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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의 땅'은 한때 전남도의 슬로건이었다. 지난 2004년 재보궐선거에서 민선 3기 도백에 오른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부임 이듬해부터 농업, 산업, 관광 등 모든 행정에 '녹색'을 도입했다.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녹색성장정책실'도 만들었다. 전남이 타 지역에 비해 확실하게 우위를 차지한 분야가 녹색산업이라는 것이다. '농도(農道)'인 전남이 가장 먼저 '녹색'을 도입한 것이 농업 분야다. 2005년부터 도입한 친환경 농업은 5년 만에 34%의 농지에서 행해졌다.
그랬던 전남이 20여년 만에 전국에서 가장 '늙은 지역'으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전남 도내 22개 시·군 중 농촌지역에서의 고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면서 '농도(農道 풍산개 ) 전남'의 위기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저출생과 고령화 여파로 일손이 부족한 전국 농업의 1번지, 전남 농촌은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한낮에 인적인 끊긴 전남 한 군 단위 면소재지 풍경.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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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전남, 압도적 1위…인구 180만명 선도 붕괴 
2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가 1024만4550명으로 전체 인구 5122만1286명의 20.0%를 돌파했다. 권역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수도권이 17.70%, 비수도권은 22.38%로, 비수도권의 비중이 수도 새마을금고 금융권 권보다 4.68%p 더 높았다. 
시도별로는 수도권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17.70%)이, 비수도권(22.38%)보다 낮았고 시도별로는 전남의 고령인구 비중이 27.18%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어 경북(26.00%), 강원(25.33%), 전북(25.23%), 부산 (23.87%), 충남(22.23%) 등의 순으로 이미 초고령사회에 개인회생면책 진입했다. 
반면 수도권인 경기(16.55%)와 서울(19.41%), 인천(17.63%)은 20%를 밑돌았다. 광주는 17.51%였다. 세종은 11.57%로 고령 인구 비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도시와 농촌 지역 간 고령화 격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전남의 65세 이상 인구는 48만 6231명 고금리대환대출 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매년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42만 2548명(2019년)→43만 5880명(2020년)→44만 5198명(2021년)→45만 7481명(2022년)→47만 874명(2023년) 등으로 늘고 있다.
같은 기간 전남 전체 인구는 186만 8745명(2019년)→185만 1549명(2020년)→183만 2803명(2021년)→181만 7697명(2022년)→180만 4217명(2023년)에 이어 올 9월 179만 1496명으로 180만명 선마저 붕괴된 상태다. 그 만큼 전남의 고령화가 매우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한 농촌 군(郡)의 불편한 진실…노인 '45%' vs 가임여성 '5%'
고흥군의 경우 노인 인구 비중이 45.04%로 가장 높았다. 전남도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집계한 도내 22개 시·군별 65세 이상 인구비율 조사에서다. 고흥 전체 인구(6만 941명) 중 65세 이상 인구는 2만 7326명이다. 전체 인구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이라는 얘기다. 반면, 청년 인구(18~45세)는 1만 19명(16.51%)에 불과했다.
보성(43.03%·1만 6092명), 함평(40.67%·1만 2343명) 등도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40%를 넘었다. 전남에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 이하인 지역은 광양(15.86%·2만 4294명), 순천(18.71%·5만 1815명) 등 2곳 뿐이었다.
전남 지자체 대부분은 인구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고흥군은 2004년 8만6000명에 달했지만 2012년 7만1000여명, 2022년에는 6만1000여 명으로 줄었다. 고흥의 인구 감소치는 곡성군 전체 인구에 살짝 못 미칠 정도로 큰 규모다. 같은 시기 출생아 수는 481명에서 327명, 163명으로 줄었다. 가임기 20~39세 여성은 2900여명으로 5%에 불과했다.
형편은 보성군도 마찬가지다. 보성은 2004명 인구가 5만4000여명이었지만, 2012년 4만7000여명, 2022년 3만8000여명으로 감소했다. 출생아 수는 2004년 349명에서 2007년 551명, 2010년 438명, 2011년 431명, 2012년 410명으로 10여년 전보다 증가 추세를 보이더니 2021년 91명으로 100명대가 무너진 후 2022년에는 81명으로 줄어들었다. 20~39 여성은 5%(1979명)이었다. 
전남 65세 이상 노인들 중에서 홀로 사는 노인 비율도 25.6%에 달했다. 10년 전에 비해 5.0% 올랐다. 전남의 고령화 속도가 가파르다는 의미다. 미래도 암울하다. 최근 통계청은 2052년 전남의 고령자 가구 비중이 60.1%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의 속도로 가면, 고령인구가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집 중 1집 이상이 혼자 사는 노인이란 의미다. 반면 광주의 경우 서구(17.9%), 북구(18.5%), 광산구(11.9%)는 20%를 밑돌았다.
전남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파생되는 사회문제도 심각하다. 노인 인구가 늘면서 지방소멸의 가속화는 물론 관련 시설과 지원 정책, 재정 부담도 적지 않다. 당장, 전남지역 경로당만 9223개에 이른다. 지난해 이들 경로당에 운영비, 냉·난방비 및 양곡비 등으로 370억 4500만원을 투입했다. 사회적 관계망을 넓히고 어르신 일자리를 확대하는 등 노후생활 지원 대책도 많다.
내년에는 6만 명에 달하는 65세 이상 노인들을 찾아 안부를 확인하고 일상생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데도 868억원을 들인다. 홀로사는 노인 1200명에게 30억원을 투입, 반려로봇을 지급하고 4만3000명에게는 78억원을 지원해 응급안전안심서비스를 제공한다.



