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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합니다. 3공화국 이후 헌법이 정한 규칙입니다.
부통령제가 있었던 1공화국에서는 부통령, 국무총리 순서로 권한을 대행했습니다. 의원내각제였던 2공화국에서는 참의원 의장, 민의원 의장, 국무총리 순서였습니다.
1960년 4·19로 대통령과 부통령이 궐위되자 허정 외무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했습니다. 2공화국에서 윤보선 대통령 선출 전까지 곽상훈 민의원 의장, 허 기금법 정 국무총리, 백낙준 참의원 의장이 권한대행을 했습니다. 1961년 5·16 쿠데타 뒤에는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1년 9개월 동안 권한대행을 했습니다.
1979년 10·26 이후 최규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했고, 1980년에는 박충훈 국무총리 서리가 권한대행을 했습니다. 독재와 시민혁명, 쿠데타로 인한 혼란기에 권한대행이 자주 대출모집인시험 출현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권한대행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2004년 고건 권한대행, 2016년 황교안 권한대행, 2024년에는 한덕수 권한대행, 최상목 권한대행이 등장했습니다. 권한대행의 임무는 과도기의 국정을 무리 없이 이끌어 다음 대통령에게 넘겨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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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입니다. 저는 이번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헌법재판관 3명 임명을 거부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헌법은 “재판관(9명)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대통령이 당연히 임명하도록 한 것입니다. 국가학자금대출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한덕수 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하면 안 된다고 억지를 부렸습니다. 자신들이 추천한 조한창 후보자 인사청문회에도 불참했습니다.
‘법률 거부권 행사는 행정부 수반의 권한이기 때문에 할 수 있고, 헌법기관 구성은 국가 원수의 권한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궤변을 늘어놓았습니다. 국민의힘 주장대로 하면 재판관 2 한화미소금융재단 명이 임기만료로 퇴임하는 내년 4월에는 헌법재판소가 기능을 상실합니다.
국민의힘의 억지는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것입니다. 비상계엄에 찬성하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극우 지지층에 잘 보이려는 것입니다.
거의 모든 언론이 한덕수 대행에게 재판관 임명을 주문했습니다. 12월26일 치 신문 사설 제목은 이랬습니다.

“한 권한대행, 헌법재판관 임명권 신속히 행사해야”(국민일보)

“한 대행, 국회 몫 헌법재판관 3인 즉시 임명하는 것이 옳다”(동아일보)

“한 대행은 재판관 임명하고, 야는 특검법 독소 손질해야”(서울신문)

“한 권한대행, 재판관 3명 임명으로 헌재 파행 끝낼 때다”(세계일보)

“헌법재판관 임명은 정국혼란 줄이는 최소 조치”(중앙일보)

“한덕수 대행, 헌재 ‘9인 체제’ 완성이 역사적 소임이다”(한겨레)

“헌법재판관 3인 임명하고 두 특검법 거부하는 게 정도”(문화일보)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인 오세훈 서울시장도 26일 ‘에스비에스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헌법학자마다 의견이 다르다”면서도 “당당하려면 임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찬성 의견을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한덕수 대행이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이유가 뭘까요? 세 가지 설이 있습니다.
첫째, 내란 연루설입니다. 민주당이 제기했습니다. 내란 공범으로서 내란 우두머리인 윤석열 대통령을 구하려고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을 방해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국무총리로서 비상계엄이 위헌·위법함을 알면서도 권한 없이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심의를 소집하여 윤석열 대통령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적극 도왔고, 국무회의에 참여하여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이 선포될 수 있도록 돕거나 적어도 묵인, 방조하였다.” (27일 탄핵소추안)
형법은 내란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둘째, 대선 야망설입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제기했습니다.
“무속에 젖어있는 사람들의 많은 조언을 받는 것 같다. 일부 여권에서 나오는 대로 여권 대통령 후보가 없다. 그러니 한덕수 대행을 대권 후보로 내보낸다는 그러한 설도 있다.”
“자기가 대통령 하려고 혼란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저는 생각한다.”
“미술가인 한덕수 총리 부인이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사주·관상을 공부해서 남편에게 여러 가지 충고를 해 준다고 한 적이 있다. 굉장히 출세욕이 많은 사람이다.” (27일 불교방송 라디오 인터뷰)
한덕수 총리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될 때 국무조정실장이었습니다. 권한대행이었던 고건 총리와 이런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총리님, 요즘 시중에 이런 얘기가 돕니다.”
“무슨 얘기 말입니까?”
“탄핵으로 재결이 나면 그때는 권한대행을 하는 현직 총리가 (대통령 선거에) 나올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얘기가 있습니다.”
“절대 안 될 일입니다. 내가 권한대행으로 국가를 책임지고 관리하는 사람인데 누구한테 맡기고 입후보합니까.”
“아, 그것도 그렇네요. 그럼 국정 운영은 경제 부총리한테 맡겨야 하는 겁니까?”
“말도 안 돼요. 위기관리를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내 소명입니다.” (고건 회고록)
어떻습니까? 권한대행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진 한덕수 총리는 이제 대선주자로 나설 수 있게 됐습니다. 한덕수 총리가 나서면 윤석열 대통령과 극우 세력이 지지할 것입니다. 절묘하지 않습니까?
셋째, 책임 회피설입니다. 한덕수 총리는 관료 출신입니다. 관료는 선출직 공직자인 정치인을 돕습니다. 적극적인 의사 결정을 하지 않습니다. 책임을 지지도 않습니다. 정권을 넘나들며 승승장구합니다.
민주당은 본래 12월 24일 탄핵안을 발의하려 했지만, 한덕수 대행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기로 하고 발의를 늦췄습니다. “명분 축적이 더 필요하다”, “기회주의자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한덕수 총리는 26일 담화로 국정 정상화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렸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윤석열 대통령 친위 쿠데타를 지지하는 극우 세력의 비난이 두려웠을 것입니다. 관료 출신의 전형적인 책임 회피였습니다.
최규하, 고건, 황교안, 한덕수 네 사람은 관료 출신으로 권한대행까지 오른 인물들입니다. 넷 다 경기고를 나왔습니다. 고교 입시가 있던 시절 경기고는 전국의 수재들이 입학하던 학교였습니다. 경기고 출신 대통령은 없고 경기고 출신 권한대행만 넘쳐납니다. 서글픈 일입니다.
어쨌든 ‘한덕수의 난’은 국회가 신속히 진압했습니다. 이제 ‘윤석열 내란’을 제압해야 하는 큰 숙제가 남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장은 최상목 권한대행의 판단이 중요합니다. 최상목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임명하면 모든 상황이 정리됩니다. 민주당은 추가 탄핵의 명분이 없어집니다.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기다리면 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구속되겠지만, 국정은 급속히 안정될 것입니다.
만약 최상목 권한대행이 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요?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월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 기자단


첫째, 국회가 최상목 권한대행을 또다시 탄핵소추 하는 것입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권한대행을 맡게 됩니다. 이주호 장관이 거부하면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등으로 차례차례 내려갈 것입니다.
둘째, 국회가 탄핵소추를 멈추고 6인 체제의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방안은 위험 부담이 큽니다. 재판관 6명 전원일치 파면 결정이 나오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대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내년 4월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 퇴임 때까지 탄핵심판을 마치지 못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혼란의 와중에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구속, 윤석열 대통령 파면, 조기 대통령 선거라는 큰 흐름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왜냐구요?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의 혐의가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국민은 독재와 쿠데타 세력을 몰아내고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운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우리 국민은 승리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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