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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자전거 브랜드 브롬톤과 캠핑의 합성어다. 브롬톤 자전거를 타고 캠핑하는 아웃도어 방식을 가리킨다.
브롬핑 출발 전. 속초에 있는 배낭 제조회사 코너트립에 모였다.
강원도 속초에서 고성에 이르는 자전거 해안길에서 설악산 대청봉이 보인다. 한국에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은 속초와 고성뿐이다. 브롬핑을 하기에 최적인 장소다.
접이식 자전거 브롬톤을 타고 속초시를 가로질렀다. 동명항 부근인데, 뒤에 솟은 산은 설악산이고 봉우리 끝이 대청봉이다.
주택가격
종주·추워. 백패킹·추워. 등반·춥고 위험해. 오토캠핑·추운데 싱거워. 차박·추운데 싱거워. 바이크패킹·추워, 그리고 작년에 했잖아. 3월호 기획회의 전 머리를 굴렸다. 다음 호엔 뭘 소개해야 할까? 머릿속에서 각종 아웃도어 종목들이 부스를 차리고 박람회를 열었는데 '추워' 앞에서 모두 문을 닫았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발표 딱 한 종목만 부스에 불을 켜놓고 있었다. '브롬핑!' 접는 자전거를 이용해 캠핑을 한 적은 여태까지 없었고, 게다가 부담이 덜할 것 같았다. 자전거를 타다가 추우면 접어서 어디든 들어가면 되니까. 가다가 힘들면 접어서 차에 실으면 되니까. '접다'라는 동사가 이렇게 든든한 낱말이었다니!
대부업법 중앙시장 쪽에서 출발해 10여 분 달려 속초 동명항에 도착했다. 추운 날씨에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가로지르는 사람들은 우리뿐이었다. 김혜연씨는 얼마 전, 강릉에서 출발해 해안도로를 따라 속초까지 브롬톤을 타고 왔었다. 그때 자전거 국토 종주 인증센터에 들러 '자전거 여권'에 도장을 찍었는데, 이날은 놓고 왔다며 아쉬워했다.
보증재단
속초에 있는 오진곤씨에게 전화했다. 배낭 만드는 회사 '코너트립'을 운영하고 있는 그가 만드는 배낭 중 브롬톤에 장착할 수 있는 제품도 있다. 오진곤씨에게 자전거와 배낭을 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형, 다음주에 브롬핑 가요!"
오진곤씨가 대답했다.
"그래, 신협 전세자금대출 근데 왜 브롬핑이야? 추운데."
나는 대충 둘러댔다.
"봄 맞이요. 아니면 봄이 빨리 오기를 바라는 희망을 품고, 어쩌구저쩌구."
영랑호 둘레길을 돌고 있다. 브롬톤은 주로 포장된 도로에서 탄다. 자갈이 많이 깔린 임도나 산길에선 타기 힘들다. 김혜연씨는 그것이 브롬톤의 유일한 단점이라면서 바이크패킹용 자전거를 한 대 더 구입하고 싶다고 했다.
오진곤씨는 별 말 없었다.
김혜연씨에게도 전화했다. 그때 그녀는 일본 북알프스에 다녀온 다음 공항에서 귀국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체 1년 동안 집에 있는 날이 며칠이나 될까?' 궁금할 정도로 바깥 활동이 잦은 아웃도어 마니아다. 이틀 후 출발하는 일정이었는데 그녀는 브롬핑을 가자는 내 제안에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그래요. 가요."
마음속에서 엄지 손가락이 펴졌다. '척!'
영랑호 중간에 다리(뜬다리, 부교)가 놓였다. 이 다리의 중간쯤에 이르면 근사한 설악산 파노라마를 볼 수 있다. 길이 400m 정도 되며 영랑호를 관통한다. 하지만 이 다리 때문에 영랑호 수질 오염 문제가 생겼다. 물의 흐름을 막기 때문이다. 환경단체와 속초 시민들이 다리를 철거하자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철거 이행 명령을 내렸다. 다리는 곧 없어질지 모른다.
나는 두 사람에게 한 가지 요청을 했다.
"기괴하게 입고 오세요! 평상복과 아웃도어용 옷을 마음대로 레이어링 하는 겁니다."
