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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즙수병햇 작성일25-03-28 11:25 조회1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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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훈 경향신문 사진기자는 25일 오전 7시 경북 의성에 도착했다. 처음엔 “산에서 연기가 심하게 난다” 인상 정도였는데 “오후 들어 바람이 너무 심해졌다.” 안동으로 불이 번지겠다 싶어 동료와 이동하기로 했다. 돌고 돌아 막힌 도로를 겨우 찾아 들어서니 멀리 뿌옇고 붉은 연기가 보였다. 100m쯤 갔을까. 차 앞에 갑자기 불똥들이 들이닥쳤다.
“돌리자! 돌리자! 형님! 바로바로! 빠꾸빠꾸빠꾸!” 참혹한 현장에서도 쉽게 충격 받지 않는 13~14년차 사진기자는 다급하게 외쳤다. 그가 조수석에서 찍은 휴대폰 영상을 보면, 도로를 타고 넘어가던 불속으로 차량이 들어간 꼴이었다. 그는 “큰 구름 같은 연기가 바람에 밀려나는데 부피감, 밀도가 느껴졌다. 그게 다 불덩어리였다. 처음으로 ‘이러다 국민주택공사 죽겠다, 일단 살아야겠다’ 싶었다. 군위로 빠져 밥을 먹고 자야겠다 하다가 (못 간 게) 찝찝해서 다시 가자 했다. 불에 막히고 경찰에 막히고 두 시간 가량 국도를 왔다갔다 했는데 길이 다 불바다였다. 도착한 안동엔 다행히 큰 피해가 있진 않았다”고 26일 본보와 통화에서 말했다.



주말즉시대출 성동훈 경향신문 사진기자가 25일 안동으로 이동하던 차에서 휴대폰으로 급하게 찍은 산불 모습. /성동훈 제공


다음날 불에 탄 고운사를 스케치하기 위해 그는 다시 의성으로 향했다. 지리산 쪽 상황이 심각해져 산청으로 가려던 차 25분 거리에 산불 진화헬기가 추락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경찰 차 전략경영연구소 단 전 도착해 현장을 찍고 불이 거세진다는 안동으로 다시 향했다. 불길과 피해 현장을 찾아다니는 일은 진행형이다. 현재로선 서울 복귀 시점도 알 수 없다. 그는 “불이 100이라면 진화행위는 2 정도 느낌이다. 불만 신문 1면에 며칠째 나오는 자체가 이례적이다. 화재가 끌날 때쯤 도착해 꺼질 때까지 보고, 피해상황이나 합동분향소, 그 다음 과학수사대를 찍는 자동차 1년 유지비 식으로 이어지는 게 일반적인데 지금은 사이클 밖이다. 어딜 가야되는지 뭐가 야마인지도 예상이 어렵다”고 했다.
산림과 주택, 생업 시설 전소는 물론 인명 피해까지 발생 중인 영남지역 대형 산불 상황이 심각하다. 소방대원과 자방자치단체 공무원, 산림당국 관계자들이 진화작업, 주민대피 등에 나서고 있지만 동시다발적인 전개, 거센 바람 탓에 부산소상공인 주불이 잡혔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여러 언론사들이 인력을 집중 투입해 이 재난을 시시각각 전달 중인 가운데 현장을 취재 중인 기자들로부터 직접 들은 참사의 상황은 보도를 통해 전해진 것보다 훨씬 심각한 듯 보였다.
홍승연 SBS 기자는 23일부터 경남 산청에 파견돼 근무 중인 상태다. 부산지국에서 근무하지만 22일 산불 인명피해가 발생한 직후 넘어오게 됐다. “이렇게 오래 지속될지 예상하지 못했”던 터 카메라 배터리를 챙기러 25일 잠시 부산에 돌아갔던 것을 제외하고 이후 계속 현장이다. 현장본부가 마련된 시천면을 중심으로 산청군 마을, 하동군 일대까지 커버한다.
2019년 입사해 그간 강원 동해안, 울진 산불 등 취재경험이 있는 홍 기자는 “진화율이 50, 60% 쌓이며 불이 꺼지는 게 그동안 경험이라면 지금은 70%였다가 25%로 떨어지고 90%가 됐다가 다시 60%가 되며 꺼질 듯 꺼지지 않고 있다”며 “첫날 현장연결을 준비하는데 뒤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나더라. 오전에 산등성이에 흰 연기가 올라와 헬기가 물을 계속 들이부었는데도 오후 그 자리에서 다시 연기가 난다. 강한 바람으로 진화가 쉽지 않다”고 27일 통화에서 말했다.



