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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산 주봉을 넘어 얼마 안 가 기차바위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서 난간을 붙잡고 내려가니 절벽이 나왔다. 내려다보니 아찔했다. 2022년 2월 이곳에 있던 로프 6개가 모두 절단됐다. 20대 대학생이 범인으로 그는 당시 로프 외에도 수락산 정상의 정상석까지 훼손했다. 절단됐던 로프가 새로 설치됐다. 작년 10월 개방됐고, 사건이 발생한 지 2년 9개월 만이었다.



얼음과 눈으로 덮여 있는 기차바위. 눈 때문에 이날 아이젠을 차고 절벽을 오르는 사람 즉석복권 당첨확률 이 많았다.


로프는 굵었다. 잡았을 때 손아귀가 꽉 찬 느낌으로 줄을 잡고 마음껏 체중을 실어 매달려 있으라는 용도는 아닌 것 같았다. 그러니까 불편하고 미끄러웠다. 이걸 잡고 절벽을 오르내릴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줄을 잡고 절벽에 붙었다. 천천히 몸을 내렸다. 발이 그런대로 밀리지 않았지 새마을금고 보험 고객센터 만 불안했다. 손을 놓으면 절벽 아래까지 굴러 떨어질 것 같았다. 밧줄을 있는 힘껏 꽉 잡고 한 발 한 발 내려 디뎠다. 절벽에 홈이 파인 곳이 있었는데, 그것이 나타날 때마다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5분 만에 절벽 아래쪽 끝에 닿았다.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코스는 절대 아니었다.



생애최초주택구입 대출 기차바위 정상에서 바라본 모습. 능선 끝에 있는 봉우리는 도정봉이다.


올라가는 사람 보기만 해도 아찔
밑에서 등산객 한 명이 올라왔다. 그는 밧줄 잡은 손이 미끄러워 장갑을 벗고 줄을 잡은 채 절벽을 올랐다. 김경식(36, 바리스타)씨는 기차바위를 타려고 아침에 석림 인하대 기숙사 사에서 출발했다.
"위험한 코스를 좋아해요. 여기는 처음 왔는데, 제가 다녔던 곳 중에서 가장 위험한 것 같아요! 이렇게 가파를 줄 예상 못 했어요. 장갑을 끼니 좀 미끄럽네요. 손에 힘이 많이 들어요. 유도선수나 레슬링 선수라면 무리없이 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는 절벽 밑으로 다시 내려갔다. 그러자 두 명의 등 대학원 산객이 올라왔다. 장태현(41, 기술직), 이현주(37)씨다. 둘 다 석림사에서 기차바위를 타려고 올라왔다. 장태현씨가 말했다.
"기차바위 처음이에요! 밑에서 보니 무섭네요. 이 정도일 줄 몰랐어요. 산에 다닌 지 3년 정도 됐는데, 지금까지 가봤던 가장 어려운 코스는 도봉산 Y계곡이에요. 여긴 난이도가 더 높아보이네요."
이현주씨도 산행 경력이 3년이다. 도봉산 Y계곡에는 딱 한 번 가봤다.
"광교산 100번 넘게 올랐어요. 그런데 여긴 장난 아니네요. 보기만 해도 무서워요!"



기차바위 오르기에 도전한 사람들. 접지력이 좋은 등산화에 아이젠을 착용했다. 아이젠이 절벽 오르기에 적합한지에 관한 의견은 반으로 갈렸다.


두 사람은 아이젠을 벗고 올라야 하는지 착용한 채 올라야 하는지 옥신각신하다가 그대로 차고 절벽을 탔다. "철거덕, 철거덕!" 아이젠이 바위에 닿을 때 나는 소리가 불안하게 들렸다. 두 사람은 위태롭게 절벽을 탔다. 아슬아슬해서 밑에서 보고 있기가 좀 그랬는데, 두 사람은 절벽의 정상부에서 한 번 멈춘 다음 팔을 털더니 곧 꼭대기에 올라 난간을 넘어섰다. 나는 "휴"하고 한숨을 쉬었다. 두 사람은 카메라를 향해 만세 포즈를 취하더니 절벽 위로 올라가 사라졌다.



위태롭게 기차바위를 오르다가 끝내 정상에 오른 이현주(왼쪽), 장태현씨.