드레스코드를 맞추고 자전거를 타는 건 브롬톤 마니아들 사이에서 흔하다. 갑자기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추워? 추워도 타야지! 이 마음만은 접을 수 없었다.
'브롬톤Brompton'은 영국의 자전거 브랜드다. 접어서 보관하거나 들고 이동할 수 있는 '접이식 자전거'로 많이 알려져 있다. 접이식 자전거를 만드는 브랜드는 많다. 그중 브롬톤이 가장 유명하다. 브롬톤을 타고 캠핑을 하는 방식을 뜻하는 '브롬핑'은 마니아들 사이에서 고유명사급으로 쓰인다.
코스는 속초에 사는 오진곤씨가 잡았다. 그가 말했다.
"역, 속초 중앙시장 쪽에서 출발한 다음 동명항 들렀다가 영랑호 한 바퀴 돌고 해안도로를 탄 다음 고성 공현진으로 갈 거야. 거기 괜찮은 캠핑장이 하나 있어!"
우리는 그 의견에 100% 찬성했다.
고성에 접어 들었다.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근사한 카페를 발견하고 들어갔다. '태시트'라는 카페다. 이 집은 '피낭시에'라고 하는 버터 케이크가 맛있기로 유명하다. 피낭시에가 하루에 1만 개 넘게 팔린다고 한다. 카페 외관도 근사한 모양이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브롬톤 여행의 장점은 달리다가 이런 예쁜 곳이 나오면 서슴없이 들러 쉬었다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고성 죽왕면에 있는 공형진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소나무 숲이 고요하고 아늑했다. 속초에서 여기까지 30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우리는 여기까지 무려 4시간 걸렸다. 쉬지 않고 달리면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여기에 텐트를 치자."
오진곤씨가 말했다. 모두 좋아했다. 바람이 불지 않았다. 파도가 철썩댔다. 멀리 고기 잡으러 가는 배도 보였다. 각자 가져온 텐트를 쳤다. 양수열 기자는 사진을 찍었다. 브롬톤과 소나무숲은 썩 잘 어울렸다.
자전거와 함께하는 밤은 다를까? 그렇긴 한 것 같다. 일단 덜 피곤하다. 이것이 보통 백패킹이었다면 우리는 텐트를 치자마자 그 안에 들어가 저녁 6시부터 곯아떨어졌을 것이다.
오진곤씨와 김혜연씨가 분주하게 텐트를 치고 있다. 용량 40리터 정도 되는 가방 안에서 갖가지 장비들이 나왔다. 브롬핑은 백패킹에 비해 편하다. 왜냐하면 포장도로를 달리는 것이기에 물 등의 먹을거리를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부식 등을 따로 챙기지 않았고 캠핑장에서 인근 마트로 가서 먹을거리를 구했다.
"핫팩도 하나 부탁해!"
오진곤씨가 말했다. 그것 역시 문제 없었다.
나는 두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텐트를 썼다. 작은 텐트 안에 브롬톤을 넣고 캠핑을 할 수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마음이 흡족했다. 이날 매트리스를 2개(발포매트와 에어매트) 챙겨왔기 때문이다(늘 2개를 챙겼지만 하나는 꼭 다른 사람에게 빌려줬다). 매트리스 2개를 독차지하면서 잘 수 있다는 기대에 나는 행복했다. 바닥은 모래와 솔잎이 깔려 푹신했고 바람도 불지 않았다. 기분이 좋았다. 완벽한 캠핑장, 더할 나위 없는 날이었다.
캠핑장의 밤, 각자 텐트 출입문을 해가 뜨는 방향을 맞춰서 정렬했다. 김혜연씨의 티피텐트 안에 모였다. 4명이 들어가니 꽉 찼다. 하지만 일출에 대한 기대는 누구도 하지 않았다. 그것보다 라면을 끓이느니 마느니, 텐트에 결로가 생기지 않게 하는 방법 등에 관해 토론했다. 김혜연씨는 북알프스 등반기를 들려줬고, 오진곤씨는 속초의 인구가 얼마고, 강릉의 인구가 얼마고, 고성과 양양에 케이블카가 들어설 거라는 등 지역 이야기를 들려줬다. 가짓수는 얼마 없었지만 저녁거리도 풍부해했다. 우리는 왁자지껄 떠들다가 밤 10시에 잠이 들었다.
