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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세계 곳곳에선 뉴스가 쏟아졌습니다. 지난 한 주간 뜨거웠던 세계 소식, 조선일보 국제부가 선정한 일곱가지 뉴스로 정리해드립니다.
◇‘총알받이’ 전락한 북한군, 1000명 넘게 사상… 투항 막으려 동료 처형까지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공개한 북한군 추정 포로 사진. /텔레그램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를 돕기 위해 북한군 1만1000명이 러시아에 파병됐다는 소식 계속해서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이들 북한군이 ‘인해전술’에 이용되는 등 전투에서 무모한 공격에 동원되며 사상자가 불어나고 있다는 미국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심지어는 투항을 막으려 서로 죽이고, 북한에 있는 가족이 보복당할까 두려워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북한군도 있다고 전해졌습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지난달 27일 “북한군이 포로로 잡히면 항복 대신 자살을 선택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생포되면 북한에 남은 가족이 보복당할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투항을 막으려 같은 편 동료를 처형하기도 한다”고 주장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주장을 미국이 사실로 확인한 겁니다. 러시아와 북한 정권은 이들의 신분을 은폐하기 위해 위조 여권을 품에 안겼고, 시신의 얼굴에 불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정권의 소모품이 되어 이역만리 타국에서 청년들이 목숨을 잃고 있는 비극, 하루 빨리 그쳐야 할 것입니다.
☞美 NSC “북한군 지난주 1000명 사상... 투항 막으려 동료 처형도”
☞“1명이 미끼, 2명이 조준 사격”… 북한군의 드론 격추법 메모
☞[에스프레소] 쿠르스크 눈밭의 정경홍씨 명복을 빌며
◇”챗GPT, 저작권 침해” 내부 고발 후 숨진 채 발견된 청년 개발자



수치르 발라지. /링크드인


지난해 11월 2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아파트에서 챗GPT 개발에 참여했던 인도 출신 개발자 수치르 발라지(26)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발라지는 미 버클리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 현재 가장 앞선 AI(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오픈AI에서 4년간 일했던 젊은 엔지니어였습니다. 발라지는 지난해 8월 퇴사한 뒤 오픈AI의 저작권 위반 등 비윤리적 개발 행태를 지적하며 내부 고발자 역할을 했습니다. 회사를 떠난 발라지는 “회사가 저작권을 침해하고, 인터넷 환경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고발했습니다. 그는 내부 고발 불과 한 달이 지난 시점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 사건은 당초 자살로 종결됐다가 유가족의 요청으로 재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발라지의 어머니는 “아들의 아파트 화장실에 몸싸움 흔적과 핏자국이 있다. 냉혹한 타살이 분명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X에 “자살로 보이지 않는다”며 힘을 보탰습니다. 머스크는 샘 올트먼과 오픈AI를 공동 창업했으나 회사 운영 방침을 두고 갈등하다 2018년 회사를 떠났습니다. 오픈AI는 “유가족에 대한 지원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내부 고발자를 제거했다는 음모론과 관련해 “발라지와 개별적으로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발라지의 죽음도, 그가 고발한 오픈AI의 저작권 위반 의혹도 엄정히 조사돼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영리법인’ 속도 내는 오픈AI… 내부 고발자 죽음 불렀나
☞저커버그·머스크 ‘숙적에서 동지로’ “오픈AI 영리 법인화 막아달라” 한뜻
◇지미 카터, 100세 일기로 별세… 역대 美 대통령 중 최장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미국의 39대 대통령 지미 카터가 지난달 29일 오후 3시 45분 향년 100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2002년에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고, 임기 종료 이후에도 세계적 원로로 활동했습니다. ‘가장 성공한 전직 미국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는 카터는 역대 미 대통령 중 가장 장수한 대통령으로 남게 됐습니다.
그러나 한국 입장에서 카터는 달갑기만 한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남북에 다른 잣대를 들이대 위선적이라는 부정적 평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 후반 남한의 인권 문제를 문제 삼아 미군 철수를 추진하면서 박정희 정권과 사이가 멀어졌습니다. 그러나 퇴임 후 세 차례 방북해 김일성·김정일 정권과 밀착하자 “북한의 인권 문제에 눈 감으며 핵 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벌게 해줬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평화를 추구한 ‘휴머니스트’였지만 북한 인권 문제는 외면했던 그의 생전 행보에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주한미군 철수 추진, 北 위기 때 도와준 카터... 100세로 별세
☞‘100세 타계 카터’… 기자는 떠나고 부고만 남았다
◇고위직에 여성 임명… 아랍의 봄 14년만에 시리아에 봄 올까