나는 우회로를 타볼 생각으로 절벽 아래로 더 내려갔다. 여러 경고판들이 설치되어 있는 곳 왼쪽으로 길이 나 있었다. 수평으로 이뤄진 산사면을 따라 5분쯤 가니 계단이 나왔다. 계단을 하나씩 세면서 올라갔다. 꼭대기까지 계단은 262개였다. 이 계단을 통과하는 게 나은지 밧줄을 잡고 절벽을 타는 게 나을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기차바위 정상에 다시 올라왔다. 아래쪽에 제법 많은 등산객들이 기차바위를 오르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몇몇 사람이 인상을 쓰고 절벽 정상에 올라섰다. 이들은 '일취월산'이라는 등산 클럽 멤버들로 이 중 기차바위에 처음 온 사람도 있었다. 김정호(44, 공무원)씨가 말했다.
"와, 여기 만만치 않네요. 팔 힘이 정말 많이 들어요. 하마터면 줄을 놓칠 뻔 했어요. 아이젠을 차고 올라서 그나마 다행이었어요."
김도은(41, 회사원)씨도 힘들어했다.
"팔 힘보다 다리 힘으로 올라가는 게 더 나은 것 같아요. 발이 생각보다 미끄럽지 않네요. 올라가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안 돼요! 그렇게하면 아마 더 무서울 거예요."
김재훈(39, 회사원)씨는 재미있어서 신났다. 그도 이날 기차바위에 오른 것이 처음이었다.
"군시절 유격 훈련하는 느낌이 드네요. 손 힘이 많이 빠졌어요. 밧줄 중간에 매듭이 있었다면 더 편하게 올라올 수 있었을 텐데, 아쉽네요."
강규현씨는 일취월산 멤버 중 유일하게 기차바위 경험자였다. 그가 말했다.
"여기는 두번 째예요. 지난 가을에 한 번 왔었죠. 겨울이 더 위험하네요. 바위가 얼어 있어서 미끄러웠고요, 또 장갑을 끼고 밧줄을 잡으니 손이 밀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밧줄 더 얇았으면, 중간 매듭 필요
이윽고 등산 모임 '별이 빛나는 산에'의 멤버들도 하나씩 난간을 넘어 기차바위 꼭대기에 올라섰다. 김희진(50, 회사원)씨가 말했다.
"한겨울 여기 오르려면 아이젠이 필수 같아요. 저기 출발지점에 얼음이 얼었어요. 아이젠 없었다면 못 올라올 뻔 했어요."



기차바위를 찾은 사람들. 대부분 처음 오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은 밧줄 굵기가 더 얇거나 중간에 매듭이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지훈(48, 회사원)씨는 기차바위를 몇 번 오른 적 있다. 하지만 이날은 특히 위험하다고 했다. 그가 말했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가? 바위가 언 것 같았어요. 오늘은 특히 아이젠을 신고 오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바위 표면이 상당히 미끄러웠거든요."
함께 온 황중서(49, 회사원)씨가 말했다.
"아, 저는 그 아찔함이 좋았어요. 이 코스 너무 재미있네요. 저는 아이젠이 없이 올랐는데 그다지 미끄럽지 않았어요. 아이젠을 차면 오히려 더 위험할 거 같아요."
최창민씨는 이 코스를 쉽게 오를 수 있는 노하우를 다른 회원들에게 알려 주고 있었다. 그는 이곳을 한 달에 2~3회 찾는 기차바위 전문가다. 그가 말했다.
"로프를 양 다리 사이에 넣고 올라와야 해요. 그렇게 하지 않고 다리 왼쪽이나 오른쪽 한쪽 방향에 로프를 위치한 채 올라가면 몸이 돌아갈 거예요."
기차바위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어떤 등산객들은 멀리서 기차바위를 보고 그 위압감에 질려 우회로로 돌아가기도 했다. '마운틴 하이커' 소속 도현욱(42, 회사원)씨는 올라오다가 끝 부분에 잠시 멈칫하는 바람에 보고 있던 취재팀을 놀라게 했다. 그가 말했다.
"끝에 이르러 팔 힘이 다 떨어졌어요. 줄 놓쳤으면 큰일날 뻔했네요."
같은 산악회 회원 이소민(55, 자영업)씨는 두 번째 기차바위 방문이었다. 그녀가 기차바위를 쉽게 오를 수 있는 방법을 설명했다.
"대체로 여자는 팔 힘이 없잖아요. 그래서 여기 올라오기 힘들 수 있어요. 그래도 발이 미끄럽지 않으니까 발을 믿으면서 온 체중을 밧줄에 의지하기보다 하체에 실어야 해요. 그렇게 하면 줄을 꽉 잡지 않아도 되요."



서희원(57, 회사원), 김정원(60, 회사원), 함충균(57, 회사원)씨는 전 직장 동료들로 기차바위를 타기 위해 목동과 안산 등지에서 새벽에 출발했다. 세 사람은 이날 기차바위 등반이 처음이었다. 함충균씨는 올라오기 아주 어려웠다고 말했다.
"3분의 2지점에서 손 힘이 전부 빠졌어요.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는데, 발이 미끄러지지 않는다는 걸 알고 살았구나 했어요."
김정원씨가 그에 관해 보완했으면 하는 점을 설명했다.
"밧줄 중간에 매듭이 있었다면 더 안전하게 올라올 수 있었을 거예요. 게다가 밧줄 굵기가 상당히 굵네요. 손에 다 잡히지 않아서 애를 먹었어요."
서희원씨도 거들었다.
"코브라(추락방지대)가 설치되면 더 좋을 것 같네요! 줄 잡아주는 장치요."
최문일(53, 자영업), 김미영(52, 주부), 정은지(50, 회사원), 유심조(55, 자영업)씨 네 사람은 기차바위를 타기 위해 청학동에서 올라왔다. 최문일씨는 기차바위에 처음 올라왔다.
"처음이었는데 아주 재미있었어요. 무섭기도 했는데, 그 짜릿함이 좋았어요."
김미영씨는 밧줄이 좀 더 얇았으면 좋겠다면서 말했다.
"지금보다 밧줄 굵기가 얇았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중간 중간 매듭이 있었다면 더 안심하고 오를 수 있었을 거예요."



정오가 되자 더 이상 기차바위를 오르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바위 표면은 얼음과 눈 때문에 미끄러웠다. 이날 누구도 절벽을 오르다가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월간산 3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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