공형진 앞바다에 뜬 해. 일출을 선명하게 목격했다. 저 배들은 밤새 고기를 잡고 들어오는 중이었다.
브롬핑 드레스코드 경쟁
브롬핑은 복장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굳이 아웃도어 복장이 아니어도 된다. 그래서 나는 캠핑을 떠나기 전 '기괴하기 입기'를 출연진에게 부탁했다. 승자는 누굴까?
1 발라클라바. '자라' 제품이다. 그녀는 이것을 자전거 탈 때 썼다가 벗었다가 했다. 2 그녀가 가져온 티피텐트. 하이퍼라이트마운틴기어 제품이다. 그녀는 이 티피텐트를 자주 쓴다. 널찍하고 가볍다. 안에 이너텐트도 있어 결로 현상이 덜 생긴다. 3 몽벨 휴지 걸이. 그녀의 텐트는 이러한 아기자지한 소품들이 많다.4 그녀가 자랑한 파작 침낭. 700g이다. 한겨울 이것만 덮고 자면 춥지 않을까? 궁금했는데, 그녀는 이거 하나로 충분하다고 했다.5 브롬톤에 달린 가방. 일본의 아웃도어 편집숍에서 구했다. 6 김혜연의 브롬톤. 자전거에 쓰인 부품들이 모두 '순정'이다. 뒤에 달린 보자기 가방은 침낭이 들어 있는 배낭을 싸맨 것이다.7 식기도구. 컵과 작은 쿡세트로 이뤄져 있다. 이것으로 하룻밤 충분하다.8 로아의 이중화. 방수 기능은 물론이고 바람도 잘 안 샌다. 겨울 브롬톤을 탈 때 좋다.9 그녀가 입은 털바지는 브랜드 제품이 아니다. 보세, 빈티지, 구제 등이라고 불리는 매장을 그녀는 자주 이용한다.10 낚시 조끼 역시 구제 가게에서 구했다. 그녀는 조끼에 달린 주머니에 뭘 넣거나 보관하진 않았다.11 김혜연의 뒷모습.
김혜연의 기괴함 포인트, 낚시 조끼&털바지
기괴하게 입어달라고 요청했는데, 이 복장은 김혜연씨가 산에 갈 때 늘 입는 방식이다. 그녀는 레이어링을 즐긴다. 제아무리 강력한 레이어링이어도 그녀는 틀림없이 그 스타일을 소화할 것이다.
1 빅아그네스 텐트. 전실에 자전거를 비롯해 4명 정도 들어가 앉을 수 있다. 널찍하다.2 몽벨 침낭과 니모의 충전재가 들어 있는 에어 매트를 사용했다. 당연히 그는 따뜻하게 푹 잘 잤다.3 그는 커피를 즐긴다. 악천후 속에서도 친구들에게 드립 커피를 내려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커피 전문가다.4 코너트립 앞가방. 그는 백패킹용 배낭을 만든다. 배낭 외에 필요한 게 있으면 이런 앞가방을 뚝딱 만든다.5 발목에 착용한 발토시는 그의 어머님이 만들었다. 그래서 양쪽 무늬가 다르다.6 오진곤이 사용한 자전거와 가방. 가방은 코너트립 제품이다. 용량이 40리터 정도 된다. 7 그가 입은 바지는 수목이라는 브랜드 제품이다. 바지 안에 보온용 충전재가 들어 있다. 바람도 잘 막는다.8 식기도구를 많이 가지고 다니는 편이다. 가위와 집게를 비롯해 커피용품까지 있다. 9 오진곤의 뒷모습.
2% 부족한 오진곤의 기괴함, 바지와 발토시가 포인트
"뭔가 좀 부족한데요?"라는 말에 오진곤씨는 얼굴이 기괴해서 충분히 괜찮다고 말했다. 심플한 복장이긴 하지만 그가 입은 바지와 발토시가 탐났다.
