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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도쿄 특파원
《지난해 12월 12일 오후 일본 이바라키현 가사마(笠間)시. 도쿄에서 북동쪽으로 120km가량 떨어진 인구 7만여 명의 한적한 도시다. 도쿄에서 차로 1시간 반 걸리는 이곳에는 ‘이바라키현립 마음 치료 센터’라는 대형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이 있다. 병원이 자리한 넓은 용지 한쪽에는 하얀색 낡은 2층 건물이 있다. 쓰쿠바 해군 항공대 사령부 청사다. 제2차 월이자지급식정기예금 세계대전 당시 자살 공격을 감행한 가미카제 특공대가 있던 곳이다. 지금은 가사마시가 운영하는 쓰쿠바 해군 항공대 기념관으로 바뀌었다. 전시회 등 문화 행사가 열리고 영화 촬영지로도 활용된다. 이곳 병원 용지 전체가 과거 가미카제 특공대 자리다.》
● “자살 공격 명한 인물에 주목”
기자가 찾은 날에는 동양종합금융 특공대 공격이 시작된 지 80주년을 맞아 ‘오카무라 모토하루(岡村基春) 유품전’ 특별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었다. 2차대전 패전 80주년인 올해 3월 30일까지 열린다.
오카무라 모토하루는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 하지만 가미카제 특공대에서는 전설의 장교로 꼽힌다. 1901년생으로 당시 사관학교 격인 해군병 학교를 졸업한 뒤 군인이 요넥스 됐다. 1944년 대령으로 이곳 해군 항공대 사령(司令)에 부임했다. 그는 “벌은 한번 상대를 쏘면 죽는다”는 유명한 어록을 남겼다. 자살 공격을 정당화하며 1945년 오키나와 전투 등에서 가미카제 특공을 진두지휘했던 것이다. 이곳에서 훈련받은 일본군이 대거 자살 공격에 투입됐다.
미국, 영국 항공모함에 전투기를 들이받는 공격은 애초 일 새마을금고아파트전세자금대출 본 내에서 비밀로 취급됐다. 하지만 전쟁 막바지에 군사 기밀에서 해제된 뒤 전시 방송을 통해 국민들에게도 알려졌다. 스스로 용맹함을 선전하려는 목적이 컸다.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후 8월 15일 히로히토 일왕은 항복을 선언했다. 하지만 오카무라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복 다음 날까지 자살 공격을 지시했다.
패망을 뒤늦게 깨달은 광명시흥 뒤에도 부대 기지에서 중요한 서류를 폐기하며 전쟁 범죄를 은폐했다. 1947년 미국이 주축인 연합군 최고사령부(GHQ)로부터 공직 추방 지정을 받았다. 1948년 7월 GHQ 소환을 받아 도쿄로 가던 중 철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서를 남기지 않아 사망 이유에 대한 추측이 많다. 살아남은 당시 부대원은 “지금 죽으면 뭐 하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살아서 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전시회를 준비한 가나자와 다이스케(金澤大介) 기념관장은 “이제까지는 주로 특공 명령을 받고 출격한 사람에 대한 전시회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명령을 내린 사람을 주목했다”고 말했다. 전시장 입구에 걸린 안내문에는 “이 전시회에서 특공대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질 생각은 없다. 특공대에 연관된 인물의 생애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로 이어졌으면 한다”고 적혀 있었다.
● 전쟁에 대한 반성은 없어
1층에서 열리는 전시회에서는 다양한 사진이 전시됐다. 오카무라가 전쟁 전 가족들과 찍은 웃는 모습의 기념사진, 자살 공격을 명령한 뒤 굳은 표정으로 찍은 사진 등이다. 공격에 쓰였던 특공대 전용 전투기 ‘오카(櫻花)’ 모형도 있다.
지난해 12월 12일 일본 이바라키현 가사마시 옛 쓰쿠바 해군 항공대 사령부 청사에 마련된 기념관 전시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특공대원들이 입었던 군복과 학도병들이 착용했던 교복 등이 전시돼 있다. 지금은 전시관으로 쓰이는 옛 사령부 청사는 태평양 전쟁 때 오키나와 전투에서 자살 공격을 감행한 가미카제 특공대가 썼다. 가사마=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2층에서는 특공대 상설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부대에서 근무했던 일본군 이름과 사진이 담긴 전시판이 내걸렸다. 학도병으로 동원된 일본군이 입었던 학생 교복과 군복, 해군 사관용 단검, 자살 특공에 쓰인 전투기 잔해 등을 전시품으로 볼 수 있다. 빛바랜 낡은 종이에는 옛 부대원들이 붓으로 쓴 문구가 담겨 있다. ‘죽음으로 유구한 대의에 살며 천지신명께 보답한다’ ‘부모님에 대한 23년 불효를 갚고자 돌진한다’ ‘반드시 쓰러뜨리겠다’ ‘오직 국가뿐’…. 군국주의로 폭주하며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쟁을 일으킨 옛 일본군 실상을 보여준다.
