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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옥순 기자]
어지러운 시국에 마음이 혼란하다 못해 우울감에 시달리는 중이다. 책도 손에 잡히지 않고 읽는 속도가 나지 않는다. 인생사 그저 허무하고 심드렁한 탓이다.
이걸 나이 탓이라 여기며 참아내는 것도 힘들다. 감동이 없는 삶이 얼마나 무료했는지 하루가 너무 길다. 일하던 시절은 그리 빨리 날아가던 시간이 요즈음은 정지한 듯 느리다. 삶이 재미가 없어서인가 보다.
생각 다 못해 찾아낸 것이 있어 다시 하루를 버티게 해 준 통신연체휴대폰개통 다. 다름 아닌 '흘러간 드라마 다시 보기'다. 바로 작가 김탁환이 쓴 작품을 바탕으로 제작한 <불멸의 이순신>이 주인공이다. 이 드라마는 넷플릭스나 유튜브로는 방영되지 않는 프로그램이다.
아마 오래전 것이라 그런지 TV에서만 재방송 중이다. 그것도 아침 두 시간 동안 2회씩 방영 중이다. 방영되는 시각과 채널을 꼭 챙겨서 보는 중이다. 일치하는지 나도 장군의 마음에 감정이입이 되어 울고 긴장하며 매일 두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
가슴 뛰는 장면을 다시 보면서 하루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씩씩해진다. 난중일기를 토대로 썼을 드라마일 것임에도, 장군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작가의 천금 같은 언어는 놀라울 만큼 명대사로 넘친다. 새삼 작가의 상상력과 언어의 힘이 주는 절절한 감동에 몇 전세보증한도조회 번이나 탄복하며 몰입에 이르곤 한다.

나는 오늘도 '비상계엄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 <불멸의 이순신>을 애청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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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멸의 이순신>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스타덤에 오른 김명민


ⓒ kbs




내가 존경하는 인물 1순위는 이순신 장 소득공제 현금 군이다(지난해 6월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이순신 장군이라고 한다). 그 사실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바뀐 적이 없다. 그분에 관한 영화나 사극 드라마가 참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똑같은 인물을 다룬 텔레비전 프로에 그처럼 열광하는 것일까?

창조적 리더십의 본보기
이제 보니 이순신 장군은 시대를 넘는 영원한 우상이었던 것. 어쩌면 요즈음처럼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목마름을 풀어줄 리더십을 장군에게서 찾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닐까?
미래학의 화두는 단연 '창조적인 인간'에 시선이 머문다. 2004년 그 시절, 나는 선생님들을 위한 강의 자료를 얻기 위해 읽은 '미래학' 책 속에서 등장하는 창조적인 인간의 특성을 찾아냈다.

그 다섯 가지는 '문제를 똑똑히 안다, 문제 해결책을 전부 고안한다, 그 다음 가장 좋은 해결책을 골라 그대로 밀고 나간다, 문제 해결책을 원만하게 하려면 장애물을 겁내지 않고 계속 행동한다' 등이었다.


이러한 특성은 이순신 장군에게 그대로 적용됨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 수군의 실태와 적군의 실태를 철저히 파악하여 문제점을 도출한 점이 그렇고, 지형과 물살을 고려하며 거북선을 만들 수 있는 저력을 갖추지 않았는가?

또한 군왕의 의심을 받으면서도 정도를 걸으며 전체를 조망해 볼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죽음을 불사하며 결사 항전하여 23전 23승의 세계 해전 사상 유례가 없는 전승 신화를 기록했으니, 가히 창조적인 인간의 전형이 아닌가?
이 드라마는 20년 전 퇴근하기 무섭게 텔레비전 앞으로 온 가족을 끌어 모았던 작품이다. 그 시절 이 프로그램이 방영될 쯤에는 식당가도 장사가 안 될 정도로 퇴근에 서두르는 직장인들이 넘쳤다. 2004년 9월 4일, 첫 방송을 타며 내 마음속으로 걸어 들어온 이순신 장군의 모습은 지금 이 나라 정치인에게 꼭 필요한 리더십이다.
내 나라를 지킨다는 오직 한 가지 목적 외에는 어떠한 사심도 없이, 운명을 사랑하고 순종하는 그 비장함이 전편에 흐르고, 영원한 짝사랑으로 주군의 매서운 의심을 받으며 돌아오지 못할 길로 몰입하는 한 인간의 고뇌와 절망. 그럼에도 그게 민중을 지키려는 희망으로 승화되던 마지막 장면의 영상이 방송의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잔영으로 남았었다.
자신의 몸보다 더 아끼는 부하의 죽음을 비통한 눈물로 보내는 장군의 인간적인 면모와 자신의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 앞에 나는 숙연해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참혹한 7년 전쟁 동안에도 난중일기를 써내려간 초인적인 노력이다.
그 기록물이 아니었다면 그분의 치열한 애국심을 증명할 수 있었을까. 아직도 장군의 마지막 죽음엔 석연치 않은 의혹이 남아 있다고 하니 장군은 우리 앞에 그 진실을 내놓고 싶지 않은지도 모른다.
가야 할 길이 먼 대한민국의 현실

한 편의 잘된 영화를 보고 났는데 그저 먼 얘기가 아닌, 마치 내 곁에서 살다 가신 부모님의 모습처럼, 늘 알고 지내던 분처럼 가까이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만약 이 장군의 마지막 모습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공을 인정받아 주군으로부터 깍듯한 대접과 사랑을 받았다면 이렇게 아쉽고 애달픈 감정은 아니었을 것 같다.