산청에 파견된 홍승연 SBS 기자가 26일 현장연결을 통해 상황을 전하고 있다. /SBS 뉴스


방송사들이 산불 특보 체제에 돌입한 상황에서 그는 약 2~3시간 간격으로 돌아오는 현장연결을 담당하고 있다. 26일엔 오전 10시, 낮 12시, 오후 2시, 오후 5시, 밤 8시, 밤 10시10분, 자정 0시30분 방송을 했다. 연결이 끝나면 대피령이 내려진 마을, 대피소를 찾아 신속 정확하게 취재하고 다음 연결을 준비한다.
그는 “대피령이 내려져 영문도 모른 채 집을 떠나온 이재민들로선 황망할 수밖에 없다. 곶감이 유명한 곳인데 이번에 감나무 피해가 컸다. 당장 몸은 피했지만 앞으로 생업에 지장이 올 수도 있다”며 “한 곳이 아니라 동시다발적이고, 장기화되면서 소방대원, 산림당국은 물론 취재진 모두 피로도가 매우 높아서 단비만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사태가 예상보다 더 장기화되고 큰 피해를 일으키면서 초기보다 언론사들은 취재인력을 늘리는 등 대응을 하고 있다. 일례로 한국일보는 당초 전국부가 이 사안을 담당하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 6명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고, 26일 2인1조로 각각 영양, 안동, 영덕에 배치했다. 2024년 8월 입사한 문지수 한국일보 기자는 이 중 영양에 파견돼 데스크 지시에 따라 전소된 마을, 피해 주민 등을 취재하는 쪽이다.
그는 “숙소를 잡은 청송으로 이동하다보면 화선이 보이고 산에서 연기가 올라온다. 일단 어딜 가도 공기 자체가 탁하고 매캐하다. 잠깐 밖에 나갔다가 손을 닦았더니 비누로 손을 씻었을 때처럼 검댕이 묻어났다. 연차가 안 돼서 경험은 적지만 호텔 화재 등과 비교했을 때 차원이 다르단 느낌은 받는다”고 27일 통화에서 말했다.



문지수 기자가 현장 상황을 전한 한국일보 27일자 5면 기사.


실제 27일자 신문엔 문 기자가 취재한 내용을 포함해 극적으로 생존한 영양·영덕군의 주민 소식을 종합한 기사가 실렸다. 공장을 덮친 불을 피해 대피하던 노부부의 차가 냇가로 떨어졌고 수면 위로 얼굴만 내놓은 채 버티다 탈출한 스토리 등이다. 그는 “이재민 중엔 어르신들이 많았는데 실제 저희 할머니 연세랑 비슷하셔서 할머니한테 하듯이 가서 취재를 하고 있다. 취재협조를 잘 해주시지만 조심스럽긴 하다”며 “언제 철수할지 모르다보니 숙소를 당일에 잡게 되는데 취재나 봉사인력 등도 있다 보니 아주 쉽게 구하진 못한다. 원래 맡은 사건팀 업무를 계속 비워둘 순 없을 듯한데 그것도 좀 걱정”이라고 했다.
장기화된 이번 산불 재난은 취재지원 등에 어려움을 남기는 측면이 있다.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재난이 진행되고 언론사별, 기자별 판단에 따라 동선이 제각각이라 일원화된 지원이 쉽지 않아서다. 현장본부에선 간단한 설비, 마스크, 간식 등을 이용할 수 있지만 지역에 따라 일시적인 마스크 품귀 현상도 겪고 있다. 이 정도 대규모 산불은 처음 겪는 상황은 가장 시급한 완진과 향후 복구대책 마련은 물론 언론계의 준비, 지원 방식 등에도 고민을 남긴다.
고연차 기자에게도 이번 참사는 전례 없는 산불로 다가온다. 1992년부터 대구경북 지역을 담당해 온 김재산 국민일보 기자는 정년퇴임을 3년 지난 현재도 경북도 등을 맡고 있고 이번 산불 취재에도 나섰다. 휴일인 23일 안평면과 의성읍 일대 마을과 면사무소, 마을회관, 임시대피소 등을 찾아 ‘“집 뒤편으로 불덩어리가 ‘휙휙’...이런 산불은 평생 처음”’ 기사를 썼다. 산불 현장을 살피고 마을 이장과 주민, 면사무소 직원, 소방관, 요양보호사 등을 만나고 쓴 르포였다.



김재산 기자 등이 쓴 르포가 실린 24일자 국민일보 3면.


김 기자는 27일 통화에서 “오전 6시에 일어나면 밤 12시까지 자료를 받고 통신사 모니터를 하며 6~7꼭지씩 산불 기사를 쓰고 있다. 기사를 써야 되는 입장에선 현실적인 애로사항도 있다. 진척없이 계속 불이 번지는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발제할 게 없다”며 “농사짓는 분들은 물론 축산업하는 분들까지 피해가 크고 아직 보도가 안 된 피해도 많다. 오늘 비가 온다더니 안 오고 있는데 장기화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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