동남아시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전남지역 한 배추밭에서 일하고 있다. ⓒ시사저널


'토착농업 소멸' 재앙 현실화?…'외국인 농부'가 전남농산물 재배
무엇보다 청년 인구의 수도권 집중에다 출생률 급감으로 인해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우려했던 전통적인 토착 농업 소멸의 재앙이 현실화되는 형편이다. 
전남이 전국에서 경북 다음으로 농가 및 전업농가 비중이 높고 논벼 분포 비율과 어가 규모는 최고 수준이란 점이다. 외부 인구 유입이 없으면 사실상 농·어업을 포기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3년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농가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어선 데다 처음으로 100만 가구 아래로 떨어졌다. 연령별 농가인구는 70세 이상이 전체 농가인구의 36.7%로 가장 높았다. 
전남 농가는 14만5000가구로 경북(16만6000가구) 다음으로 규모가 컸다. 이 중 전업농가도 8만7000가구로 경북(10만9000가구)에 이어 두 번째다. 논벼 비율의 경우 전남이 17.6%로 가장 높았다. 어가 규모도 전남이 1만6000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청년이 농촌에 남고 싶어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현실은 농촌 소멸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실제 국내산 농산물을 직접 재배하는 이들은 대부분 외국인 근로자다. 농민들이 빠르게 늙어가며 인력난이 심화돼 생긴 현상이다.
전남은 전국에서 등록 외국인 증가율(48.6%)과 인구 대비 외국인 근로자 비율(40.5%)이 가장 높다. 농업 인력 부족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를 5~8개월간 고용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도 올해 전남지역에만 5818명을 배정받아 3846명(7월 기준)이 입국했다.
그나마 농촌 고령화로 농번기면 외국인 근로자를 구하기조차 쉽지 않아 인건비가 치솟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어려움을 호소하는 농민들이 늘자 지난해 나주에서는 웃지 못할 내용의 현수막도 등장했다. "외국인 근로자 일당을 하루 11만 원 이하로 지급해 달라"는 캠페인이 벌어진 것이다.
현수막을 처음 걸었던 나주시의회는 특정 금액 이하로 일당을 묶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해 12월 외국인 근로자 임금을 제한하는 조례까지 만들었다. 올해 적정 일당은 '11만원'이었다. 이 같은 조례가 제정된 건 전북 고창에 이어 나주가 전국에서 두 번째였다.



전남도 '청년의 날' 행사 ⓒ전남도


전남 지자체, '청년 붙들기'에 올인하지만…효과는 미지수 
물론 전남도와 일선 지자체는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농어촌 고령화 등에 대비, 2031년까지 스마트 청년농업인 1만 명을 육성하기 위해 3조3538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청년인구 유출을 막고 안정적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전남형 만원주택'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파격적인 출산·육아·교육비 지원은 물론, 출산가정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다양한 시책도 추진한다. 지난 18년간 매월 20만원씩 지원해 육아 부담을 줄이는 '318 출산정책'이 대표적이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추진하는 '381 출산 정책'은 사회보장제도 등 사전 행정절차 진행과 예산 확보를 통해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아이를 출산한 부모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공공산후조리원'도 확대된다.
하지만 수도권 집중화로 청년 인구는 갈수록 빠져나가고 저출생 위기를 극복할 정책 효과가 속도감 있게 나타나지 않으면서 전남 '농촌 소멸'을 막는데 어느 정도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농촌 소멸은 물론 식량과 미래 먹거리 산업은 국가의 존폐가 달린 만큼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대책을 위해서 전남도 등 지자체 뿐 아니라 중앙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