BONUS! 윤성중 기자의 옷차림과 장비들
블랙다이아몬드의 2인용 싱글월 텐트를 사용했다. 이 텐트는 폴대 없이 트레킹폴을 이용해 설치하는 텐트다. 2인용이지만 혼자 쓰기에 딱 알맞다. 텐트 안에 자전거를 집어넣고 잘 수 있을까? 싶었는데, 쏙 들어갔다. 하지만 단점이 있다. 텐트 윗면에 자전거 안장이 닿았다. 이날은 습도가 덜 해 아침에 결로 현상이 없었다. 날씨가 좋지 않았다면 자전거와 텐트가 맞닿은 부분에서 물이 줄줄 샜을지도 모른다. 다나우모의 침낭을 사용했고, 클라이밋의 에어 매트, 써머레스트 발포매트를 겹쳐서 사용했다. 한밤중 추워서 깬 일이 없었다.
노란색 치마는 보온용 프리마로프트 재킷을 둘러서 묶은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 허벅지 부분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확실히 차단했다. 파란색 재킷은 몽벨 제품이다. 최대한 기괴하게 입어보려고 노력했지만 김혜연씨를 이길 수 없었다.
브롬톤 몇 대까지 실릴까?
브롬톤이 차 트렁크에 몇 대까지 실릴 수 있는지 궁금해 양수열 기자의 소형 SUV 차 안에 넣었다. 3대가 최대였다. 브롬톤 마니아들은 브롬핑을 갈 때 기차를 주로 이용한다. 보관이 쉽기 때문이다. 이외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자전거가 트렁크에서 움직이지 않도록 안장을 높이 올려 천장에 닿게 한다. 이렇게 하면 움직이 줄어든다.
브롬톤의 무게는 17kg 정도 된다. 무거운 백패킹용 배낭 무게와 맞먹는다. 그러므로 이것을 접어 손으로 들고 다니기에는 무리가 있다. 브롬톤 유저들은 대체로 이동할 땐 자전거를 펼쳐서 끌고 다니고, 기차의 짐 보관장소나 고속버스의 트렁크 등지에 보관할 때만 자전거를 접는다.
속초 옛날수제비
동네 사람이 이용하는 장칼국수집
속초에는 장칼국수 집이 많다. 대부분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아 점심 때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옛날수제비' 집은 동네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맛집이다. 장칼국수와 장칼제비가 유명하다. 이 집은 모든 메뉴가 맛있지만 양이 많은 것으로도 '악명'높다. 커다란 그릇에 국수가 가득 들어있다. 야들야들한 면발 사이사이에 감자, 당근, 호박 등의 야채와 홍합, 조개 등의 해산물이 잔뜩 걸려서 올라온다. 이 집의 장칼국수는 된장과 고추장을 섞어서 만드는데, 국물을 들이키면 이따금 콩알이 씹히기도 한다.
반찬으로 나오는 무생채 맛도 특별하다. 칼칼한 국물 때문에 입안이 뜨겁게 달구어지는데, 이때 무생채를 입에 넣으면 새콤한 맛이 시원함을 준다. 국수를 다 먹고 국물에 밥을 말아먹어도 된다. 밥은 무료로 제공되는데, 국수 양이 워낙 많아 밥을 추가로 먹는 사람은 드물다.
주소 : 강원도 속초시 교동로 67
전화 : 033-633-2708
봉포머구리집
실패 없는 해산물 요리 먹고 싶을 때
머구리는 물질하는 남자, 남성 잠수부, 즉 '해남'을 가리킨다. 일본어 '모구리'에서 유래됐다. 봉포항은 고성에 있지만 속초에 본점이 있다. 봉포항에서 살던 잠수부가 인근 바다에서 잡은 해산물로 요리를 해서 손님들에게 내준 것이 그 시초다. 그 역사가 30년 정도 된다.