메이사 사브린 시리아 중앙은행 총재. /시리아 국영 통신 사나(SANA) 캡처


지난달 시리아 알아사드 독재 정권이 붕괴된 이후 수립된 시리아 과도정부가 다수 여성을 고위직에 기용하고, 소수 종교와 소수민족에 대한 포용 메시지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리아 중앙은행 설립 이후 71년 역사상 첫 여성 총재를 임명해 이목을 끌었습니다. 시리아 과도정부의 주축 세력은 인구의 절대 다수가 믿는 이슬람 수니파를 신봉하는 무장 세력인데, ‘여성과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라’는 서방 요구를 적극 수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가 ‘시리아의 변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대부분 행정부 구성원이 수니파 이슬람 남성으로 이뤄져 있어 낙관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습니다. 민주화를 시도했던 중동 국가 대부분이 무정부 상태에 빠지거나 권위주의로 회귀했다는 점도 이들을 쉽게 신뢰할 수 없게 합니다. 현재 서방 국가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으면서도 외교 대표단을 시리아에 파견해 시리아의 진정성을 검증하고 동태를 살피고 있습니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극심한 혼란을 겪었던 시리아에도 봄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고위직 여성 관료·히잡 벗은 그녀들… 시리아에 봄바람 분다
☞시리아 반군 수장, 라이벌 쿠르드계 반군에 “통합” 손짓
☞[新중동천일야화] 러·이란 빈자리에 이스라엘·튀르키예… 시리아의 봄은 가능할까
◇미국으로 넘겨진 테라 권도형… 美 법무부 “최고 형량 130년”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지난 3월 몬테네그로 교도소에서 출소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


가상 화폐 테라와 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4) 전 테라폼랩스 대표가 동유럽 국가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힌 지 약 1년 9개월 만에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넘겨졌습니다. 한국과 미국 사법 당국이 모두 자신을 데려가려고 하자 권씨는 형량 감경을 기대할 수 있는 한국행을 시도했지만, 결국 미국에서 재판을 받게 된 것입니다.
미 법무부는 “권도형은 가상 화폐 ‘테라’와 관련한 사기로 400억달러(약 58조원) 이상의 투자 손실을 초래했다”며 “최대 130년형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제 사범을 무겁게 처벌하는 미국에서 권씨가 100년형 이상을 받을 가능성은 거론돼왔지만, 미국 법무부가 공식적으로 형량을 구체화한 것입니다. 앞서 미 검찰은 2023년 권씨를 기소할 때 적용한 여덟 가지 혐의에 ‘자금 세탁’ 혐의까지 새롭게 추가하면서 강력한 처벌 의지를 보였습니다. 지난 2일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 참석한 권씨는 무죄를 주장했다고 전해졌습니다. 거짓으로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힌 뒤에도 도피 생활을 이어온 권씨, 이제 책임져야 할 때입니다.
☞권도형 9개 혐의 유죄 땐... 美법무부 “최고 형량 130년”
☞권도형 6조원 배상 합의해놓고... “지급 가능한 돈은 6530억원”
☞테라 권도형, 결국 美로 송환... 몬테네그로 “FBI에 신병 인도”
◇美 뉴올리언스 번화가 트럭 돌진 테러… 트럼프 호텔선 차량 폭발 테러



지난 1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번화가에서 군중을 향해 돌진한 픽업트럭. /X(엑스)


2025년의 첫날 새해맞이로 유명한 미국의 관광 명소 뉴올리언스와 라스베이거스에서 차량 돌진 테러와 테러로 의심되는 폭발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1일 새벽 3시 15분 뉴올리언스 최대 번화가인 버번 스트리트에서 트럭 한 대가 인파를 향해 돌진해 15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다쳤습니다. 현장에서 사살된 용의자는 텍사스 출신 퇴역 미군이었다고 알려졌습니다. 용의자는 범행 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단체 IS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고 합니다.
같은 날 오전 8시 40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트럼프 호텔 앞에선 테슬라 차종 ‘사이버 트럭'이 폭발해 한 명이 숨지고 일곱 명이 다쳤습니다. 폭발 물질을 싣고 있던 차량 운전석에는 자신의 머리에 권총을 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용의자가 타고 있었습니다. 뉴올리언스에서 인파를 향해 돌진한 트럭과 트럼프 호텔 앞 사이버 트럭 모두 동일한 스마트폰 앱을 통해 렌트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동한 자취를 감췄던 IS가 다시 발호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수사 당국은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美 뉴올리언스 번화가 테러 차량엔 ‘IS 깃발’ 꽂혀 있었다
☞테슬라 트럭 폭발 용의자도 특수부대원... 테러범 된 美 파병 군인
◇아이폰, 목소리 수집해 광고 제공… 합의금 1400억원 제시한 애플



2018년 6월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서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이 신제품 발표 중 시리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인과 대화를 나눈 뒤 스마트폰을 켰더니 방금 이야기했던 카테고리의 제품 광고가 쏟아졌다는 오싹한 이야기, 한번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음모론으로 치부됐던 이 이야기가 사실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애플이 아이폰으로 이용자 음성을 수집하고 이를 맞춤형 광고에 활용했다는 의혹과 관련, 미국 소비자들이 집단소송을 낸 결과 최근 애플이 9500만달러(약 1400억원) 규모의 합의안을 낸 것입니다.
2021년 이들 아이폰 이용자들은 “아이폰 ‘시리'가 무단으로 사적 대화를 녹음, 광고주에게 제공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한 이용자의 경험은 우연치곤 놀라웠습니다. 그는 주치의와 시술에 관한 사적 대화를 나눈 뒤 이 치료와 관련한 광고가 뜬금없이 떴다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애플은 합의금 지급에는 동의했으나, 개인정보 무단 수집은 여전히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의혹을 받는 건 애플만이 아닙니다. 구글·아마존·페이스북 등 빅테크 기업들도 이용자의 음성을 수집해 광고에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허락도 없이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니, 괜히 스마트폰을 한 번 더 쳐다보게 됩니다.
☞“아이폰이 대화 엿듣고 광고에 활용했다” 美서 논란
이번 주 ‘원샷 국제뉴스’는 여기까지입니다. 독자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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