한국인에게는 침략 전쟁 미화로 비칠 수 있지 않겠냐는 질문을 던졌다. 가나자와 관장은 “미화하는 것은 아니다. 당시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생각이 있을 것이고, (한국인에게) 어떻게 생각해 달라는 것도 아니다”라며 “(일본에 비판적인) 시선을 유지하면서 이런 부분도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당시 일본의 식민지 백성이었던 조선인들도 일본군에 징병됐다. 이 중에는 자살 공격에 투입됐던 이들도 있다. 하지만 전시관 어디에서도 조선인을 포함해 일본 군국주의의 희생양이 된 이들에 대한 반성이나 비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전쟁에 동원된 군인의 괴로움, 자살 공격을 명하는 장교의 인간적 고뇌 뒤에는 식민지 백성이었던 한국인 징집, 전범 기업 강제 노역, 일본 정부의 관여 및 묵인하에 자행된 위안부 동원이 있다. 그럼에도 가미카제 특공대 전시관을 비롯해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 중 하나인 한국인에 대한 조명은 이곳을 비롯한 일본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다.
● 영화 촬영지, 인기 관광지로 주목 받아
전시회가 열리는 옛 해군 항공대 청사는 2차대전 패전 후 50년 넘게 학교, 병원 등으로 쓰였다. 2011년 부지 내 신축 건물로 병원이 이전한 뒤 해군 항공대 유품 전시실을 개설하며 옛 일본군의 흔적을 보여주는 공간이 됐다.
한때 철거도 검토됐다. 하지만 2012년 영화 ‘영원의 제로(0)’가 이곳에서 촬영된 뒤, 관광지이자 촬영지로 주목받았다. ‘영원의 제로’는 일본 극우 작가 햐쿠타 나오키(百田尚樹)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가미카제 특공대를 미화해 일본 사회에 반향을 일으켰다. 일본에서 관객 700만 명 이상을 동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직접 극장에서 관람한 뒤 “감동했다”고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영화 인기에 힘입어 옛 항공대 청사는 2013년 ‘쓰쿠바 해군 항공대 기념관’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2018년에는 지자체 관리 지정을 받아 전시관을 개설했다.
기념관에는 이곳에서 찍은 영화 및 드라마 관련 전시물도 진열됐다. 가시마시 측은 “종전 후 오랜 세월이 지나며 기억과 자료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며 “특공이라는 비극의 땅이자 ‘영원의 제로’ 무대이기도 한 귀중한 문화유산을 일반에 공개해 평화에 대해 함께 얘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히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처럼 군국주의를 대놓고 찬양하고 미화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전쟁에 대한 반성 역시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의 평범한 일본인에게, 특히 일본 지식인 사회에서 가미카제 특공대는 비극적인 전쟁 참상을 상징한다. 하지만 좀처럼 사죄에 대한 의식은 없다.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탁구 단식에서 신유빈을 꺾고 동메달을 획득한 하야타 히나는 소감을 묻는 말에 “가고시마 특공대 자료관에 가서 살아 있는 것과 탁구를 할 수 있는 게 당연하지 않다는 걸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가고시마 특공대 자료관은 일본 가고시마현 지란(知覧) 특공 평화회관을 가리킨다. 옛 일본군 육군 기지로 가미카제 특공대가 출격했던 곳이다.
올해는 한국 광복 80주년이자, 일본 2차대전 패전 80주년이 되는 해다. “후세에게 사죄를 계속할 숙명을 지우게 해서는 안 된다”는 아베 담화 발표(2015년) 이후 일본은 가뜩이나 인색했던 과거사 사죄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나라가 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 차원은 물론이고 민간 차원에서의 반성이나 고민도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패전 80주년과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하는 새해에 일본이 과거사와 전쟁 범죄에 대해 어떤 인식을 드러낼지 한국과 세계가 주목한다.
―가사마시에서
이상훈 도쿄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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