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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가 올해 연간 흑자 전환 달성을 위해 고삐를 죈다. 지난해 목표였던 오픈마켓 연간 흑자는 불발됐으나 9개월간 이익을 내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올해부터는 안정은 대표가 회사를 단독으로 이끌며 본격적으로 연간 흑자 전환에 나선다. 매각 작업에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안 대표는 11번가의 지속 가능성을 보여줘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적자는 줄였는데
11번가는 지난해 말부터 안정은 사장의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안 대표는 2023년부터 하형일 11번가 대표 겸 SK스퀘어 최고투자책임자(CIO)와 함께 각자 대표 체제로 11번가를 이끌어왔다. 이번 인사에서 하 대표가 퇴임하면서 안 대표는 홀로서기에 나서게 됐다.
하 대표가 아마존 투자 유치, 11번가 매각 작업 등을 주도했다면 안 대표는 11번가의 신규 서비스 론칭과 수익성 개선에 주력해왔다. 안 대표가 각자 대표로 선임된 첫 해인 2023년 11번가는 매출 성장과 적자 축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2023년 11번가의 매출액은 전년보다 9.7% 성장한 8655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같은 해 영업손실도 1258억원을 기록, 전년(1515억원)보다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래픽=비즈워치


11번가의 상황이 바뀐 것은 지난해부터다. 대주주인 SK스퀘어가 2023년 11월 콜옵션을 포기하면서 FI(재무적 투자자)가 11번가 강제 매각 절차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매각을 위해선 흑자 전환이 시급했다. 이에 따라 11번가는 지난해 마케팅 효율화, 희망퇴직 사옥 이전 등의 고정비 절감 등을 통해 비용을 줄이는 데 더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11번가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524억원으로 전년(910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순손실 역시 533억원으로 전년(853억원) 대비 감소했다. 문제는 매출액이 함께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11번가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427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8.9% 감소했다.
올해 흑자 전환
1년 넘게 진행된 11번가 매각 작업도 진척이 없다. 이커머스 시장이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체제로 완전히 재편된 상황에서 11번가의 경쟁력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11번가가 월간활성이용자수(MAU) 등의 지표에서 쿠팡과 네이버의 바로 뒤를 잇고 있지만 격차가 아주 크다.
게다가 최근 고금리 기조로 인수합병(M&A) 시장이 어려워졌고 지난해 터진 '티메프' 사태로 이커머스에 대한 투자 심리가 완전히 얼어붙었다. 오아시스 등이 11번가 인수에 관심을 가졌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일각에서는 SK그룹이 11번가를 다시 거둬들일 가능성을 거론한다. 매각이 지연되면서 FI가 엑시트를 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SK그룹이 이들 지분을 되사거나 엑시트를 도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신세계그룹의 SSG닷컴이 이와 유사한 사례로 꼽힌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말 SSG닷컴의 새로운 투자자를 구해 기존 FI가 엑시트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안정은 11번가 사장이 지난해 1월 11번가 본사에서 열린 새해 첫 전사 구성원 대상 타운홀미팅에서 새해 경영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11번가


FI 주도의 매각, SK그룹 주도의 신규 투자자 물색 중 어느 쪽이든 간에 11번가의 흑자 전환은 여전히 필요하다. 이에 올해는 전체 흑자 전환을 위한 '허리띠 졸라매기'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안 대표는 지난해 초 타운홀 미팅에서 올해를 연간 흑자 전환의 원년으로 선언한 바 있다. 당시 안 대표가 함께 언급한 2024년 연간 오픈마켓 사업 흑자 전환은 아쉽게 불발됐으나 올해는 가능하다는 것이 11번가의 전망이다.
실제로 11번가의 주력 사업인 오픈마켓 사업은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흑자를 기록했고 12월 역시 흑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1~2월 적자 규모가 커 연간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지만 이미 9개월 이상의 흑자를 낸 만큼 이 같은 흐름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11번가는 버티컬 서비스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11번가가 운영 중인 리빙 전문 버티컬 '홈즈', 트렌드 패션 버티컬 '#오오티디', 명품 버티컬 '우아럭스' 등은 모두 꾸준히 거래액이 성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패션과 마트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아직 적자를 기록 중인 리테일(직매입) 사업의 손실 축소도 꾀한다.
11번가 관계자는 "이커머스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강화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성장 플라이휠(Flywheel)' 전략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상품, 가격, 트래픽, 배송, 편의성 등 이커머스의 핵심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선순환 효과를 일으키도록 해 올해도 건강한 성장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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