속초와 고성엔 횟집이나 해산물 요리집이 무수히 많다. 이 중 정말 맛있는 집을 찾기 어렵다면 따지지 말고 이 집으로 가면 된다. 물회를 비롯해 성게알밥, 오징어 순대 등 여러 해산물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들을 맛볼 수 있다. 물회가 이 집에서 가장 유명하지만 다른 메뉴도 맛있다. 섭국과 성게 미역국은 비린내 없이 고소하고 진한 국물맛을 자랑한다. 이 집 비장의 무기는 포장해서 파는 회 세트다. 보통 항구에서 파는 세트와 달리 잘 꾸며져 있다. 그러니까 일반 스티로품 포장이 아닌 고급스러움이 돋보이는 종이상자 안에 밑반찬(스끼다시)과 회가 담겨 나오는데, 먹기 편할 뿐만 아니라 대접받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주소 :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천진해변길 46
전화 : 0507-1431-2021
테일
고성에 카페 붐을 일으킨 원조
한때 이 집은 고성에 카페 붐을 일으켰다. 커피와 간식을 담는 바구니를 대여해 주는 '피크닉 세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손님들은 카페에서 빌려주는 커피 바구니를 들고 가게 앞에 있는 바닷가에 나가 음료와 간식을 즐겼다. 이후 이 방식을 따라한 카페들이 주변에 우후죽순 생겼다. 카페는 골목 안 깊숙이 숨어 있다. '이런 곳에 카페가?' 싶은 분위기인데, 민트색 지붕의 일반 가정집이 골목 끝에 나타난다. 으슥한 곳에 위치한 것과 달리 가게 안은 밝고 명랑한 한편 차분하기도 하다. 사장이 직접 만든 도자기 컵들이 진열되어 있고 귀여운 일러스트들이 가게 안을 온통 장식하고 있다.
커피 원두를 직접 볶고,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린다. 옥수수 타르트는 이 집 대표 메뉴다. 이 집에서 파는 모든 것은 사장 내외가 직접 만든다. 이 집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 또 있다. 여기서 살고 있는 검정색 강아지 '테일'이다. 가게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반긴다.
월간산 3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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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호 둘레길을 돌고 있다. 브롬톤은 주로 포장된 도로에서 탄다. 자갈이 많이 깔린 임도나 산길에선 타기 힘들다. 김혜연씨는 그것이 브롬톤의 유일한 단점이라면서 바이크패킹용 자전거를 한 대 더 구입하고 싶다고 했다.
오진곤씨는 별 말 없었다.
김혜연씨에게도 전화했다. 그때 그녀는 일본 북알프스에 다녀온 다음 공항에서 귀국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체 1년 동안 집에 있는 날이 며칠이나 될까?' 궁금할 정도로 바깥 활동이 잦은 아웃도어 마니아다. 이틀 후 출발하는 일정이었는데 그녀는 브롬핑을 가자는 내 제안에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그래요. 가요."
마음속에서 엄지 손가락이 펴졌다. '척!'
영랑호 중간에 다리(뜬다리, 부교)가 놓였다. 이 다리의 중간쯤에 이르면 근사한 설악산 파노라마를 볼 수 있다. 길이 400m 정도 되며 영랑호를 관통한다. 하지만 이 다리 때문에 영랑호 수질 오염 문제가 생겼다. 물의 흐름을 막기 때문이다. 환경단체와 속초 시민들이 다리를 철거하자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철거 이행 명령을 내렸다. 다리는 곧 없어질지 모른다.
나는 두 사람에게 한 가지 요청을 했다.
"기괴하게 입고 오세요! 평상복과 아웃도어용 옷을 마음대로 레이어링 하는 겁니다."
드레스코드를 맞추고 자전거를 타는 건 브롬톤 마니아들 사이에서 흔하다. 갑자기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추워? 추워도 타야지! 이 마음만은 접을 수 없었다.
'브롬톤Brompton'은 영국의 자전거 브랜드다. 접어서 보관하거나 들고 이동할 수 있는 '접이식 자전거'로 많이 알려져 있다. 접이식 자전거를 만드는 브랜드는 많다. 그중 브롬톤이 가장 유명하다. 브롬톤을 타고 캠핑을 하는 방식을 뜻하는 '브롬핑'은 마니아들 사이에서 고유명사급으로 쓰인다.
코스는 속초에 사는 오진곤씨가 잡았다. 그가 말했다.
"역, 속초 중앙시장 쪽에서 출발한 다음 동명항 들렀다가 영랑호 한 바퀴 돌고 해안도로를 탄 다음 고성 공현진으로 갈 거야. 거기 괜찮은 캠핑장이 하나 있어!"
우리는 그 의견에 100% 찬성했다.
고성에 접어 들었다.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근사한 카페를 발견하고 들어갔다. '태시트'라는 카페다. 이 집은 '피낭시에'라고 하는 버터 케이크가 맛있기로 유명하다. 피낭시에가 하루에 1만 개 넘게 팔린다고 한다. 카페 외관도 근사한 모양이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브롬톤 여행의 장점은 달리다가 이런 예쁜 곳이 나오면 서슴없이 들러 쉬었다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고성 죽왕면에 있는 공형진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소나무 숲이 고요하고 아늑했다. 속초에서 여기까지 30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우리는 여기까지 무려 4시간 걸렸다. 쉬지 않고 달리면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여기에 텐트를 치자."
