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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지음
위즈덤하우스
‘별이 빛나는 밤’은 고흐의 가장 유명한 그림 중 하나이다. 글자 그대로 별들이 커다랗게 빛나고 있다. 사이프러스 나무 옆 가장 밝은 별은 금성으로 여겨진다. 우측에는 그믐달이 보인다.
1984년 미국의 미술사가 앨버트 보임은 이 그림이 1889년 6월 19일 해뜨기 전의 하늘이며 천문학 자료에 의거, 자세히 본다면 양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흐는 1888년 말 자기 귀를 자른 사건 뒤에 생레미의 요양소에 입원했다. 따라서 이 그림은 요양소 유리창에서 본 하늘이다.
제작 시기가 6월 하순이라는 건 이미 학계의 통설이었 개인신용대출광고 다. 어쩌면 이런 연구는 순서가 거꾸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려진 별자리 모양에서 출발해서 제작 시기를 추정하는 게 올바른 순서일 텐데, 통설인 시기에서 출발한 다음 그림의 별자리가(있다면) 데이터상 이것이다라고 하는 것이니 말이다. 즉 아는 것을 재확인할 뿐 추가되는 지식은 없다. 아쉽게도 인문학이 타 학문의 도움을 받을 때 이런 패턴이 반복되기 쉽다 취득세 계산 .
반 고흐가 1889년 그린 그림 ‘별이 빛나는 밤’. [사진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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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이 발견한 반 고흐의 시간』은 다르다. 저자 김정현은 보임의 주장에 의문을 가졌다. “하필 양자리?” 그야말로 전공자의 감각인데, 양자리는 88개의 별자리 중 밝은 편도 아니고 찾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달 모양도 문제다. 그림에는 적금상품 그믐달이지만 그해 6월 19일의 달은 반달보다 컸다(63%). 달 모양을 고흐가 임의로 바꿨다고 해도(저자는 그런 변경은 고흐답지 않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남는다. 달이 밝을수록 별은 더 안 보이기 마련이다.
이 책은 예술사와 천문학을 동시에 다루지만, 독자는 양쪽 다 무지해도 무방하다. 책의 절반은 고흐의 생애이다. 기존대출 나머지 절반은 ‘별이 빛나는 밤’ ‘밤의 카페 테라스’ ‘론강의 별밤’에 묘사된 하늘에 대한 분석이다. 독자가 논증을 따라갈 수 있도록 그때그때 필요한 천문학 강의가 이루어진다.
독자에 대한 배려는 부족하지 않다. 그러나 ‘이제 거의 다 왔다’ ‘걱정 말고 따라오면 된다’ 같은 격려의 말이 좀 자주 보이는 느낌도 든다. 저자의 결론은 ‘별이 빛나는 밤’이 통설과 달리 7월의 하늘이라는 것이다(보임은 천문학 지식의 부족만이 아니라, 프랑스어 해석에도 오류를 범했음이 밝혀진다).
이런 날짜 확정이 고흐의 그림을 감상하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같은 의문은 읽다 보면 사라진다. 이 책은 자연과학의 전능함을 한 수 보여주려는 책이 아니다. ‘화가가 두 눈으로 무엇을 보았나’를 탐구하는 책, 뜻밖에 고흐의 육체에 충실한 책이다. 저자는 고흐가 꿈에 나타났던 일, 책을 마칠 때 그와 작별하며 겪은 감정적 고통에 대해 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몇 년 동안 고흐 인격에 빙의하여 밤하늘을 지켜본 사람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고흐에 매료될까. 고난이 있었으나 결국 세상에 완전한 승리를 거두는 예술가들(베토벤, 도스토옙스키)의 전기는 감동적이다. 그러나 무명으로 죽었고 무명 예술가들의 수호성인이 되기 위해 산 듯한 고흐의 전기는 더 강력하다. 저자는 고흐가 겪은 어려움의 대부분이 누구도 아닌 본인의 탓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는 뭐든지 들떠서 시작하지만 며칠 안 가서 다 흐지부지되는 사람이었다. 그토록 목회자가 되고 싶어 했지만 신학교 입학시험 공부가 힘들다고 포기한 것도 그였다. 기초 실력의 부족으로 미술 학교에서 번번이 쫓겨났지만, 노력해서 이를 해결하지 않고 대책 없이 자기 방식만 고집한 것도 그였다. 아마 그래서 고흐는 스스로 막다른 길에 이르렀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존재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고흐를 알아보고 이해하는 느낌을 받는다. 꼭 예술을 알아서가 아니라 단지 우리가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김영준 전 열린책들 편집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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