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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에 살던 이시우군은 불안한 생활을 했다. 사업가인 아버지 덕분에 경제적으로는 넉넉했지만 가정은 화목하지 못했다. 친부는 상습적으로 가정폭력을 휘둘렀다. 급기야 외도 문제까지 생기면서 부모는 사사건건 갈등을 빚었다. 
시우군의 어머니는 이혼을 요구했으나 남편은 그때마다 양육권을 내걸었다. 결국 참다못한 친모는 소송을 통해 2018년 5월 이혼한다. 경제력이 없었던 친모는 아이에 대한 면접교섭권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양육권을 친부에게 넘겼다. 
친부 A씨(41)는 이혼 후 곧바로 3세 연상의 B씨(여·44)와 동거하며 새로운 가정을 꾸렸다. B씨가 두 딸을 낳으며 시우군에게는 의붓 여동생들까지 생겼다. 친부와 계 주택청약 방법 모는 시우가 친모와 만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한 달에 두 번 정해진 면접교섭권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 2018년 6월까지 단 2회의 면접교섭권만 이행한 후 친모와의 만남을 차단했다. 



아이에게 절대 복종 강요하며 협박
친부와 계모는 시우에게 절대 복 대출영업카페 종을 강요했다. 말을 듣지 않으면 '필리핀으로 보내버린다'고 위협했다. 그러던 2019년 초등학교 2학년인 시우가 갑자기 필리핀으로 유학을 떠났다. 보호자도 없이 혼자였다. 친부와 계모의 위협이 현실이 된 것이다.
시우는 낯선 외국에서 무려 8개월 동안이나 고립된 생활을 했다. 필리핀에서 돌아온 시우는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저축은행 정기예금 항상 무언가에 불안해하고, 계모를 극도로 두려워했다. 
친모는 여러 차례 시우와의 만남을 시도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2022년 5월에는 몰래 학교로 찾아가 가까스로 만날 수 있었다.
무려 4년 만의 재회였지만 시우는 뜻밖의 행동을 보이며 친모를 경계했다. 곧바로 계모에게 연락해 친모가 학교로 찾아왔다고 알렸다. 잠시 이율 후 나타난 친부와 계모는 다짜고짜 친모에게 폭언과 협박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다시는 시우를 찾아오지 말라고 경고했다. 계모는 "한 번만 더, 학교 앞이 아니라 먼발치서 보다가 걸리지도 마. 나랑 진짜 전쟁이야"라며 시우와의 만남을 시도하지 말라고 했다. 친모는 시우에게 해가 될까봐 이때부터 접근하지 않았다. 
친부와 계모는 홈스쿨링을 이 감우성 유로 2022년 11월24일부터 시우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학교 측은 시우를 '미인정 결석자'로 분류했다. 해당 학생이 유학이나 대안교육, 홈스쿨링 등을 이유로 일주일 이상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 학교 측은 한 달에 한 번 전화로 아이의 소재 정도만 파악하며 소극적으로 관리했다. 
그로부터 약 3개월 후인 2023년 2월7일 오후 1시44분쯤 친부 A씨는 아들이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다. 구급대원들이 출동해 보니 시우는 호흡과 맥박이 없는 심정지 상태였다. 구급대는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며 병원으로 옮겼으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고 사망 판정을 받는다. 
의료진은 시우의 몸 상태를 보고 한눈에 학대를 의심했다. 곳곳에 시퍼런 멍 자국과 뾰족한 것에 찔린 상처, 화상을 의심할 만한 피부 변형 등 온몸에 성한 곳이 없었다. 한겨울인데도 시우의 7세 때 친모가 사준 낡은 얇은 여름 내복을 입고 있었다. 더욱이 병원에서 측정된 시우의 키는 149cm에 몸무게는 고작 29.5kg에 불과했다. 1년 전보다 약 10kg 줄어든 것이다. 초등학교 2학년 남아 평균 몸무게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영양실조에 가까웠다. 의료진은 부모의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부검 결과 시우의 사망원인은 '여러 가지 둔력에 의한 손상'으로 나왔다. 몸에는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학대를 받아온 증거가 뚜렷하게 남아있었다. 사망 당시 왼쪽 넓적다리 약 108곳, 오른쪽 넓적다리 약 124곳에 국소적으로 형성된 찢긴 상처가 있었다. 또 반복적으로 손상되거나 아문 상처와 점 모양의 흉터가 셀 수 없이 많았는데, 이것은 아이가 계속 학대를 당해 왔다고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친모는 "이혼 후 제 아들은 4년간 저와 말 한 번,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며 비통해했다. 



2023월 4월13일 인천지법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이 의붓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계모와 친부의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16시간 동안 눈 가리고 의자에 묶어놓기도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난다. 시우는 친모가 학교로 찾아가기 두 달 전인 2022년 3월9일부터 상습적으로 학대를 당하기 시작한다. 이후 학교에 나가지 않으면서 학대는 더욱 심해졌다. 
계모 B씨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로 인천에 있는 한 교회의 집사였다. 그는 매일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두 시간 동안 시우에게 성경 필사를 시켰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폭행하거나 무릎을 꿇리는 벌을 줬다. 장시간 방에 가두거나 커튼으로 손발을 묶기도 했다. 
