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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깡이마을, 절영도, 고구마 시배지, 왕의 정원…. 이 모든 별칭이 가리키는 곳은 부산 영도다. 한때 수리조선업으로 번성했지만 지금은 폐공장이 늘어선 영도의 한 거리. 이곳엔 오래된 항만 창고를 고쳐 영도의 옛 기록을 새롭게 되살리는 이들이 있다. 복합문화공간 ‘무명일기’의 김미연 대표와 오재민 기획자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김 대표는 디자인 회사에 다녔지만, 자신만의 개성을 담지 못해 늘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다 오 기획자를 만났다. 그는 음식문화를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온 ‘키친파이브’를 이끌고 있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브랜드에 담 부산국제금융센터 채용 고 싶던 두 사람은 ‘키친파이브’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고, 2019년 3월 뜻을 모아 ‘무명일기’를 열었다. ‘무명일기’는 ‘일상도 기록하면 특별해진다’는 슬로건처럼 기록과 사람을 중심에 둔 브랜드다.
‘무명일기’에선 ‘무명일기’라는 백지 공책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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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매력이 뭘까 생각하다가, 어릴 때 가족이 들려준 옛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찾아보니 영도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기록을 품고 있더라고요.”
부산으로 피란 온 조부모의 삶을 보며 자란 오 기획자는 영도에 얽힌 이야기를 구연동화 하듯 풀어놓는다. ‘깡깡이마을’은 조선소에서 배에 붙은 녹을 회생개인파산제도 망치로 제거할 때 나는 ‘깡깡’ 소리 때문에 붙은 별칭이다. 망치를 들었던 일꾼 중엔 제주에서 온 해녀도 있었다. 오 기획자는 “제주에서 영도로 오는 뱃길이 있다”며 “생계를 위해 올라온 해녀들이 어판장에서 생선을 팔다가 조선소로 옮겨온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도에는 영도해녀문화전시관이 있어 제주 해녀에 얽힌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다.
은행월복리적금 또 다른 이름 ‘절영도(絶影島)’는 ‘절영마’에서 유래했다. 절영마는 영도에서 사육된 명마로 그림자를 볼 수 없을 만큼 빨리 달렸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영도 남쪽에 위치한 태종대는 신라 태종 무열왕이 활쏘기를 즐겼던 ‘왕의 정원’이었고, 조선시대 통신사 조엄이 대마도에서 들여온 고구마를 처음 심은 ‘고구마 시배지’ 또한 이곳 영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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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의 역사를 담은 ‘영도소반’.
영도는 이렇듯 수많은 이야기를 품은 섬이다. 이 다채로운 기록을 어떻게 이어나갈 수 있을까. 두 사람이 택한 방식은 ‘음식’이었다. 도시락 형태인 ‘영도소반’의 무명 보자기를 풀면 영도의 옛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영도로 건너온 제주 해녀의 삶을 담은 문어 카르파초(날고기를 이용한 전채 요리), 절영마를 떠올리게 하는 당근 라페(채 썬 당근절임), 고구마 시배지에서 착안한 고구마무스, 피란민의 애환이 깃든 ‘이북식 기지떡’ 등이 오밀조밀 담겨 있다. 영도의 역사를 한상에 차려낸 ‘영도소반’은 2022년 ‘우수 관광 벤처 시상식’에서 예비 관광 벤처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도소반 다이닝’에서 공연을 펼치는 모습.
2022년에는 ‘영도소반’을 확장해 ‘영도소반 다이닝’을 열었다. 500인치 대형 스크린에는 영도를 소개하는 미디어아트가 15분간 재생됐고, 무대에서는 바다·흙·사람을 주제로 한 공연이 펼쳐졌다. 바다는 한국무용가 이다영씨, 흙은 농악을 즐기던 배세진씨, 사람은 오 기획자의 고모 오명숙씨가 춤·음악·이야기로 풀어냈다. 퍼포먼스와 파인다이닝(고급식사)이 어우러진 이 행사는 총 4회 진행됐고, 매회 20명 정도의 많은 이들이 즐겼다. 김 대표는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기 위해 루마니아 문화부 장관 등에게 영도소반 다이닝을 제공한 적 있다”며 “행사를 통해 영도를 알게 됐고 큰 울림을 받았다는 인사를 해줘 오히려 제가 감동을 받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무명일기’가 자리를 잡으며 골목도 조금씩 달라졌다. 김 대표는 주민이 남긴 인상적인 방문 후기 하나를 꼽았다. 깜깜했던 영도 바닷가에 ‘무명일기’가 불 하나를 환히 밝혀 놓으니 밤에 돌아다니기가 편해졌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오랫동안 ‘무명일기’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오재민 기획자(왼쪽), 김미연 대표(오른쪽)
이들은 후배 로컬크리에이터에게 조언도 건넨다. 김 대표는 “자신이 선택한 지역을 따뜻한 내 집처럼, 찾아오는 손님과 주민을 소중한 친척·가족처럼 대하면 진심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인생을 걸고 도전해보라”고 당부했다. 오 기획자도 한마디 덧붙였다.
“아무도 건드리지 않던 보물 같은 기록이 분명 존재할 겁니다. 그 기록을 발굴해 지역만의 이야기로 풀어내면 충분히 매력적인 콘텐츠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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