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출간된 책 한 권이 여전히 잘 나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100쇄를 찍으며 30만 권을 넘어섰다. 요즘은 1만 권만 팔려도 베스트셀러라고 하는데 대단한 실적이 아닐 수 없다. ‘숨결이 바람 될 때(흐름출판)’라는 책인데 서른 여섯에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2년 뒤 숨을 거둘 때까지 차분하면서도 치열하게 살다 간 미국 신경외과 의사 이야기다. 저자인 폴 칼라니티는 스탠퍼드대에서 영문학과 생물학을 전공하고 영문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고 예일대 의과대학원을 거쳐 스탠퍼드대병원에서 레지던트로 근무하던 중 암과 마주한다. 그럼에도 그는 아내와 상의해 아이를 갖고, 암 치료를 받으며 환자를 돌본다. 건강한 의사보다 더 적극적으로. 환자가 된 의사는 이렇게 말한다. “의사는 환자의 죽음 3년거치17년 을 늦추거나 예전의 삶을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삶이 무너져버린 그와 그의 가족을 가슴에 품고 그들이 다시 일어나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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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박광우(46) 교수는 얼마 전 ‘죽음 공부’라는 책을 냈다. 말기 암과 파킨슨병 환자를 치료해 온 그는 20년 남짓 약 4000명의 마지막을 돌보면서 얻은 깨달음을 이 책에 담았다. 그가 말하는 웰다잉은 단순하다. 가까운 이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나는 것이다. 자신의 환자 대부분이 중환자실에서 의식 없이 인공호 근로자 흡기에 의존하다 사망하기 때문이다. 그는 “나는 말기 환자들에게 냉정하지만 이렇게 조언한다. 당신의 병은 낫지 않는다. 그러니까 기운 있을 때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곳에 가고 좋은 추억을 만들라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77%가 병원에서 죽는다고 한다. 대학병원의 최대 수입원이 장례식장이라는 농담도 있다. 여기에는 장례 편의성과 더불어 망자를 큰 병원에서 모셨 키스론 다는 뿌듯함을 얻기 위한 묘한 심리가 작용한다. 여기 두 편의 영화가 있다. 먼저 지난해 가을에 보았던 미국 영화 ‘룸 넥스트 도어(The Room Next Door)’다. 존엄사를 다룬 이 영화는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주인공(틸다 스윈튼 분)이 난치병에 걸려 죽음을 준비하며 오래된 친구(줄리안 무어 분)에게 자신의 마지막을 지켜줄 것을 스파크 중고차 가격 부탁한다. 두 여성이 공유하는 깊은 우정은 ‘죽음도 의미 있는 삶’이라고 역설한다. 영화는 죽음을 다루는데도 분위기가 전혀 칙칙하지 않다. 미장센이 세련되고 감각적이다.






▲ 영화 ‘룸 넥스트 도어’ 스틸컷





얼마 전 개봉한 한국 영화 ‘소풍’은 인생의 한계에 몰린 노인들의 마지막 선택을 그렸다. 관객들의 가슴은 미어진다. “펑펑 울었다”, “부모님과 함께 보기엔 매우 불편한 내용”이라고 입을 모은다. 출연 배우 김영옥(87)씨는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건강을 잃고 억지로 살아가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존엄사 문제를 좀 더 적극적으로 꺼낼 필요가 있다고 덧붙인다. 고통 속에서 큰돈을 쓰고 죽기보다는 집에서 가족들과 편안하게 작별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제도가 도와줘야 할 때다. 최근 네덜란드와 덴마크를 포함한 북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떠나기 전 온라인에서 정보 검색을 하다 드리스 판아흐트 네덜란드 전 총리가 지난달 초 자택에서 부인과 동반 안락사를 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동갑 부부는 93세를 일기로 같은 날 세상을 떠났다. 2002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한 네덜란드에는 안락사를 택하는 이들이 날로 늘고 있다. 2022년에 8720명에 달했고, 멀지 않아 1만 명을 넘길 전망이다.






▲ 영화 ‘소풍’ 스틸컷





네덜란드는 환자가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으나 치료 가능성은 없고, 오랫동안 죽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6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네덜란드 외에 스위스,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페인 등 일부 국가에서만 안락사를 용인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에는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니엘 카너먼 전 프린스턴대학 교수가 조력 사망(존엄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유럽 여행 중에 강릉 율곡연구원으로부터 문자 하나를 받았다. 올 봄(4월 2일~6월 18일 매주 수요일 저녁) 시민독서 프로그램 주제를 ‘죽음을 생각한다’로 정하고, 신청자를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죽음을 이해하는 법을 화두로 잡고 있는 요즘 뭔가 다 연결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국내 성인 10명 중 8명은 의사 조력 존엄사를 찬성한다고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4~5월 성인 남녀 10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그 비율이 82%에 달했다. 가장 큰 이유(41%)는 무의미한 치료를 계속하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27%는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죽음을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19%는 죽음의 고통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교수팀이 2021년 19세 이상 1000명을 조사했을 때의 안락사 찬성 비율(76%)보다 상당히 높아졌다. 우리나라는 내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어서며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유례 없는 저출산과 초고속 고령화가 맞물려 안락사에 관한 논의는 빠르게 확산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 연명 의료 중단을 합법화했다. 2022년 기준 사전 이 의사를 밝힌 사람은 157만 명에 달했다. 하지만 조력 자살을 포함한 안락사는 여전히 불법이다. 연명 의료 중단이라고 하지만 진통제 투여와 영양분 공급은 계속한다. 그러는 새 스스로 죽음을 택하기 위해 거액을 싸 들고 스위스로 가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안락사(euthanasia)는 그리스어로 ‘아름다운 죽음’을 뜻한다. 아름답다는 말보다는 인간적인 죽음이라는 말이 더 자연스러울 것 같다. 우리는 누구나 죽지만 누구나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한다. 다 죽어도 자신은 절대 안 죽을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다 건강을 망치고 가정을 허물어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말도 생겨났다. 늘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그럴 때 삶은 더 충실해질 있다고 죽음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말한다. <끝> 심상클래스 대표 simba3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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