B씨는 아이를 유산하자 시우를 증오하고 분노의 감정을 표출했다. 그가 남편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면 배 속의 아이가 유산된 원인을 시우에게 돌리고 있다. 그러면서 시우를 '갈기갈기 찢어서 죽이겠다'는 섬뜩한 표현으로 극한의 증오심을 표출했다. 
계모의 학대는 수시로 이어졌고, 집 안에 있는 모든 것이 학대 도구로 사용됐다. 플라스틱 옷걸이와 알루미늄 봉 등을 닥치는 대로 잡고 때렸다. 연필·컴퍼스·가위 등 날카로운 물체로는 다리를 수백 번 넘게 찔렀다. 음식도 제대로 주지 않아 갈수록 몸은 야위어갔다. 친부는 아내의 학대를 알고 있으면서도 제지하지 않았고, 오히려 모른 척 방관했다. 또 시우를 때리거나 벌을 주는 학대 행위에 가담했다. 
계모의 악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집 안에 홈캠(가정용 촬영기기)을 설치해 시우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사망 이틀 전인 2월5일 오후 계모는 시우를 의자에 앉힌 후 커튼 끈으로 팔다리를 묶었다. 머리에는 바지를 뒤집어씌워 눈을 가렸다. 시우는 이런 상태로 다음 날 오전까지 무려 16시간 동안 의자에 묶여 있었다. 
배가 고팠던 시우는 계모의 눈을 피해 몰래 인근의 편의점을 찾았다. 이곳 폐쇄회로(CC)TV에는 아이의 모습이 그대로 찍혀 있었다. 시우는 편의점 테이블에 앉아 음료수를 힘겹게 마시면서도 수시로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불안해했다. 세상에 남겨진 시우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날 밤 시우는 제대로 걷지 못하고 아파서 잠에 들지 못했다. 계모는 이걸 보고도 곧바로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했다. 대신 홈캠을 숨기는 등 학대 정황 증거를 없애려고 했다. 시우가 심정지 상태가 되자 남편을 집으로 부른 뒤에야 119에 신고했다.  
친부와 계모는 경찰 조사에서 학대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몸에 있는 멍과 상처는 '자해로 생긴 것'이라고 둘러댔다. 경찰이 부검 결과 등을 들이대며 추궁하자 학대 혐의를 일부 인정하기는 했으나 "훈육 목적으로 때렸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친부는 양육은 아내인 B씨가 전담해 왔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하지만 이들의 학대 행위는 시우의 몸에 있는 상처뿐 아니라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등을 통해 차고 넘치는 증거를 남겼다. 
검찰은 계모의 추가 학대 증거를 찾아내 아동학대살해 혐의로 기소했다. 친부에게는 상습아동학대, 상습아동유기, 방임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재판에서 계모와 친부에게 각각 사형과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1심은 계모의 '살해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고 무죄로 판단했다. 대신 상대적으로 형량이 가벼운 아동학대치사죄만 유죄로 인정해 친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친부에게는 아동학대 혐의를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날 계모는 수감 중 출산한 갓난아기를 안고 공판에 출석해 선처를 바란다고 했다. 형량이 선고될 때는 아기 귀를 막는 모습도 포착됐다. 
대법원 '아동학대 살해 무죄' 파기환송
1심 선고 직후 검찰과 친부는 각각 형량이 적거나, 높다며 항소했다. 특히 친부는 항소심 재판부에 32건의 반성문을 제출하며 형량을 줄이려는 꼼수를 보였다. 1심 판결이 알려지자 아이의 친모와 시민단체가 반발했다. 이들은 법원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서며 계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하고 친부를 공범으로 처벌할 것을 촉구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계모와 친부는 서로 공모해서 피해 아동에게 아동학대범죄를 상습적으로 자행했고, 이 결과로 인해 피해 아동이 사망에 이르렀으므로 두 피고인을 모두 아동학대살해 공동정범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도 1심을 인용하며 '살인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유산으로 인한 미움이 피해 아동을 살해할 정도의 동기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부족하고, 피고인 행위의 사망에 대한 영향력은 그리 높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1·2심 판단은 대법원에서 뒤집힌다.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계모의 아동학대살해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아동학대살해에서 확정적 고의까지는 아니더라도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면 '살해범의(범행의사)'에 포함된다"는 법리를 인용했다.
대법원은 피해 아동이 제대로 걷지 못하고 쓰러지거나 통증으로 아파하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도 피고가 방치한 점, 사망할 무렵 신속한 치료와 구호가 필요한 상태인데도 학대가 이어진 점, 별다른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점 등을 토대로 살해할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즉 아이를 계속 학대하면 치명적 결과를 낳는다는 걸 충분히 인식하거나 예상할 수 있었지만 이를 무시했고,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것은 아동학대살해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본 것이다. 
친부의 상고는 기각돼 원심이 확정됐다. 현재 계모에 대한 파기환송 재판이 진행 중이며,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라 형량은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친모는 숨진 시우군이 학교에 장기 결석했는데도 교육청이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며 인천시교육청을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