오진곤씨가 말했다. 모두 좋아했다. 바람이 불지 않았다. 파도가 철썩댔다. 멀리 고기 잡으러 가는 배도 보였다. 각자 가져온 텐트를 쳤다. 양수열 기자는 사진을 찍었다. 브롬톤과 소나무숲은 썩 잘 어울렸다.
자전거와 함께하는 밤은 다를까? 그렇긴 한 것 같다. 일단 덜 피곤하다. 이것이 보통 백패킹이었다면 우리는 텐트를 치자마자 그 안에 들어가 저녁 6시부터 곯아떨어졌을 것이다.
오진곤씨와 김혜연씨가 분주하게 텐트를 치고 있다. 용량 40리터 정도 되는 가방 안에서 갖가지 장비들이 나왔다. 브롬핑은 백패킹에 비해 편하다. 왜냐하면 포장도로를 달리는 것이기에 물 등의 먹을거리를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부식 등을 따로 챙기지 않았고 캠핑장에서 인근 마트로 가서 먹을거리를 구했다.
"핫팩도 하나 부탁해!"
오진곤씨가 말했다. 그것 역시 문제 없었다.
나는 두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텐트를 썼다. 작은 텐트 안에 브롬톤을 넣고 캠핑을 할 수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마음이 흡족했다. 이날 매트리스를 2개(발포매트와 에어매트) 챙겨왔기 때문이다(늘 2개를 챙겼지만 하나는 꼭 다른 사람에게 빌려줬다). 매트리스 2개를 독차지하면서 잘 수 있다는 기대에 나는 행복했다. 바닥은 모래와 솔잎이 깔려 푹신했고 바람도 불지 않았다. 기분이 좋았다. 완벽한 캠핑장, 더할 나위 없는 날이었다.
캠핑장의 밤, 각자 텐트 출입문을 해가 뜨는 방향을 맞춰서 정렬했다. 김혜연씨의 티피텐트 안에 모였다. 4명이 들어가니 꽉 찼다. 하지만 일출에 대한 기대는 누구도 하지 않았다. 그것보다 라면을 끓이느니 마느니, 텐트에 결로가 생기지 않게 하는 방법 등에 관해 토론했다. 김혜연씨는 북알프스 등반기를 들려줬고, 오진곤씨는 속초의 인구가 얼마고, 강릉의 인구가 얼마고, 고성과 양양에 케이블카가 들어설 거라는 등 지역 이야기를 들려줬다. 가짓수는 얼마 없었지만 저녁거리도 풍부해했다. 우리는 왁자지껄 떠들다가 밤 10시에 잠이 들었다.
공형진 앞바다에 뜬 해. 일출을 선명하게 목격했다. 저 배들은 밤새 고기를 잡고 들어오는 중이었다.
브롬핑 드레스코드 경쟁
브롬핑은 복장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굳이 아웃도어 복장이 아니어도 된다. 그래서 나는 캠핑을 떠나기 전 '기괴하기 입기'를 출연진에게 부탁했다. 승자는 누굴까?
1 발라클라바. '자라' 제품이다. 그녀는 이것을 자전거 탈 때 썼다가 벗었다가 했다. 2 그녀가 가져온 티피텐트. 하이퍼라이트마운틴기어 제품이다. 그녀는 이 티피텐트를 자주 쓴다. 널찍하고 가볍다. 안에 이너텐트도 있어 결로 현상이 덜 생긴다. 3 몽벨 휴지 걸이. 그녀의 텐트는 이러한 아기자지한 소품들이 많다.4 그녀가 자랑한 파작 침낭. 700g이다. 한겨울 이것만 덮고 자면 춥지 않을까? 궁금했는데, 그녀는 이거 하나로 충분하다고 했다.5 브롬톤에 달린 가방. 일본의 아웃도어 편집숍에서 구했다. 6 김혜연의 브롬톤. 자전거에 쓰인 부품들이 모두 '순정'이다. 뒤에 달린 보자기 가방은 침낭이 들어 있는 배낭을 싸맨 것이다.7 식기도구. 컵과 작은 쿡세트로 이뤄져 있다. 이것으로 하룻밤 충분하다.8 로아의 이중화. 방수 기능은 물론이고 바람도 잘 안 샌다. 겨울 브롬톤을 탈 때 좋다.9 그녀가 입은 털바지는 브랜드 제품이 아니다. 보세, 빈티지, 구제 등이라고 불리는 매장을 그녀는 자주 이용한다.10 낚시 조끼 역시 구제 가게에서 구했다. 그녀는 조끼에 달린 주머니에 뭘 넣거나 보관하진 않았다.11 김혜연의 뒷모습.
