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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에 바람도 매섭지만 봄을 세우는 데 부족함은 없습니다. 입춘(立春). 손에 잡히지 않는 봄을 세운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표현인지요. 그런데, 꼭 그렇기만 한 것도 아닙니다. 마당 한 켠에 고이 가꾼 화초들의 꽃망울도, 겨우내 얼어붙은 길 위 땅바닥에 납작 들러붙어 있는 봄맞이꽃도, 냉이도 봄 길을 안내하기는 매 한가지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험한 땅에서 생명을 키워 잡초라 불리는 식물의 꽃을 보자고 기름을 때 가며 온실에서 이들을 키울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 같습니다. 꽃도 금수저와 흙수저인 셈입니다. 그런데, 꼭 그렇기만 한 율계산 것도 아닙니다.
한 세기를 사로잡을 향기를 만든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이죠. 크리스챤 디올은 어머니 마들렌에게 특별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꽃을 볼 때는 그 색과 모양뿐만 아니라, 그 향기와 감촉까지 느껴야 한다"라고 말이죠. 직접 꽃향기를 맡아보게 하고, 꽃잎을 직접 만져보게 했습니다. 그런 덕분에 크리스찬은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추 카드연체 한달 억이 가득한 유럽은방울꽃으로 1956년에 '디올리시모'(Diorissimo)라는 향수를 만들었습니다. 일부 성분에 변화는 있지만 70여 년 동안 플로럴 향수의 대표작이 되었죠.
유럽은방울꽃은 프랑스에서 자생하는 식물로 행운과 행복을 상징하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토끼풀처럼요. 귀족들이 정원에서 키우기도 했지만, 일부 지방에서는 강한 번식력 대학생저소득층지원 과 자생력 때문에 잡초로 여겨지기도 했지요. 그러나 향기만큼은 매혹적이었습니다. 같은 식물이지만 운명은 갈림길에 설 수 있었습니다.
토끼풀꽃도 그러합니다. 이 잡듯이 토끼풀을 뒤적거리며 네 잎 클로버를 찾아도 보고, 줄기를 댕강 꺾어 반지 등 온갖 장신구를 만들어 본 적이 한 번 쯤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토끼풀꽃 향기를 맡기 위해 국내 자동차 회사 걸음을 멈춰본 적이 얼마나 있을까요. 아카시아 꽃이라면요? 사실, 둘은 향기가 비슷합니다. 같은 '콩' 집안 식물이거든요. 늘 존재하지만, 우리의 시각이, 그리고 인식이 존재를 가리는 것 같습니다.
도시의 공간도 그렇습니다. 토끼풀처럼 잡초 대접을 받고 길바닥에 살지라도 그 공간은 무한한 가치를 가질 수 있습니다. 왜냐고요? 삶이라는 향 체증식분할상환 기가 있으니까요.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어떤 공간은 스쳐 지나가는 길이 되고, 어떤 공간은 삶을 품은 장소가 됩니다.
도시는 빵으로 말하자면 크루아상처럼 단일한 층위가 아닌 다층적인 가치들이 어우러져 삶의 향기와 맛을 냅니다. 시간의 켜가 만들어내는 역사성, 사람들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동선의 결, 일상적 만남이 만들어내는 관계의 망. 이런 보이지 않는 가치들은 실제 도시의 작동 방식에 깊이 관여를 하지요. 마치 토끼풀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향기는 아카시아꽃처럼 달콤하거든요.
여기서 '휴먼 스케일'이라는 개념이 중요해집니다. 사람과 대상체의 크기를 비교할 때 쓰는 말인데요. 수백 대 일의 비율로 지어진 건물들 사이에서는 진정한 관계를 맺기가 어렵습니다. 잠실타워 앞에서 정감을 느끼거나 일대일의 경험을 만들어내기가 결코 쉽지 않은 것처럼 말이죠. 단순히 정서적 문제는 아닙니다. 실제로 도시 공간에서 사람들의 행동 패턴, 체류 시간, 상호 작용의 빈도는 공간의 스케일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끝남동 골목을 보세요. '어쩌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탄생된 곳. 그곳에서 옛 모습을 군데군데 볼 수가 있습니다. '강도 높은 자본주의 사회에 살지만, 많은 좋은 것이 반자본주의적이다. 우리는 돈이 안 되는 것을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돈이 안 되는 것들의 도움으로 산다'라는 멋진 문구를 가게 앞에 적어놓은 상점부터 낡은 건물에 들어선 책방까지 옛 골목의 모습을 고스란히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공간에 뿌리를 내린 채 세월의 변화를 묵묵히 견디며 한해살이풀처럼 매해 꽃을 피워낸다는 것은 참 값진 일이지요.
도시는 점점 닮아갑니다. 수도권이나 소도시나 얼추 닮기는 매한가지입니다. 뉴욕이나 서울도 크게 다르지가 않지요. '도시의 균질화' 현상입니다. 하지만, 동그라미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이 세상에서도, 도시의 경쟁력이라는 것은 그런 기성 유니폼에 씩씩하게 저항하는 고유한 가치에서 나옵니다. 뉴욕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 런던의 쇼디치, 도쿄의 다이칸야마는 좁은 골목길의 정취를 잃지 않으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더 해 독특한 장소성을 만들었지요.
삶이 있는 공간은 물리적인 환경 개선 너머의 그 공간이 가진 잠재적 가치들을 발견하고 활성화할 때 만들어집니다. 꽃향기를 향수로 처음 만든 것처럼 말이죠. 토끼풀 꽃에서 꿀 향이 난다는 것을 알아차린다면 말이죠. 경제적 가치와 인문적 가치는 상호 대립이 아니라 상생 관계일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시각'과 '시간'입니다. 부동산 가치나 개발 밀도와 같은 전통적 지표를 넘어, 공간이 가진 다층적 가치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 그것은 시간의 켜를 읽어내고자 하는 진심이며, 사람들의 움직임을 받아들이는 따스함이며, 관계의 망이 엮이는 것을 지켜보는 기다림입니다.
그렇지만, 결코 쉽지만도 않습니다. 그래서, 도시의 진정한 경쟁력이 거기에 있다는 것입니다. 가치는 늘상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는 곳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발견하고 살려내는 것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몫이겠지요.
공간을 소비하고 생산하는 우리에게 길 위의 꽃들이 말하는 것만 같습니다. 가치는 이미 거기 있다고요. 다만 우리가 그것을 발견하고, 이해하고, 살려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이지요. 답은 꼭 화려한 곳에 있지가 않았습니다. 토끼풀을 들꽃으로 부르고 다시 본다면 이들의 가치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언제나 봄이 소리 없이, 마침내 세워졌던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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