▲  KBS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中 활을 쏘는 이순신(김명민)의 모습


ⓒ KBS




오직 한 뜻으로 임금에 대한 끝없는 충성과 백성을 사랑하며, 자식 노릇도 어버이의 행복함도 누리지 못한 한 인간의 아프디 아픈 역사를 과거의 역사로 묻어버리기에는, 존경하는 인물 정도로 역사에 남기기에는 너무나 안타깝기에 작가는 문학의 힘으로 그를 살려 냈으리라. 그것도 모자라니 온 국민에게 알리고 싶은 희망을 담아 영상으로 담아냈으리라.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먼 대한민국의 현실을 장군이 보신다면 뭐라고 하실까? 평화통일의 길은 아직도 멀어 보이는 현실 속에서 비상계엄으로 탄핵정국에 빠진 이 나라의 현실.
한쪽은 기아와 가난 속에서 핵무기를 쥔 무서운 손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고, 다른 한쪽은 날만 새면 삿대질하며, 서로를 믿지 못하는 의심의 눈초리로 힘들어하는 서민들의 짐을 들어줄 엄두도 못 내는 이 나라의 아픈 모습을 장군이 보면 뭐라고 하실까?
위로는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으로부터 초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위치에서 꼭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아는 일, 그 일을 위해서 최선을 다 하는 정신 자세,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묵묵히 그 길을 가는 진정성, 나 한 사람으로 인해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일이 장군이 바라는 것이리라.
'적을 이기는 것보다 나 자신을 이기는 것이 어렵다'라고,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서 나에게 전해져 온 장군의 한 마디는 커다란 울림으로 남았다. 최선을 다한 뒤 누구의 눈치를 보기보다 자신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실의 힘을 믿을 수 있는 인내심 말이다.
배반의 역사를 안고서 피멍 든 가슴으로 마지막 운명을 향해 담대히 걸어 나가며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을 수 있는 선택의 용기를 봤다. 흐르는 눈물로 장군의 모습을 가슴에 담았다.
장군은 그 때 돌아가셨지만 민족의 가슴에 살아 계신 것 아닐까. 민족의 굴곡진 역사의 순간에, 위기의 순간에 다시 부활하여 나아갈 바를 가리키는 나침반이 되고 싶으셨던 것이다. 존경하는 인물이 없는 개인은 불행하다고 생각하며 더 나아가 국가적으로 존경할 인물이 없는 나라는 더 비참하다고 생각한다.
이리 저리 봤을 때 이순신 장군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군인으로서 나라를 지키는 그 본분 외에는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였으니, 그 진정성은 최고의 도덕성을 상징하고도 남는다.

또한 직위를 이용하여 백성을 탄압한 일이 없으며 오히려 백성의 사랑과 추앙으로 인해 주군의 의심까지 받을 정도였으니 백성의 눈물을 함께 아파하고 나누는 위정자의 모습을 지녔음을 오늘의 공직자와 가진 사람들은 본받아야 할 일이다.










▲ '불멸의 이순신' 중에서 왜적의 모습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중에서, 엄청난 병력으로 침략전쟁을 벌인 왜군


ⓒ KBS 제 1TV




더 나아가 '진인사대천명'의 정신으로,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되 알아주지 않음을 원망하지 않고 하늘에 맡기며 진실의 위대한 힘을 믿는 우직한 성품 또한 간절히 본받고 싶은 모습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역사 속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성장을 보여 온 나라이다. 고속으로 달려오느라 놓친 일, 마음 아픈 역사를 치유하느라 갈등을 겪고 있다. 아무리 바빠도 꼭 챙겼어야 할 문제들을 이제라도 한 번쯤 중간 점검을 하며 챙기고 다독인 뒤, 다시 앞으로 나아갈 짐을 꾸려야 할 단계이다.










▲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 공수처 도착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종합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들어가고 있다. 2025.1.15


ⓒ 공동취재사진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어수선한 이 시기에 꼭 필요한 시대정신이 '이순신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본질에 충실한 정신, 문제점을 과감하게 고치는 정신, 옳다고 검증된 일은 앞 뒤 재지 말고 밀고 가는 힘, 결과를 하늘에 맡기는 진정성이 필요하다.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지 못하고, 항거하지도 않은 채 어리석은 지도자의 지시를 따른 일부 장성과 경찰 수뇌부를 비롯하여 국무위원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드라마다.
2025년 1월 15일, 비상계엄으로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주범 윤석열이 공수처로 압송되는 장면을 보았다. 끝까지 답답한 모습이었다. 체포가 아닌 자진출석을 강조하는 모습,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는 망언도 했다. 결코 반복되어서는 안 될 지도자의 모습이다. 아니, 처음부터 지도자감이 아님을 알아보지 못한 사람들의 잘못이 더 크다고 본다.
그나마 이제라도 탄핵의 시계를 다시 돌리게 되었으니 다행이다. 오늘은 마음 편하게 모닝커피를 마셔야겠다. 어리석은 사람이 교도소에 수감되면 텔레비전을 시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능하다면, 그곳에서 날마다 오전 중에 방영되는 이 드라마를 날마다 시청하기를 권한다. '불멸의 이순신'이 그토록 지키고 싶어 했던 이 나라를 얼마나 망쳤는지 처절하게 반성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그 정도의 지혜가 남아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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