김혜연의 기괴함 포인트, 낚시 조끼&털바지
기괴하게 입어달라고 요청했는데, 이 복장은 김혜연씨가 산에 갈 때 늘 입는 방식이다. 그녀는 레이어링을 즐긴다. 제아무리 강력한 레이어링이어도 그녀는 틀림없이 그 스타일을 소화할 것이다.
1 빅아그네스 텐트. 전실에 자전거를 비롯해 4명 정도 들어가 앉을 수 있다. 널찍하다.2 몽벨 침낭과 니모의 충전재가 들어 있는 에어 매트를 사용했다. 당연히 그는 따뜻하게 푹 잘 잤다.3 그는 커피를 즐긴다. 악천후 속에서도 친구들에게 드립 커피를 내려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커피 전문가다.4 코너트립 앞가방. 그는 백패킹용 배낭을 만든다. 배낭 외에 필요한 게 있으면 이런 앞가방을 뚝딱 만든다.5 발목에 착용한 발토시는 그의 어머님이 만들었다. 그래서 양쪽 무늬가 다르다.6 오진곤이 사용한 자전거와 가방. 가방은 코너트립 제품이다. 용량이 40리터 정도 된다. 7 그가 입은 바지는 수목이라는 브랜드 제품이다. 바지 안에 보온용 충전재가 들어 있다. 바람도 잘 막는다.8 식기도구를 많이 가지고 다니는 편이다. 가위와 집게를 비롯해 커피용품까지 있다. 9 오진곤의 뒷모습.
2% 부족한 오진곤의 기괴함, 바지와 발토시가 포인트
"뭔가 좀 부족한데요?"라는 말에 오진곤씨는 얼굴이 기괴해서 충분히 괜찮다고 말했다. 심플한 복장이긴 하지만 그가 입은 바지와 발토시가 탐났다.
BONUS! 윤성중 기자의 옷차림과 장비들
블랙다이아몬드의 2인용 싱글월 텐트를 사용했다. 이 텐트는 폴대 없이 트레킹폴을 이용해 설치하는 텐트다. 2인용이지만 혼자 쓰기에 딱 알맞다. 텐트 안에 자전거를 집어넣고 잘 수 있을까? 싶었는데, 쏙 들어갔다. 하지만 단점이 있다. 텐트 윗면에 자전거 안장이 닿았다. 이날은 습도가 덜 해 아침에 결로 현상이 없었다. 날씨가 좋지 않았다면 자전거와 텐트가 맞닿은 부분에서 물이 줄줄 샜을지도 모른다. 다나우모의 침낭을 사용했고, 클라이밋의 에어 매트, 써머레스트 발포매트를 겹쳐서 사용했다. 한밤중 추워서 깬 일이 없었다.
노란색 치마는 보온용 프리마로프트 재킷을 둘러서 묶은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 허벅지 부분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확실히 차단했다. 파란색 재킷은 몽벨 제품이다. 최대한 기괴하게 입어보려고 노력했지만 김혜연씨를 이길 수 없었다.
브롬톤 몇 대까지 실릴까?
브롬톤이 차 트렁크에 몇 대까지 실릴 수 있는지 궁금해 양수열 기자의 소형 SUV 차 안에 넣었다. 3대가 최대였다. 브롬톤 마니아들은 브롬핑을 갈 때 기차를 주로 이용한다. 보관이 쉽기 때문이다. 이외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자전거가 트렁크에서 움직이지 않도록 안장을 높이 올려 천장에 닿게 한다. 이렇게 하면 움직이 줄어든다.
