있어요. 관심을 주기 위한, 보다 깊은 대화를 하기 위한 자료를 마련하자는 취지이기도 합니다."





이름이 여섯 글자인 아이도, 장애를 가진 학생도










군서초등학교 교실 뒤편엔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 있었다. 꽃이 꽂힌 화병에 나비가 모여든 모습이었다. 거기에 적힌 이름도 참 다양했다. 이름이 네 글자인 아이도, 여섯 글자인 학생도 다 있었다. 같은 바탕에 색칠하고 색종이를 붙이는 거였는데도, 같은 그림은 단 하나도 없었다.

수많은 학교,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 교실은 이처럼 다채로워지는 학생들을 맞을 준비가 돼 있을까.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얼마나 충족하고 있을까. 공부를 상대적으로 못 하고, 한글을 다 알지 못하며, 장애가 있어 그에 맞는 배움이 필요한 이들을.
군서초등학교 교실에서, 선생님들이 학습 도구로 활용한 '토도 한글'과 '토도 수학'. 태블릿 PC에서 교과 학습을 돕는, 이 프로그램을 자세히 살펴보니 꽤 정교하게 돼 있었다. 게임처럼 보이지만 흥미를 유발하는, 성취를 돕는, 더 해보고 싶게끔 만드는 요소들이 섬세하게 짜여 있었다. 이를 활용한단 특수교육 교사는 이리 말했다.
"통상 동기부여가 잘 안되고, 집중력이 짧아 국어와 수학을 배우는 데에 어려움이 있거든요. 그런데 학습 콘텐츠의 게임적인 요소가, 학생이 계속 과제를 하고 싶게 만드는 것 같더라고요. 단계별 임무를 마치면 보상이 주어지고, 학생들은 크고 작은 성공의 경험을 합니다. 수업 시간에 돌아다니거나 엎드려 있던 학생이 활동에 참여하고 학습을 하는 걸 봤습니다."



실제 토도 프로그램을 개발한 에누마의 이수인 대표는 자녀가 장애가 있단다. 그의 아들처럼 배우는 속도가 느린 아이들을 위한 교육 소프트웨어를 고민했다. 그리고 만들었다. 이 대표는 그 제품으로,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후원하는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한 유튜브 채널(EO)에서 인터뷰한 말이 좋았다. 다 같이 봤으면 싶어 여기에 남긴다.
"의사들이 '이 아이는 학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을 때, 저랑 제 남편이 그런 생각을 했어요. 아, 우리는 공부를 못 하는 사람이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지 잘 모르는구나. 이 아이가 학교에서 13년을 앉아 있을텐데, 우린 아무런 대비가 없구나. 그 사이,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될 지에 대해서."



에필로그(epilogue).
군서초등학교 선생님이 들려준 얘기가 이랬다.
지난해 어느 날이었다. 한 꼬마 아이가 4학년 교실 앞을 헤매고 있었다. 다이소에서 파는 하얀 실내화를 신고 있었단다. 1학년 학생인가 싶어 선생님이 물었다.
"얘, 너 1학년 몇 반이니?"
아이는 알아듣지 못하고 딴 말을 했다. 언니가 있단 말만 했다. 어렵사리 찾은 뒤 안 사실이 있었다.
아빠는 한국에 돈을 벌러 온 외국인이었고, 일용직 노동을 하고 있었다고. 아이는 다섯 살이며, 집에 방치돼 있었던 거였다고. 언니가 옛날에 신던 실내화를 신고, 찾으러 학교를 방황한 거였다.
차마 상상하지 못했다. 4학년인 언니는 4학년의 배움을 하는 게 어려울 수 있으며, 5살인 아이는 언니를 찾으러 학교를 돌아다닐 수 있고, 선생님은 가르침이 끝인 게 아니라 아이 손을 붙잡고 치과 검진에 가야 할 수도 있단 것을.
이수인 에누마 대표가 쓴 책 제목은 '우리는 모두 다르게 배운다'였고, 거기엔 이런 문장이 있었다.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교수인 토드 로즈는 <평균의 종말>이라는 책에서, 학교 시스템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평균적인 학생'을 상상해서 설계돼 너무나 다양한 학생들의 능력, 성향, 요구와 마음을 잘 배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는 개인을 개인으로 인식하는 것만이 이 모든 일의 해답이라고 결론짓는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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