브롬톤의 무게는 17kg 정도 된다. 무거운 백패킹용 배낭 무게와 맞먹는다. 그러므로 이것을 접어 손으로 들고 다니기에는 무리가 있다. 브롬톤 유저들은 대체로 이동할 땐 자전거를 펼쳐서 끌고 다니고, 기차의 짐 보관장소나 고속버스의 트렁크 등지에 보관할 때만 자전거를 접는다.
속초 옛날수제비
동네 사람이 이용하는 장칼국수집
속초에는 장칼국수 집이 많다. 대부분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아 점심 때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옛날수제비' 집은 동네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맛집이다. 장칼국수와 장칼제비가 유명하다. 이 집은 모든 메뉴가 맛있지만 양이 많은 것으로도 '악명'높다. 커다란 그릇에 국수가 가득 들어있다. 야들야들한 면발 사이사이에 감자, 당근, 호박 등의 야채와 홍합, 조개 등의 해산물이 잔뜩 걸려서 올라온다. 이 집의 장칼국수는 된장과 고추장을 섞어서 만드는데, 국물을 들이키면 이따금 콩알이 씹히기도 한다.
반찬으로 나오는 무생채 맛도 특별하다. 칼칼한 국물 때문에 입안이 뜨겁게 달구어지는데, 이때 무생채를 입에 넣으면 새콤한 맛이 시원함을 준다. 국수를 다 먹고 국물에 밥을 말아먹어도 된다. 밥은 무료로 제공되는데, 국수 양이 워낙 많아 밥을 추가로 먹는 사람은 드물다.
주소 : 강원도 속초시 교동로 67
전화 : 033-633-2708
봉포머구리집
실패 없는 해산물 요리 먹고 싶을 때
머구리는 물질하는 남자, 남성 잠수부, 즉 '해남'을 가리킨다. 일본어 '모구리'에서 유래됐다. 봉포항은 고성에 있지만 속초에 본점이 있다. 봉포항에서 살던 잠수부가 인근 바다에서 잡은 해산물로 요리를 해서 손님들에게 내준 것이 그 시초다. 그 역사가 30년 정도 된다.
속초와 고성엔 횟집이나 해산물 요리집이 무수히 많다. 이 중 정말 맛있는 집을 찾기 어렵다면 따지지 말고 이 집으로 가면 된다. 물회를 비롯해 성게알밥, 오징어 순대 등 여러 해산물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들을 맛볼 수 있다. 물회가 이 집에서 가장 유명하지만 다른 메뉴도 맛있다. 섭국과 성게 미역국은 비린내 없이 고소하고 진한 국물맛을 자랑한다. 이 집 비장의 무기는 포장해서 파는 회 세트다. 보통 항구에서 파는 세트와 달리 잘 꾸며져 있다. 그러니까 일반 스티로품 포장이 아닌 고급스러움이 돋보이는 종이상자 안에 밑반찬(스끼다시)과 회가 담겨 나오는데, 먹기 편할 뿐만 아니라 대접받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주소 :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천진해변길 46
전화 : 0507-1431-2021
테일
고성에 카페 붐을 일으킨 원조
한때 이 집은 고성에 카페 붐을 일으켰다. 커피와 간식을 담는 바구니를 대여해 주는 '피크닉 세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손님들은 카페에서 빌려주는 커피 바구니를 들고 가게 앞에 있는 바닷가에 나가 음료와 간식을 즐겼다. 이후 이 방식을 따라한 카페들이 주변에 우후죽순 생겼다. 카페는 골목 안 깊숙이 숨어 있다. '이런 곳에 카페가?' 싶은 분위기인데, 민트색 지붕의 일반 가정집이 골목 끝에 나타난다. 으슥한 곳에 위치한 것과 달리 가게 안은 밝고 명랑한 한편 차분하기도 하다. 사장이 직접 만든 도자기 컵들이 진열되어 있고 귀여운 일러스트들이 가게 안을 온통 장식하고 있다.
커피 원두를 직접 볶고,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린다. 옥수수 타르트는 이 집 대표 메뉴다. 이 집에서 파는 모든 것은 사장 내외가 직접 만든다. 이 집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 또 있다. 여기서 살고 있는 검정색 강아지 '테일'이다. 가게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반긴다.
월간산 3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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